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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bica Duck Apr 12. 2021

2020년 매일의 기록

07.02.20

지난주 이야기했듯 이번 주는 제가 처음 글을 써야겠다 생각이 든 글로 대신합니다.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이 글은 특히 제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든 만큼 잘 썼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이때만큼 글을 만족스럽게 쓴 적이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글입니다. 짧아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달이 참 예쁘다. 시간은 짧아도 환한 달을 볼 수 있는 하루는 산뜻하다. 하루의 지루함을 빗소리로 달래고 건조한 바람은 그 건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있다. 나는 닫힌 곳에서 오지 않을 것들을 기다리니 이 하루는 갑갑하고 힘들다. 몸은 가만히 있지만 몸은 지친다. 눕고 앉고 서고, 우리의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것들 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할 만큼 나는 커버렸다. 말을 하는 것의 즐거움은 더 이상 내 흥미가 아니고 흥미로운 주제가 내 흥미다. 걷는 것은 내 흥미가 아니고 목적지를 향해 걷는 것이 내 흥미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내 즐거움이 아니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내 즐거움이다. 어느새 나는 이렇게 컸고, 내 마음은 너무나 변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예전을 상상할 수는 있다. 기억에 잠겨 즐거워하느니, 지금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 언젠가 다시 하게 될 반복되는 회상을 위해 좋을 것 같다. 오늘 달은 구름을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가만히 있지만 마음은 움직이고 있는 게 느껴진다. 달도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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