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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Aug 03. 2023

이쁘다는 말이 제일 좋다

농익은 40대 소녀

"항상 생각했지만, 이쁘세요"

카톡으로 대화 중 지인이 대뜸 나한테 이쁘다고 했다. 전혀 예상 못한 전개라 놀랐고 기분이 좋았다. 역시 예쁘다는 말은 그 어떤 칭찬보다도 좋다.


그날 예약했던 미용실에 갔다. 거의 15년 단골이라 원장님과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이였다.

"아줌마가 되니까 오히려 아가씨 때보다 이쁘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 것 같아요. 아가씨 때는 서로 이쁘다고 얘기 잘 안 했던 것 같은데 서로 시기해서 그랬을까요? 아님 말하는 거 자체가 부끄러워 그랬을까요?"

그랬더니, 원장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안 그래도 아까 미용실 문 열고 들어오시는데 너무 이뻐서 놀랐잖아요"

아니 이건 또 무슨 전개지. 그냥 나 기분 좋으라고 얘기하는거일테다. 그래도 듣는 나는 이미 싱글벙글 이었다.


집에 가자마자 남편에게 말했다.

"자기야, 나 오늘 예쁘다는 말을 두 번이나 들었어"

"에이. 아줌마들 커피숍에 모이면 '어머 왜 이렇게 예뻐졌어' 다 이렇게 얘기하더만. 아줌마들은 서로 다 이쁘다고 말하잖아"

"... 말을 말자"

남편의 눈에는 그저 아줌마들로 밖에 안 보일 거다.  남편의 눈에 보이는 나도 그럴까.


나 역시 주위에 이쁘다고 자주 말한다. 진짜 이뻐 보여서 그렇게 말한다. 내 눈에 상대방은 아줌마 아닌 소녀 같은 표정, 자연스러운 미소, 세월 풍파 겪고 우뚝 서있는 자태, 갖은 상처 입으며 성숙해진 내면의 모습이 다 겹쳐 보인다.


10대 소녀보다 농익은 40대 소녀가 참 이쁘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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