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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Oct 04. 2023

클럽메드 체러팅① 최고의 가족여행지

모든 것을 할 자유가 있고, 모든 것을 안 할 자유가 있다.


추석연휴 기간을 이용해서 가족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급하게 여행을 계획하게 되어 여러 가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올-인클루시브인 클럽메드를 알아봤다. 미리 계획하지 않아도 여행 가서 그저 즐길 수 있는 건 클럽메드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푸켓은 이미 구할 수 있는 항공권이 없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체러팅으로 정했다. 미리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채러팅 후기를 찾아봤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푸켓이나 발리를 주로 가고 채러팅은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유는 체러팅은 숙소가 너무 오래되어 낡았고 개미 등 벌레가 나오는 등 룸 컨디션이 최악이라는 거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나는 클럽메드를 갈 때는 숙소를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잠자는 시간 빼고는 대부분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체러팅의 빌리지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메인 로비와 풀장을 중심으로 양쪽에 빌리지가 쭉 이어져 있다. 내 룸으로 가기 바빴고 더 멀리 떨어진 곳은 가보지도 못했다. 복도를 걸을 때면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났다. 마치 우리나라 옛날 한옥집 마루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방안에는 간혹 개미가 보였다. 새벽에 화장실 불을 켰다가 벌레를 보고 놀라기도 했다. 다행히 그 뒤로 더 보이진 않았다.  숙소가 아쉬웠지만 그 이외의 모든건 정말 좋았다.


"모든 것을 할 자유가 있고, 모든 것을 안 할 자유가 있다"

클럽메드의 슬로건이다. 내가 무엇을 하든 안하든 내 자유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


1. 키즈클럽

만 4세, 7세 아이들을 키즈클럽에 맡겼다. 가기 전부터 스스로에게 굳은 다짐을 했다. 남편과 나, 둘이 즐기는 시간을 꼭 갖겠다고 말이다. 아이가 옆에 있으면 그 어떤 액티비티도 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도 미리 끊임없이 키즈클럽에 대해 얘기했다. 다른 나라 친구와 함께 즐거운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아침 8시 50분, 키즈클럽에 찾아갔다. 아이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소개하고 있었다. 첫째 찬이는 얼른 아이들 틈에 껴서 앉았다. 낯가림이 있는 윤이는 뒷걸음질 쳤다.

“안 갈래. 엄마랑 있을 거야.”

아뿔싸. 큰일이다.  키즈클럽게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설득이 쉽지 않았다. 옆에 있던 남편을 바라보니 이미 포기한 표정이었다. 그럴 순 없었다. 내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될 수는 없었다. 윤이를 안고 아이들 사이에 앉았다. 윤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친구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서서히 내 무릎에 앉혔던 윤이를 살짝 바닥에 내려놓았다. 윤이가 눈치를 채고 싫다고 징징 거렸다. 양손으로 두 어깨를 감싸니 다시 수그러들었다. 서서히 나는 손을 떼었고 옆에 있던 중국인 G.O가 나 대신 손을 윤이 어깨 위에 올렸다. 나는 뒷걸음질 쳐서 뒤에서 숨어 지켜보았다. 조금 후 모두 일어나 어디론가 향했다. 윤이도 포기했는지 그냥 따라갔다. G.O가 나를 향해 돌아보면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야호! 성공이다”

이제 나는 오후 5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내 자유시간 확보의 이유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글로벌 문화를 체험시켜 주고 싶었다. 영어를 쓰는 G.O의 가이드대로 활동도 해보고, 다른 여러 나라 아이들과도 어울려보길 원했다. 아이들의 사고가 현실 반경에만 머물지 않고 좀 더 멀리 볼 수 있기를, 배우기만 했던 영어를 써먹어보고 더 흥미를 느끼기를 바라는 욕심도 있었다. 결국 나는 키즈클럽에 아이들을 3일을 보냈다. 첫날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 첫 번째 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그다음 날부터는 당연한 듯 키즈클럽으로 가게 된다.



2. 젠풀 (ZEN POOL)

남편과 나는 젠풀로 향했다. 클럽메드 오면 내가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이다. 성인 전용 풀장으로 조용하게 운영되어 quiet pool로 불리기도 한다. 채러팅은 다른 리조트와는 달리 숲 속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도마뱀이나 원숭이를 자주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젠풀로 가려면 “Train”이라고 불리는 작은 열차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매 30분 간격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야 했지만, 생각보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아침부터 서둘렀기 때문에 내가 도착했을 때 젠풀에 아무도 없었다. 마음에 드는 베드에 자리를 잡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눈앞에는 바닷가가 보였다. 넓은 풀장에는 나와 남편밖에 없었다. 여유롭게 수영을 했다. 조용했다. 눈치 볼 것도 없었고 수영할 때 내 두 손과 온몸에 맞닿는 건 오로지 물밖에 없었다. 다 가진 느낌, 딱 내가 원하는 거였다. 아들, 딸이 옆에 있었다면 절대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젠풀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도 조용하다. 다들 베드에 누워 책을 읽거나 잠깐씩 눈을 붙인다. 햇빛에 몸이 뜨거워지면 물속에 들어온다. 물속에서도 조용하다. 서로에게 방해가 될게 전혀 없다. 커피와 칵테일, 맥주도 무제한이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단지 중국인이 단체로 올 때만 빼놓고.

남편과 물속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대화했다. 바쁜 일상에서는 서로 여유롭게 대화할 시간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깊은 얘기를 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과 고민,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았다. 부부에게 참 좋은 공간, 젠풀이다.


3. 액티비티

1) 양궁

해보고 싶었던 액티비티는 다 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양궁이다. 지오가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세 발씩 세 번을 쏠 수 있었다.  

