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abica Duck Jul 05. 2021

6월1주 차

발현하다 : 속에 있거나 숨은 것이 밖으로 나타나다. 또는 나타나게 하다


 영화 알라딘을 좋아한다. 영화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마음에 들기보다는 알라딘이 자신 안에 갖고 있던 보석을  시간에 따라 찾고, 그 보석이 발현되는 그 이미지가 좋다. 사실은 함께 알라딘을 본 친구가 내게도 알라딘 같은 면이 있어 아직 발현되지 않은 보석이 있다고 말을 해줘 알라딘이 좋아진 것이기도 하다. 알라딘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달까. 나도 언젠가 알라딘처럼 내 안에 발현할 그 무엇을 찾게 될 것이라는 희망 내지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발현. 발현하는 것은 세상에 수 없이 많지만 내가 관심 갖는 것은 지금은 모르지만 언젠가 터질 잠재력에 대한 기대다. 최근 이야기를 나눈 기업의 대표는 사회적인 성과가 뛰어나다. 재벌 정도 돼야 그가 갖고, 해온 것들에 대한 부러움이나 질투나 선망의 마음을 갖지 않을 정도로 이룬 것이 많은 그는 내게 열심히 살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성과에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투로 나의 생각을 물었다. 나는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아 거짓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생각을 말하지도 않았다. 하나, 그의 삶은 얼마나 치열하며 그 치열함에서 지지 않고 우뚝 섰음을 보여준다. 그게 그의 자랑일 것이다. 하나, 난 그런 그의 삶이 하나 부럽지 않다. 비교는 더는 질색이다. 

일종의 청개구리 심보도 맞고 가치관이 다른 것도 맞다. 그는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보다 디테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사람은 10명 중 1명이며  본인은 성공한 사람이다.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나와는 다른 결을 느꼈는데, 나는 좌지우지할 수 없는 미래는 틀만 잡으며 상황에 맞게 최선으로 살아가는 것이 답이란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물며 계획의 불완전성이 계획의 가장 핵심 되는 특징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두 입장의 괴리를 느끼고는,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의 줄이 점점 삭아 혹여 반대편을 향해 발을 딛는 순간 줄이 끊어져 둘 다 이르지 못하는 낙오자가 되는 상상을 했다. 나는 대표의 길을 걷기에는 그와 반대로 너무 먼 길을 걸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근래 나는 스스로에 대해 더 고민하고 생각하기로 다짐했다. 내 안의 보석이 빛나기 위한 초석으로 나는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함을 느꼈다. 대학 졸업을 하게 된 나는 앞으로의 사회로 나아가는데 더욱더 흔들릴 것을 직감하고는 사회에 멱살 잡혀도 까치발로 서서 버틸 수 있도록 나를 단단하게 해야 함을 다짐했다. 뉴스의 최소화, 연락의 최소화, SNS의 최소화, 영화, 게임, 영상 등 유희의 최소화를 통해 외부의 영향을 줄이고 내 안의 나에게 집중하자고 다짐한 것으로, 긴 시간을 나 혼자 서 있게 되었다. 나를 채우던 외부의 것이 줄어든다고 내 안의 소리가 들리거나 깨달음이 확 오는 극적 요소는 사실 없다. 오히려 막연함에 어찌할 줄 몰라 시간만 축내는 돼지가 된 것 같다. 

성급하지 않되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첫걸음, 어떻게. 단순히 생각으로는 나의 뿌리가 깊숙이 뻗지 못할 것 같아 글로 정리하기로 했다. 두 번째 걸음, 무엇을.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으면서도 나는 자연스럽게 다시 눈 돌려 나를 도와줄 것을 찾았다. 그런 나를 또 보면서 ‘아, 모든 것은 내가 정하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 거창한 사랑, 정의, 꿈, 성공과 같은 모든 것은 내 안에서 정해지고 나의 정의 내림이 곧 나의 정의임을 알았다. 하나하나 머리에 떠오르는 개념들을 주제 삼아 정의 내리고 그 정의를 갖고 삶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나, 발현하는 보석을 가진 내가 될 수 있다. 


 개념의 정의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며, 나는 흔들리는 날이 많으며, 내 안의 보석은 무슨 색인지, 어느 모양인지, 결국 아직까지 나의 발현하는 것은 없다. 감정의 발현이나 생각의 발현이 미시적이고, 사소한 모양새로 연달아 삶 속에 발현하기는 해도 나는 더 크고, 넓고, 중요한 것을 바라보고 있다. 과연 나는 어떻게 발현해 빛이 날까. 나의 빛을 갖고 세상에 나아갈 때 세상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내 앞에 수많은 물음표의 밭을 두고 나는 지나는 물음표마다 느낌표의 씨앗을 심어 알게 할 것이다. 나의 삶은 물음표를 따라다니며 그 물음표를 내 안에 담아 갈고닦은 보석으로 가공하는 세공사 같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5월 4주 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