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는 쓰레기가 맞았다.
1차 퇴고를 끝냈다.
달력을 보니 장장 2개월 하고 일주일이 더 걸렸다. 세 달도 안 돼 끝낸 초고에 비해서 오래 걸려도 너무 오래 걸렸다.
지난번 초고 끝내고 브런치에 글 한 편 적었다. 누구는 초고가 쓰레기라지만, 내 생애 처음 써 본 40 꼭지 초고는 정말 소중하다는 내용이었다.
https://brunch.co.kr/@ssun7780/26
미래에 이 글을 다시 본다면 부끄러워질지 모르겠다고 적었는데... 정말 부끄러워질 줄이야.
퇴고하려고 보니, 초고는 정말 쓰레기가 맞았다.
1장 1 꼭지부터 숨이 턱 막혔다. 도대체 이걸 글이라고 쓴 건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막막했다. 다 적어놓은 A4 한 장 반 분량의 글을 고치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백지에 적는 시간만큼 똑같이 걸렸다. 그다음부터는 퇴고하기가 겁났다. 힘들었던 내 과거가 적힌 내용 또 읽어보기 불편한데, 엉망인 글을 마주하는 건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슬슬 미뤘다. 초고는 매일 썼지만 퇴고는 하루 건너 하루 할까 말까였다. 그래도 40 꼭지 적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할 수는 없었다. 끝은 내야 해서 겨우 마음을 다잡고 꾸역꾸역 책상 앞에 앉았다.
초고 총 5장에서 3장이 넘어갈 때, 20번째 꼭지 즈음부터 퇴고 속도가 빨라졌다. 수정할 게 처음보다 줄었다. "아! 글을 쓰면 쓸수록 는다는 말이 맞는구나!"
글 쓰면서 책도 틈틈이 읽고 글쓰기 수업도 꾸준히 들었다. 배운 걸 적용하다 보니, 읽기에 좀 더 편하고 문장 구성도 더 좋아진 게 느껴졌다. 나중에는 하루에 서너 개 꼭지를 퇴고하기도 했다.
1차 퇴고가 끝나고 2차 퇴고를 앞두고 있다. 1차 때보다는 덜 걸릴 것 같다. 책 쓰기 이제 거의 막바지다. 작년 이맘때, 책을 쓰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올해 새해 계획 세울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요정이 나타나서 작가의 꿈을 꾸게 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게 해 주었다. 초여름에 시작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내가 쌓아 올린 초고와 퇴고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책 쓰기 퇴고를 끝내는 게 내 목표다.
내년에는 책이 출간될 수 있겠지. 올해 노력한 결실을 내년에 잘 맺게 되기를 바란다.
오늘 1차 퇴고를 마치고 자축하는 의미로 글을 적어보았다.
오늘도 나는 나를 칭찬한다.
**그림출처 : pixa 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