"대한민국 하면 양궁이지"

배운 대로 준비 자세를 갖추고 과녁을 향해 쐈다. 첫발은 8점. 두 번째 세 번째는 과녁 밖으로 나갔다. 옆을 힐끗 보니 중국인과 서양인이 나보다 훨씬 잘 쐈다. '에잇. 대한민국 망신이네'

옆 사람이 나보다 잘 쏜다고 기분 나쁠 것도 없고 내가 창피할 것도 없다. 누군가 잘하면 박수 쳐주고 아니면 말고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오로지 내 거만 즐기면 되는 분위기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체험해 보는 양궁이 그저 재밌을 뿐이었다.


2) 테니스

발리 클럽메드에서 테니스 배워본 후 9년 만에 처음으로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beginner 클래스 시간에 맞춰서 갔다. 우리 부부까지 10명이 모였다. 돌아가며 이름을 말했는데 테니스 담당 G.O는 한 번만 듣고 이름을 모조로 외웠다. 신기했다. 45분 수업인데, 1시간 30분 동안 배웠다. 마지막에는 팀을 나눠 경기도 했다. 다들 여유롭게 잘 치는데 나는 급했고 팔에 힘도 딸렸다. 내가 칠 때마다 G.O가 "Lena, relax~~" 외쳤다. G.O는 수업시간 내내 모든 이에게 어떤 점이 부족한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굳이 내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다.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관심을 주니 고마웠다. 나는 다음날 다시 테니스 수업을 받으러 갔다.


3) 암벽등반 (Rock Climbing)

채러팅에서 두 번째로 하고 싶은 클라이밍이었다. 젠 풀에서 쉬다가, 시간 맞춰 옷을 갈아입고 바로 옆에 위치한 클라이밍 체험장으로 향했다.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올라가야 할 곳 앞으로 갔다. 실제로 보니 약간 겁이 났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G.O가 올라갈 때 방법과 주의점에 대해 영어로 설명했다.

"다리를 적당히 들어 올리고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 너무 높이 올라가려다 무릎이 찍힐 수 있다. 손은 어깨 위로 뻗어 짚어야 한다. 얼굴을 돌에 긁힐 수 있다. 내려올 때도 몸이 부딪히지 않게 다리를 쭉 뻗어야 한다."

조심해야 할 것 투성이었다. 하필 짧은 바지를 입고 와서, 잘못하면 다리 곳곳에 상처가 생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점점 무서워졌다. 남편도 설명을 듣더니 내게 하지 말라고 말렸다.

"자기한테 무리인 것 같아. 이거 하지 말자. 잘못하다 다치겠어."

남편의 말에 좀 많이 흔들렸다. 하지만 포기한 후 내 기분이 썩 좋지 않을게 뻔했다. 도전을 포기한다는 게 얼마나 속상한 일인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참 신기하게도 그 찰나의 순간, 내가 읽었던 책 내용이 복합적으로 떠올랐다. '도전 앞에서 두려움과 포기를 권하는 나의 뇌- 편도체를 내가 이기리라, 한 걸음씩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 등 , 혼자만의 대화를 하며 두려웠지만 해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한 발씩 올라갔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기만 할 때는 막막하고 무섭기만 했는데, 막상 한 발씩 내디디니 다음 길이 보였다. 암벽이 꽤 날카로워서 다치지 않게 천천히 올라갔다. 정상까지 가기에는 가파른 구간이 있었다. 꼭 끝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나도 더 욕심 내지 않고 중간에서 멈췄다.

"I wanna go down."

G.O의 가이드대로 조심히 내려왔다. 남편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4. 식사

1) 뮤띠아라 메인 레스토랑

   메인 풀장 바로 옆에 있다. 보통은 아침, 점심, 저녁을 여기서 해결했다. 3개 식당 중 가장 메뉴가 많다. 각 나라별로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어서 충분하고 맛있게 식사할 수 있다. 푸켓과 발리에서는 매끼 한식이 나왔는데 체러팅은 하루에 한 번 정도 한식 코너가 있었다.


2) 에낙 레스토랑

  늦은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하는 곳이다. 레스토랑이 운영되지 않을 때 여기로 오면 된다. 누들과 샌드위치 등 간단한 메뉴가 있다.


3) 렘불란 레스토랑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젠 풀, 세일링, 락 클라이밍 위치와 가깝다. 점심과 저녁만 운영되며, 저녁은 예약을 해야 한다. 저녁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다. 나는 굳이 트레인 타고 렘불란까지 가기 귀찮았다. 메인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매니저가 다가오더니 저녁을 렘불란에서 먹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트레인 타고 가야 하니 손님이 없나 보다. 영업까지 하는 걸 보면. 경험이니까 가겠다고 했다. 메인 레스토랑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주위에 중국이 가족 때문에 너무 시끄러웠지만 말이다.


5. 마사지

체러팅은 외부와 떨어져 있어서 마사지는 클럽메드 안에서만 받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었다. 가격이 꽤 비쌌다. 전신 마사지를 선택하니 우리나라 돈으로 1인당 약 15만 원 정도였다. 숲길을 따라 마련된 독채에서 남편과 나란히 누워 마사지를 받았다. 아로마 향을 맡으며 마사지를 받으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 나는 계속 잠들어 있었다. 15만 원 주기에는 아까웠지만 마사지를 받으며 여기저기 뭉쳤던 근육이 풀어져 좋았다.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웠던 체러팅이었다. 음식도 맛있었고, 액티비티도 다양했다. G.O들은 모두가 친절했다. 우리 네 가족 모두 충분히 놀고 충분히 쉬고 올 수 있었다. 4박 6일의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체러팅은 분명 매력이 가득한 곳이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매일 저녁 공연과 G.O, 촌장님 관련 내용은 다음 편에 적어보려 한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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