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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Oct 14. 2023

저는 서정적입니다.

최근 들었던 기분 좋은 말


내가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챌린지의 오늘 주제는 "최근 들었던 가장 기분 좋았던 말"이다.

요즘에는 주위로부터 거의 매일 칭찬을 듣고 있어서 하나만을 고르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단어가 있었다.

"서정적인 분"

누가 나한테 서정적이라고 했다고 다른 이를 통해서 들었다. 내가 요즘 올리는 인스타 릴스에서 그렇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내가 서정적인가?' 했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내유외강이었다. 책임감이 있었고 겉으로 굳이 약한 척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하고 못 하는 건 안 했다.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는 것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말을 할 때는 요점만 간단히 했고, 상대방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다. 말이 길고 수다스러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벼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받은 영향이 컸다. 말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일이 많으셨나 보다. 어려서부터 내가 밖에서 말할 때 늘 주의를 주셨기 때문에, 내 표현이나 행동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말을 조심하게 하니,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고 신중해 보여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차갑게 보이기도 했다. 겉으로는 이성적으로 보였지만 속은 여렸다. 남들이 그걸 몰라서 내가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나를 잘 알거나 오래 봐온 친구만이 나를 "잔정이 많다"라고 인정했다.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바뀌었다. 짧게 끝나던 말을 좀 더 부드럽게 풀어 얘기했다. 시시콜콜 가벼운 말을 하며 분위기도 즐겁게 만들어봤다.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한 마디라도 더 건네려 했다. 내게 일어난 변화는, 내가 아이를 낳고 아줌마가 되서라고 생각했다. 단지 아줌마가 돼서 오지랖이 넓어지고 말이 많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오늘 문득 아줌마 말고 다른 이유 하나가 더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을 쓰고 있다. 평범한 일상 안에서도 쓸 말은 많았다. 순간의 감정,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글로 풀어냈다. 가감 없이 감정을 글로 분출시키며 펑펑 운 적도 있다. 글을 쓰니, 내 생각을 겉으로 꺼내 놓는 게 전보다 쉬워졌다. 마음은 여렸지만 외적으로는 딱딱하고 차가웠던 내가 조금씩 변해가는 게 느껴졌다. 요즘 사람 만나 대화 도중 툭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람 사는 평범한 일상 얘기 들으면서 혼자 감동한다. 엄마와 딸 사이, 부부 사이, 친구 사이에 그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애잔한 마음이 느껴지면 바로 마음이 몽글해졌다.

며칠 전 웅진북클럽 사무실에 아이 교육 관련 상담하러 갔다. 상담 중 국장님이 잠시 다른 아이 얘기를 해줬다. 평소에 책을 전혀 안 읽는 어떤 아이가 웅진 사무실에 와서 책을 읽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친구사이에 힘든 일을 겪고 있었는데 책 내용이 그 부분에 울림을 줘서 그랬나 보다고.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 얘기를 들으면서 바로 눈물이 고였다. 아이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책 읽다가 울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어머! 어머님! 왜 우세요. 아이고. 어머님 어떤 분인지 알겠네요."

나를 보고 국장님이 놀랐다.

전에는 주위 분위기 신경 쓰느라 내 마음 툭 터놓고 보여주는 게 어색했다. 이제는 느끼는 그대로 표현한다.  나를 감싸는 차가운 공기가 따뜻해지고 있다. 반듯한 선, 삐죽한 직선이 구불구불 해지고 있다.


나는 서정적인 사람이었다. 마음속 꼭꼭 숨겨 두었던 서정성이 글에서, 인스타 릴스에서 나타나고 있나 보다.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미처 몰랐을 "서정적인 분"이라는 표현이 최근 내가 들었던 말 중 제일 좋다.




**그림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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