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
오늘은 둘째 딸의 다섯 번째 생일이다. 딸을 임신했을 때부터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5년 전 둘째를 임신했을 때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다. 혹여 뱃속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 줄까 봐 매일 먹고 싶은 거 꾹 참고 손가락 수시로 찔러보며 혈당 체크를 했다. 자연스레 나는 막달까지 살이 많이 찌지 않았고 딱 태아가 크는 것만큼만 체중이 늘었다.
임신 말기쯤, 태아의 한쪽 신장이 1cm 이상 커졌다. 신장 한쪽이 막히는 수신증이 의심된다며, 담당 의사는 내게 대학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이미 임신성 당뇨로 예민해져 있던 내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수신증 치료를 위해서는 출산 후에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대학병원에서 정밀 초음파 검사를 했다. 신장 한쪽이 큰 것도 확인했고, 태아 '위'에 뭔가가 있다고 했다.
그게 뭐냐고 자세히 물어보니, 아주 가끔 있는 일인데 이럴 경우 아이가 자주 토할 수 있다는 거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 인터넷 검색을 끝없이 해댔다. 비슷한 케이스가 있는지, 방법은 있는지 찾아봤다.
임신성 당뇨로 시작해서 수신증과, 위에 이물질까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둘째 걱정으로 하루를 가득 채웠다. 남편 붙잡고 왜 이런 일이 우리 아이에게 생겼냐고 하소연도 하고 울기도 했다.
2018년 11월 14일, 저녁을 먹다가 진통이 와서 병원으로 향했다. 몇 시간 진통 후 자정을 넘기고 15일 둘째를 출산했다. 다음날, 병원 간호사가 오더니 '딤플' 소견이 보인다며 추가로 검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딤플이란, 신생아 꼬리뼈 쪽에 움푹 파이거나 털이 보일 때 의심해 볼 수 있는데, 심하면 걷는데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걱정 한가득 이었는데, 딤플까지 하나 더 얹어졌다.
다음날 딤플 검사 결과 정상이라 했다.
출산 몇 주후, 둘째는 복부 초음파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신장'도 정상이고 '위'도 정상이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내 속 태우던 둘째 딸.
벌써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밝고 건강하고 이쁘게 잘 자라고 있다.
내가 씻겨주면, "엄마, 내가 어른되면 내가 엄마 씻겨줄게"
내가 밥을 차려주면, "엄마, 내가 어른되면 요리해서 엄마 줄게"
내가 머리 빗겨 주면, "엄마, 내가 어른되면 엄마 머리 이쁘게 해 줄게"라고 한다.
엄마한테 해주고 싶은 게 참 많은 딸이다.
애교도 많고, 말도 이쁘게 하는 둘째 딸을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게 있다. 지나고 보면 힘든 시간도 다 추억이 된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 그러니 엄마는 희망을 잃지 않고 가면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딸 생일을 맞아, 예전 기억이 떠올라 글로 적어 본다.
**그림 출처 : pixa 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