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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Dec 04. 2023

남편과 손을 잡고 걸으면,

평생 함께 할 사람


오래간만에 남편의 손을 잡고 걸었다.

12년 전 연애할 때나 지금이나 남편 손은 잡을 때마다 좋다. 따뜻한 온기 가득한 두툼한 손이 내 손을 감싸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남편과 둘이서 길을 걸을 때 손 잡는 건 당연한데, 이 당연한 일상이 아이가 생긴 후로는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다. 평소에는 각자 아이 한 명씩 맡아서 따로국밥이다. 

연애 시절에 남편에게 그랬다.

"나는 나중에 아이 낳아도, 오빠 손은 꼭 잡고 걸을 거야. 한 손에 아이 잡고 다른 한 손은 오빠 손 잡으면 되니까"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었다. 아이가 아닌 엄마인 내가 가운데에 서서 걸어가겠다는 말 아닌가.


집에서도 밖에 나와서도 내 시선은 대부분 아이에게 향한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 진득하게 대화할 시간이 많이 줄었다. 어떤 날은 '남편이 오늘 무슨 옷을 입었더라? 어떤 표정이었지?'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 분명 같이 식사하고 집안에서 함께 했는데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질 않았던 거다. 그럴 때마다 '아차' 싶다. 


아이들은 친정에 잠시 맡기고 오랜만에 남편과 손 잡고 걸으니 옛 기억이 솔솔 떠올랐다.

"오늘 너무 춥다. 우리 연애할 때 이렇게 추운 날에는 만났었나?"

"우리 매일 만났잖아. 추운 날은 물론이고, 내가 장거리 출장 다녀온 날에도 자기 만나러 온 거 기억 안 나?"

이미 10년이나 지났지만 예전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손 하나 잡았을 뿐인데, 머릿속에 연애시절 추억이 꼬리를 물고 연달아 떠오르고 대화도 알콩 달콩이었다. 

남편과 연애하는 느낌이 좋았다.


꼭 교외로 향하거나 특별한 데이트가 아니어도 된다. 손 잡고 집 앞을 걷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바쁜 스케줄 속 아이들과의 전쟁이 다반사인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로도 특별한 힐링이 될 수 있다. 

아이들 키우면 예민해질 때가 많다. 어떨 때는 아이들 때문에 남편과 투닥거린다. 손만 잡아도, 오붓하게 대화만 해도 이렇게 사이가 좋은데 말이다.

오랜만에 손잡고 걸으며 느꼈다. 그동안 얼마나 둘만의 시간이 없었는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아이에게 늘 뒷전이었던 남편과 나. 

이제 좀 더 챙겨 보련다. 평생 함께 할 사람인데, 가장 노력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게 당연하다. 

특별한 방법이 뭐 필요할까. 이렇게 손만 잡고 걸어도 좋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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