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리듬 조정하는 법
내 하루는 어떤 감정의 리듬으로 흘러갈까?
바로 지금, 내 감정 시계는 몇 시인가?
글을 일과 중 몇 시에 쓰느냐에 따라 글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전달하려는 내용은 같아도 톤 앤 매너, 어투, 글이 주는 에너지는 다를 수 있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감정은 계속 변한다. 아침에는 하루를 시작하는 설렘을 장착하여 조금 더 진취적인 글이 만들어지고, 밤에는 하루를 보내고 마무리 단계의 차분한 감정을 가지고 자기 성찰의 글로 더 다가간다. 글 한 편 완성하는 것도 이러한데, 내 삶에서 나는 어떤 감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일까?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왜 이렇게 예민해?”
남편의 한 마디를 듣고 나서야 내 기분과 감정을 알아차렸다. 나도 모르게 말을 툭 내뱉고 얼굴엔 인상 가득 찌푸리고 있었다. 이유 모를 짜증이 올라왔고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 상태에서 밥을 차리고 아이들을 챙기면서 올라오는 감정이 내 몸을 벗어나 온 집안을 냉랭한 분위기로 가득 채웠다. 지금 여기 함께 있는 남편과 아이들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다른 일로 감정이 틀어져 있었고 그것은 다시 가족에게로 향했다. 단 한 사람이 내뿜는 감정은 어디까지, 몇 명에게까지 닿을 수 있을까? 덕분에 집 안 분위기 온도 쭉 내려갔다.
에너지의 파장이 가장 큰 것이 감정이 아닐까?
감정은 생각, 일의 효율, 관계 등 여러 곳에 영향을 준다. 또한 감정은 몇 분 아니 몇 초 단위로 바뀌기도 하고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가 없다. 기쁨, 초조함, 불안, 무기력, … 감정은 아주 사소한 자극에 반응한다. 하지만 정작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거나, 알아채지 못한다.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는 한 이것이 내 감정이라고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 그저 현재 상황과 생각, 감정, 말이 뒤섞이고 합쳐져서 행동으로 나올 뿐이다. 감정은 사건, 시간, 사람, 컨디션 등 여러 요소와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때 왜 그런 반응을 했을까?’
돌아봐도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나’, ‘셀프케어’를 중시하면서 ‘감정’이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올라왔다. 감정 코칭이나 감정 일기 쓰기가 보편화되었다. 감정은 내 일부이기도 하고 전부이기도 하다. 하루 기분을 망쳐버리게 하고 주위를 빠르게 전염시키는 것을 보면 그 힘은 강력하다. 감정은 억제하거나 숨겨야 할 것이 아닌 제대로 인식해야 할 대상이다. 감정 인식을 하게 되면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이끌려가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감정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관리해야 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려는 감정을 낚아채서 바라보고 알아봐야 한다. 내 감정을 매일 시간과 날짜별로 기록해 본다. 기록하는 것 자체만으로 내 감정을 인식할 수 있으며 감정 흐름이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감정이란 외부에서 내 안으로 들어오는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굳혀진 나만의 감정 습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며칠간 기재한 감정 흐름표를 분석하는 것이다. 시간이나 장소, 사건에 따라 변하는 감정의 파동을 살펴보고 특히 반응이 커질 때는 언제인지 살펴볼 수 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다. 배가 고픈 것을 잘 참지 못해서, 배고플 때 가장 예민해진다. 신체 에너지가 떨어질 때 감정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이다. 짜증을 낼 때면 남편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배고파? 배고픈 거 같은데? 뭐 좀 얼른 먹어!”
나는 식사 시간 전에는 중요한 회의나 프로젝트는 잡지 않는다. 내 감정 패턴을 알고 있다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게 조절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는 감정과 에너지 흐름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침형 인간은 오전에 에너지가 가장 많은 반면, 늦은 밤에는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진다. 어떤 사람은 아침보다 저녁 이후에 에너지가 올라올 수도 있다. 만약 내 에너지가 최고조일 때 감정이 상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온 힘을 다해 안 좋은 감정을 뿜어내는 파이터가 될지도 모른다. 가장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하지만 최상의 감정과 에너지가 만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의 리듬을 파악하면 삶을 더 효율적으로, 스스로 조율하며 이끌어갈 수 있다. 같은 24시간을 살면서도 더 똑똑하게 만족스럽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전략적인 하루 설계
만약 갑자기 의욕이 사라졌다면 신체 에너지가 떨어져서일 수도 있고, 어떤 상황으로 인해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알맞게 대응하고 행동할 수 있다.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하루의 감정과 에너지의 흐름을 따로 떼어서 기록해 보면 나만의 패턴을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몰입> 책을 쓴 황농문 교수님은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시간이 오전 9시, 밤 9시-11시라고 했다. 이때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내 감정과 에너지, 뇌의 활성도까지 모두 적용한다면 나만의 최고 몰입시간과 최상의 흐름을 가진 일상을 설계할 수 있다. 만약 몰입이 잘 이루어질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면 이 시간에는 내 감정과 에너지는 중요하지 않은 시답잖은 일에 쓰게 되는 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보통 저녁 7시-9시 사이에는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떨어지는 시간이다. 이때 못다 한 일 처리를 위해 책상 앞에 앉아 일하려 노력했지만 결과를 내지 못한 적이 많다. 이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했다는 자책감까지 뒤따라 오게 만들었다.
내 에너지 흐름을 알게 된 후 나는 이 시간을 다르게 쓴다. 침대에 누워 쉬거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공원을 걷거나 달릴 때도 있다. 처진 몸은 달리면서 오히려 에너지를 안에서 생성해 내기도 했다. 심호흡을 하며 내 신경을 온몸에 집중하면 복잡한 감정도 하나로 모아지는 효과도 있다.
에너지와 감정은 리듬을 가지고 있다. 리듬을 조절할 수 있는 지휘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삶을 경쾌한 음악으로 채울 것인지 침울한 단조로 만들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며 내 삶의 리듬에 맞는 실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고착화된 삶의 흐름에서 하나씩 나만의 리듬을 조정해 나간다면 내 삶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오늘 하루 중 내 기분이 가장 가벼웠던 시간은 언제였나?
그 시간에 다시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