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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bica Duck Dec 15. 2021

11월 3주 차

적다 : 어떤 내용을 글로 쓰다


 어느덧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소민은 마음속으로 작년 로랑의 말처럼 올해 휴가로는 한국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휴가가 다가오는데 로랑은 한 번도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없었다, 잊어버린 듯. 게다가 지난번 로랑이 매몰차게 거절한 이후로 소민은 선뜻 한국으로 가자고 말을 하지 못하고 로랑이 먼저 꺼내 주길 바라고 있었다. 만약 로랑이 소민에게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갈지 묻는다면, 로랑은 어쩌면 한국은 잊었을지도 모르는 만큼, 한국으로 가자고 하면 평소처럼 좋다고 하지는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지난번 이야기했던 만큼! 만약 로랑이 근처 외국으로, 아직 가본 적 없는 영국이나, 오스트리아, 독일 같은, 가자고 하면 뭐라 답할지도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꼭 한국에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며 스스로 다짐하는 소민이었다.


 이따금 소민이 디 레지 멤버들과 만나지 않는 날에는 빈 집에서 소피와 놀곤 했는데, 학교 반 친구들과 멀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소피는 소민과 자주 놀았다, 특히 엘레느가 죽은 후에는 로랑이 돌아오기 전까지 소민 혼자 집에 있어 소민의 집에서 놀곤 했다. 소피는 소민과 여름휴가 이야기를 하다 소민이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할까 고민하는 것을 듣고는 소민에게 만약 한국에 가게 되면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했다. 소피가 한국에 가고 싶은 이유는 한국에 대한 관심보다는 가족 여행을 매년 비슷한 곳으로, 니스, 리옹, 파리, 조금 멀리 가면 바르셀로나 정도, 갔기 때문에, 더불어 소민과 소피 가족은 오랜 기간 알아오고 친했으므로, 따라가면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소민은 소피가 함께 한국으로 놀러 가자고 한다면 로랑도 들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소피와 꼭 같이 가자며 어떻게 말할지 이야기했다. 소피는 소민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우면 메시지를 보내거나 편지를 적어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소민은 용기가 나지 않으면 편지를 써봐야겠다고 다짐하며 무슨 말을 쓸지 고민했다.


 일주일을 생각하며 로랑이 읽게 된 편지는 다음과 같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 번도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더불어 엄마와 아빠의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이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한국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내게 없는 한국이 정말 궁금해요. 평생 한국에 사는 것이 아니고 이번 휴가 때 한국으로 여행 한 번이라도 내 지난 기억의 조각들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한국의 문화 역시 흥미로워 이번 기회에 직접 문화를 접해보고 싶어요, 분명 내 그림에 도움이 될 거예요. 또 지난번에 한국에 가자고 했을 때 아빠가 여름휴가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던 것 기억하죠? 이번 여름휴가는 꼭 한국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국을 가게 되면 소피도 함께 가고 싶데요, 소피 가족은 매년 갔던 곳으로 여행을 가서 지루하다고 했어요. 같이 가면 더 재밌을 거 같아요. 이번 여행은 꼭 한국으로 가요 아빠. -소민 올림-

평소 소민에게 편지는 거의 받은 적 없던 로랑은 편지에 담긴 소민의 마음을 읽고 감동을 받는 한 편 자신은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소민에게 한 줌 부끄럼을 느끼고는 저녁 식사 중 소민에게 이번 휴가는 한국으로 가자고 했다. 소민은 아빠 최고라며 로랑에게 안겼고, 소피에게도 한국을 간다며 준비하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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