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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Dec 30. 2023

2차 퇴고 뒤엎고, 3차 퇴고 부분수술

책쓰기 6개월 대장정


1차 퇴고 후 일주일 정도 휴식을 가진 뒤, 2차 퇴고를 했다.

참고로 예전에 1차 퇴고에 대한 후기를 브런치에 올렸다.

https://brunch.co.kr/@ssun7780/39


2차 퇴고는 약 2주, 3차 퇴고는 5일 정도 걸렸다.

2차 퇴고 시작하자마자 멘붕이 왔다. 

1장 1 꼭지. 읽어 내려가는데 술술 읽히지가 않았다. 게다가 재미가 없었다.

"책 제일 첫 꼭지가 이렇게 재미없으면 안 되는 거 아냐? 이거 도대체 안 되겠는데?"

전체 40 꼭지 중 제일 마음에 안 드는 1 꼭지였다. 내 책의 첫인상이 될 부분이 제일 별로였다.

하긴 초고 제일 첫날과 마지막 날이 두 달 이상의 시간 차가 있다. 글 수준도 분명 차이가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엎고 다시 쓰자!"

부분 수술로도 답이 없을 정도였다.

백지를 꺼내 스케치했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다시 써내려 갔다. 구구절절 늘어지는 설명은 다 잘라내고 압축했다. 핵심내용부터 앞에 뽑아냈다. 불명확하게 적었던 부분은, 숫자를 적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바꿨다.

A4용지 한 장 반 이상 채웠다. 지난 글과 비교해 읽어봤다. 다시 쓴 글이 더 좋았다. 

1차 퇴고까지 끝낸 글을 엎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어떨 땐 수정보다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게 낫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분 흠집 수리해도 골격이 엉망이면 무너진다. 차라리 전체를 갈아엎는 게 훨씬 낫다.


2차 퇴고하고 투고하려고 했는데, 영 찝찝했다. 3차 퇴고를 했다.

"나 두 번 퇴고한 거 맞니? 세상에! 여기 조사 틀리고, 문장도 좀 이상한데?"

3차 퇴고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4장 8 꼭지. 유난히 수정이 많았던 부분이다. 그래도 퇴고한 후 글 잘 썼다고 나름 만족해했다. 

앞에 있는 목차에서 뭐 좀 보려고 스크롤을 올리던 중, 방금 4장에서 내가 썼던 내용과 비슷한 글이 보였다.

"어? 뭐야! 1장 4 꼭지. 이거 뭐야! 왜 똑같은 내용이 여기에도 있는 거야. 오 마이 갓!!!"

단 몇 줄도 아니고 한 꼭지의 절반 이상이 중복되었다. 2차 퇴고할 때 까지도 전혀 몰랐다. 3차 퇴고 때, 그것도 스크롤하다가 발견하다니... 좌절 그 자체였다. 한 꼭지도 아니고 두 꼭지를 손 봐야 했다. 가볍게 3차 퇴고 마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앞에 놓인 같은 내용의 꼭지를 보고 좌절했다. 내 라이팅 코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중복되는 내용은 하나로 몰고, 다른 꼭지에는 새로운 내용을 더 넣자고 했다.

이미 내 삶을 싹싹 긁어모아 넣어서 더 이상 새로운 에피소드도 없었다. 

"하브루타 내용 넣어요. 그거 쓰면 되겠네." 코치가 팁을 줬다.

마침 얼마 전부터 강의 듣고 공부 시작한 하브루타. 초고 쓸 때만 해도 없었던 경험이다. 감사하게도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겼다. 내가 책에 넣으려고 하브루타 시작했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맞춤 내용이었고, 책 내용도 이전보다 훨씬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결국 3차 퇴고에서 두 꼭지를 부분 수술했다. 3차 퇴고 후, 그제야 전체 내용 흐름과 각 구성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아마 4차 5차 퇴고를 해도 수정할 내용은 계속 나올 거다. 하지만 퇴고는 끝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수정할 부분은 끝도 없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이제 투고 준비를 해야 한다. 작가 소개와 출간 기획서를 적어야 한다.

올해까지 퇴고 마치겠다는 나와의 약속은 지켰다. 2023년 내 최대 결실이다.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집필에 힘썼다. 눈 뜨고 있는 시간은 모든 신경이 책 쓰기에 있었다. 운전하다가 갑자기 쓸 내용이 떠오르면 폰으로 음성녹음해서 기록했고, 핸드폰 메모장에도 수시로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삶과 책 쓰기가 하나가 되어야 했던 시간이었다. 

태어나 처음 써보는 초고와 퇴고. 2023년은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도전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끝까지 해낸 나를 오늘도 칭찬해 본다. 

"수고했어.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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