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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Oct 08. 2023

클럽메드 체러팅② 촌장의 리더십

글로벌화시키는 리더의 힘


체러팅은 세 번째 클럽메드 여행이었다. 오래된 시설 때문에 푸켓이나 발리에 비해 인기가 없는 곳이다. 최소한 한국인에게는. 여러 후기를 샅샅이 뒤져본 결론이 그랬다. 추석 연휴기간이라 이미 다른 곳은 예약이 꽉차서 어쩔 수 없이 체러팅을 선택했다.


여기서 잠깐 용어 정리를 하자면, 최고책임자는 "촌장", 리조트 상주 직원은 "GO"(Gentle Organizer), 리조트 손님은 "GM"(Gentle Member)라고 부른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9시쯤 리조트에 도착했다. 대략 20명 넘는 한국 손님 앞에서 한국인 G.O가 인사를 했다. 뒤이어 체러팅 리조트의 최고 책임자인 MAX 촌장님이 환영한다는 간단한 인사를 했다. 그동안 다른 리조트에서는 촌장의 웰컴인사는 못 받아봐서 약간 놀랐다. 한국인이 많이 와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다음 날 메인과 멀리 떨어진 - 트레인 타고 숲길을 5분 정도 가야 한다 -젠 풀에서 오전을 보냈다. 수영하다가 베드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누군가 지나가며 " Good morning"이라고 했다. 나도 반사적으로 "Good morning"이라고 말하며 자세히 보니 맥스 촌장이었다.

"어머, 촌장이 여기까지 왔네." 남편에게 말했다.

촌장은 젠 풀에 있는 모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짧은 대화를 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에는 테니스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맥스 촌장이 왔다. 우리가 테니스 하는 모습을 조금 지켜보다가 갔다. 저녁 때는 멀리 떨어진 젠 풀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어느샌가 촌장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하루에 두 번이나 내가 있는 곳에서 만났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진짜 부지런히 다니네."

그동안 발리와 푸켓에 갔을 때는 촌장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G.O들과만 교류했을 뿐이었다. 체러팅 여행을 다녀와서 알아보니, 원래 클럽메드 촌장이 곳곳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나는 이번 3번째 방문에서야 처음 경험 한 거라, 촌장의 행동이 꽤 인상 깊었다.


매일 저녁 9시부터 G.O들이 준비한 SHOW가 열린다. 서커스, 뮤직팩토리, 바야쇼 등 내가 있는 동안에는 매일 다른 행사가 있었다. 클럽메드 G.O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테니스, 양궁, 세일링 등 강습을 해주고 관리하는 액티비티 담당, 키즈클럽에서 아이들 담당, 리셉션, 레스토랑 관리 등 다양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일하고, 9시부터는 공연을 한다. 그리고 12시 넘어까지 매일 댄스파티가 이어진다. 궁금했다.

'G.O들은 언제 이런 공연을 준비하는 거지?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하면 몇 시간이나 잘 수 있는 걸까.'

클럽메드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정말 즐겁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공연은 촌장이 매일 마이크를 잡고 시작을 알리고 끝을 마무리했다. G.O들의 공연이 끝나고 나면 맥스 촌장은 공연을 빛내 준 G.O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그리고 우리는 힘껏 박수를 쳐줬다. G.O 소개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었다. 단체로 인사하고 내려올 수도 있는데 굳이 한 명씩 소개했다. 촌장은 온갖 수식어를 붙여 G.O를 띄워주었고 힘껏 박수를 쳐주었다. 그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공연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 시간 쪼개서 했을게 분명하다. 힘들고 지치겠지만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으면 고갈되었던 힘이 다시 생길 거다. G.O가 계속 힘을 낼 수 있도록 촌장은 최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촌장에게는 리조트를 방문한 우리들 G.M도 중요했지만, 클럽메드를 이끌어나가는 G.O도 굉장히 중요한 존재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G.O들은 모두 항상 밝은 표정이었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우리보다 더 즐거워 보였다. G.O가 즐거우면 G.M도 즐겁다. 리조트 전체가 즐거워진다.

또한 G.O를 소개할 때 어느 나라 사람인지 소개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하다. 자신의 나라를 함께 소개해주는 것도 꽤 의미 있을 거다.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느낌을 심어주어, 자신을 더욱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게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나라의 G.O가 똑같이 대우받고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G.M도 리조트 안에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그렇게 느꼈다.

'아 여기는 글로벌 세상이구나. 강자와 약자가 따로 없고, 적대적이거나 이해관계없이 똑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이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차별을 받은 일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보다는 일본인을 더 대우해 주는 경우가 있었고, 동양인 보다 서양인을 더 대우해 주는 건 허다했다. 하지만 클럽메드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모두가 동등했다. 나는 이건 맥스 촌장의 멋진 리더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클럽메드 회사 자체의 가치관이기도 할 거다. 클럽메드가 70년 넘게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여러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


나는 즐기면서도 배웠다. 촌장의 부지런함과 꾸준함, 그리고 강력하고 선한 리더십은 내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아무리 시설이 낡았어도 나에게는 체러팅이 최고였다. G.O들의 친절하고 열정적인 태도에 모든 액티비티가 즐거웠다. 키즈클럽에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한국인 G.O를 굳이 찾을 필요 없었다. 뭐든 물어보면 모든 G.O들이 천천히 그리고 정확한 영어를 구사해 불편함이 없었다. 밤늦게까지 신나게 즐겼다. 이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있게 해 준 근본적인 힘은 리더로부터 시작된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저런 멋진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주고 즐겁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리더라면 어떤 일이든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거다.  

"모두가 동등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곳" 클럽메드 체러팅에서 리더의 힘은 정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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