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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이제 엄마 Oct 07. 2020

꿈 많던 소녀, 서른셋, 평범한 엄마 그리고 평범한··


'사랑이엄마'는 누구?, <나는 이제 엄마>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                                                                                                                                                                                                                                                                                                                                                                                                                                                                                                                          

처음 내게 신랑은, 그저 심심풀이 땅콩과 같았다.

"헤어져." 라는 말을 전남친에게 던진 후,

이래저래 "너랑은 절대 못 헤어져."라며 

뿌리친 내 손을 잡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전전긍긍 핸드폰에

매달려 있던 나날.


띠리릭- 울려서

핸드폰을 얼른 잡아 보면,

기다리던 구씨의 연락은 아닌,

낯선 남자의 이름 세글자.

이래저래 이 낯선 이름을 가진 남자하고의 

문자 놀이가 아니면, 구씨에게 전화해


"너가 인간이냐."

"너가 어케 내게 이러냐!"

"이 개새끼야, 나가 죽어버렷!!!"이라고

외칠 게 뻔했기에, 나는 줄곧 낯선 남자의

문자 놀이를 받아 주었다.


"내가 그쪽을 많이 좋아하나봐요.

자꾸 생각나요."


신랑과의 첫 만남은 이랬다.

'구씨 때문에 정말 죽어버릴 것 같다.'라고

이 세상 벼랑 끝에서 소리 치고 있는데,

어느 따뜻한 맨손이 내 볼에 흐른

눈물, 그리고 콧물을 닦아주었다. 

"참 예뻐요."

마스카라 범벅에 눈물 콧물 

퉁퉁 불은 얼굴이

예쁘다고?

이상한 사람인데?


그 남자는 자기 자신을 소개하고

계속 좋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상한 사람이야. 보통은

밥 사준다고 만나자고 하는데

계속 문자로만 작업해. 

지금 스카이러브해? 이 사람 수상해.'


"그럼 만날래요? 밥 사줄게요."

"이번 주 바빠요."

"에이···. 만나주지도 않네요."

밥을 사준다는데 ···?

그래, 나는 밥을 좋아하니까 ···!

공짜밥이나 먹고 와야지!

"좋아요. 만나요!"


그날밤, 

"잘 만났어?"라는 친구의 문자에

"음··· 주절주절···."

"오, 벌써 마음을 뺏겼는데??"

"내가????"

"응, 좋아하네. 곧 사귀겠다!"


그리고 정확히 며칠 뒤,

내가 "오빠만 보면 욕심나요."라고 말했던가. 


왜케 이 남자는 또

잘생겨보이는 거야.

아, 나 잘생긴 남자한테 약한데···.


"그럼 내 여자친구 할래요?"

"오~ 좋ㅇ ㅏ ㅇ ㅕ~~~~" >-<


그리고 이 남자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냥 보기만해도 좋았다.

맞다. 분명 그랬던 시절은 있었다.

"오빠, 얼굴이 왜케 작아요.

오빠, 잘생겼어요.

오빠, 난 오빠 팬클럽의 회장이에요.

좋아요. 우리 결혼해요!''


그렇게 3년 동안

한 남자와 동거를 했다.

동거 기간 동안,

'남자와 동거를 한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저 내겐,

예랑이었다. 당당하게 말하고 다녔다.

지금 살고 있는 남자랑 곧 결혼한다고. 


그때부터 내 꿈의 반쪽은,

'이 남자하고의 결혼'이었다.


결혼 ··· 환상적이얏!!


이 남자를 똑닮은 아들을 낳고

평생~ 행복~하게 살거야.


그때의 나는, 결혼만 생각해도

너무 애틋해, 너무 간절했다.


우리는 평생 지금처럼

두근두근대는 심장으로

살 수 있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런데 그건,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진짜 '제대로' 미쳐있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미쳐 있었기에

미쳐 있음을 전혀 몰랐던 나 

우리? 는 2015년 결혼식을 올렸다.


피아노를 꿈꾸고,

춤으로 세상을 재패하겠다는 꿈을 꾸고,

잘생긴 남자 아이를 내 글에

남주로 쓰겠다던, 내 결혼식에는

유명 배우들로 넘쳐날거라던 꿈.


