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일기(임신 전)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서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면 …,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하루하루 불안해했는지 모르겠다. 그때의 결과를 나 스스로 예감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
심했던 입덧이 10주 정도를 지나,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8주차가 가까워 병원에서 건강한 아가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작게 생긴 아가의 형체까지 확인하고 온 나는, 내 몸에서 ‘어떤 다른 일’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12주차를 하루 앞 둔 늦은 밤, 퇴근을 하고 돌아온 내게 신랑은 침대에 가보라고 했다. 가보니, 신랑이 그곳에 울 아가의 첫 옷을 펼쳐놓은 것이 아닌가.
‘어머, 귀여워 ….’
신랑은 내가 먹고 싶어 했던 요리를 했고, 이젠 잘 먹어 다행이라며, 잘 먹는 내 모습을 보고 행복해 했다.
그렇게 우리는 머지않은 날, 우리의 아가를 만날 행복한 꿈에 부풀어 하루를 마치는 잠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
나는 배가 이상하게 아픈 느낌에 잠에서 깼다. 한번씩 배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 그 전에도 있었던지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했는데 …, 좀체 배가 아픈 느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점점 더 심해져 가기만 했다. 배 아픔이 어떤 배 아픔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나는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는 …,
변기 위로 왈칵왈칵 쏟아져 내리는 핏덩이들을 보았다.
그때의 나는 외마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오빠 …,"
우리는 새벽, 병원으로 달려갔고, 당직 의사를 한참이나 기다린 우리는 …, 기다린 시간이 참 애석하게도 …
“아기가 없습니다,”라는 단 한 마디의 말을 들었다.
아기가 없다 …, 왜 …….
‘아 ……, 아가를 잃었다는 거구나, 뱃속에서 ……. 아 ……, 아가가, 우리 아가가, 가버렸다는 거구나 …….’
그런데 …, 이상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마음 어느 한 구석이 되려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내 안의 어디에선가 이미 그럴 줄 알았다 …,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날, 그 새벽을 기억한다. 내가 입원한 병실 옆 병실에서 들려오던 아가의 울음소리를 …, 그리고 그 엄마의 행복한 웃음소리를 ……. 하늘이 내게는 강제로 앗아가 버린 그 소리들을 …….
옆에 누운 신랑이 말했다.
“오늘따라 아가 옷을 사고 싶더니 ……. 매번 사야지 사야지 했는데, 아 …, 유독 오늘은 꼭 아가 옷을 사고만 싶더니 …….”
그래, 그랬나보다. 우리 아가가 잘 가려고, 아빠가 사 준 꼬까옷 입고, 멀리, 편히, 잘 가려고 ……, 그래서 울 아가가 입고 갈 옷을, 아빠가 그렇게 사고 싶었었나보다. 바로 그날, 우리 아가랑 작별해야 했던 , 바로 그 날 …….
‘아빠가 사 준 꼬까옷 입고 멀리, 편히, 잘 가렴. 안녕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