그 모든 꿈들은 어느새

어느날 만난 남자와의 '결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엄마'라는 꿈이 되어 버렸다.

"얘 특이해.","야, 똘아이!"라는

친구들의 애칭을 듣던 나는

아주 저 멀리 아득히.


나는 더··· 조금 더···,

평범해지려고 애를 썼다.

시댁에 예쁨 받는 참한 며느리로 보이기 위해,

큰 싸움 없이 알콩달콩 잘 사는 부부로 보이기 위해,

아이를 가득 아끼고 사랑하고 잘~키우는 

참 훌륭한 엄마로 보이기 위해,


열심히 더 열심히···

그 틀안에 들어오려고 열심히 더 열심히···

나대지 않고, 평범하게 살기 위해.

'평범' 이 되기 위해. 

참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줄곧차게 물어오던,

늘 내 삶의 가장 큰 과제였던,

"난, 무 ㅓ가 도 ㅣ지?"라는 물음에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너무 '간단히' 풀려버렸다.


그래, 정답은,

나대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아내' 그리고, '엄마' 그리고

'며느리' 라는 거지?


'아내, 엄마, 며느리'라는 호칭을 갖고,

평범한 삶을 무탈하게

잘 살아내는 인생.


그게 백점 만점에 구십점쯤은 된다···는

이 생각은 대체,


"누가 내 머리에 주입한ㄱㅓㅇㅑ????"


아이가 갓 백일을 지난 어느 날이었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 차라리 일 하는 여자가 부러워!!"

"야, 이혼해. 당신이랑 더이상은 못 살겠다."

그런 쓰나미가 한번 왔다 갔다. 


근데 이게 왠 걸···.

그 쓰나미는 크고 작게 수시로 드나들었다.

'아, 아이를 낳은 게 왜케 후회스럽지?'

"야, 이혼해!! 당장 이혼해!! 여기 싸인해!!!!

너랑은 끝ㅇㅣㅇㅑ!!!! 진짜 ㅈㅣ긋지긋하다!!!!!!"


내가 원래 이 내 삶에서 원했던 게,

고작 '더는 못 살겠다'고 외치는,

'엄마' 그리고 '아내'였던가?


나는 그냥

 ''ㄴㅏㄷㅐ로 잘 살고 싶은데!''


꿈 많던 소녀,

서른에 '아내'라는 호칭과 함께 

덤으로 '며느리'라는 호칭을 얻고

부록으로 '엄마'라는 호칭을 얻어


서른다섯,

그저 평범한 엄마,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그래도 'ㄴㅏ는, 누구인가.'에 대한

꿈은 아직 져버리지 않았음을

내 한 켠에 뜨거운 가슴으로 느낀다.


ㄴㅏ는 '평범한' 수식어 앞에

다시, '꿈꾸는' 을 붙이고 싶다. 

'꿈꾸는 평범한 엄마, 꿈꾸는 평범한 아줌마.'


그게 바로 ㄴㅏㄷㅏ!


평범할 수밖에 없다면,

평화를 지키는 평범을 살고,

그래도 살아있다면,

꿈을 꾸겠다.

다시, 나는, 꿈을 꾸겠다.


오늘부터 당장, 롸잇나우!

그래서 다시 키보드 위에 두 손을 얹었다.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여기, 지금, 서른다섯,


꿈꾸는 평범한 엄마, 아줌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나와 비슷한, 대한민국의 

많고 많은 엄마, 그리고 많고 많은 아줌마들

그 맨 앞에 서서 메가폰을 부여잡고 외치고 싶다.


"더이상 이대로는 못 살겠다!

물러가라, 골치 아픈 이 내 삶아,

돌아와라, 나의 이팔청춘아!"


다시 한번 나는, 나대는 삶을 살아보련다.

부디, 이번만큼은 쉬이 돌아오는 일 없이,

나댐의 길 저 끝까지 걸어가보길 바라며 ······.


둥당둥당, 어디에선가 어린 여자 아이의

피아노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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