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루틴은 '나'를 담고 있나요?

나를 잘 살아가게 하는 것

by 디 마이너 윤미선


“지금 당신이 지키고 있는 루틴은, 누가 만든 건가요?”

“당신의 루틴에는 당신의 삶이 담겨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의 기준을 따라 하고 있나요?”




서점에 가면 ‘루틴’ 관련 책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기 계발, 성장, 성공 이야기에 루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루틴은 꾸준히 해나가기 쉬우며, 삶을 규칙적으로 만들어주고 장기적으로는 목표 달성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틴을 단 하나만이라도 오래 이어 나가는 건 쉽지 않다. 루틴을 잘하는 방법, 함께하는 챌린지, 미션 등 다양한 장치들이 넘쳐나는 것도, 그만큼 루틴 정착이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다.


나 역시 여러 개의 루틴이 늘 내 삶 안에 있었다. 모닝페이지, 달리기, 계단 오르기, 감사일기, 자기 확언하기 등 이러한 루틴을 해내야 오늘 하루 잘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빡빡한 일정을 하나씩 소화해 낼 때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지만 때로는 벅차기도 했다. 모든 루틴을 해내기 위해 하루를 몰아붙여야 할 때도 있었다. 좋은 삶을 살려고 만든 루틴이 오히려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성공하는 법, 부자가 되는 비밀,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 등 삶에 필요한 훌륭한 방법은 차고 넘친다. 몰라서 못하는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이다. 애쓰며 이어나가는 루틴에 대한 성공담이 우수수 나오기도 하지만, 번아웃이나 회의감에 대한 사례도 만만치 않다. 어떤 것이 차이이고 문제인 것일까?


미라클 모닝 열풍이 불면서 대부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시도해 봤을 것이다. 나도 어떠한 계기로 아침형 인간이 되기로 했고 지금까지 5년 넘게 루틴을 이어오고 있다. 기상 시간을 5분만 앞당기는 것도 힘든 일인데, 한두 시간 일찍 매일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함께하는 힘으로 해내보자며 아침 기상을 인증하는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미라클을 맛보아야 할 텐데,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일이 나타나면서 회의적인 시각도 생겼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는데, 그다음은 뭔데? 도대체 뭐가 변하는 건데?’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것이 빠졌다.

각자에게 미라클은 어떤 모습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루틴 안에 ‘내’가 담겨 있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해 보이는 루틴이라도 나의 욕구, 가치, 열망이 담겨 있지 않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방향 없는 노를 젓는 것처럼 그저 목적 없이 애를 쓰며 나아가는 것과 같다.


피곤하고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기, 요즘 유행하는 루틴이니까, 성취감보다는 소진되는 에너지가 큰 것, 아무리 해도 삶에 변화가 없는 것.

이러한 요소가 있다면 그 루틴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 상황 체크를 하기도 전에 이미 중도 포기했을 확률이 높다. 혹은 굳은 의지로 이어나갔다면 나중에 한 순간 번아웃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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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담은 루틴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첫 번째는 루틴의 목적을 다시 살펴본다. '왜 이 루틴을 하려는 거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명확한 답이 나와야 한다. 이유가 분명해야 지속할 힘이 생긴다.

나는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의 달리는 목적이 다르다. 작년에는 ‘마라톤 대회 10km 나가기’가 목표였다. 회사에서 단체로 같이 나가기로 했었으므로 공동의 목표이기도 했다. 주말 아침마다 꾸준히 달렸다. 처음에는 3km부터 시작해서 4,5.. 최종 8km까지 달렸다. 안타깝게도 마라톤 대회를 며칠 앞두고 심하게 감기에 걸려 결국 대회에 못 나갔다. 이후 몇 달을 달리지 않았다. 목표가 사라졌으니까.

올해는 순전히 ‘건강’이 목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느리게 걸으며 몸 하나하나 느껴보기도 하고,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달리고 있다. 이제는 달리는 것 자체가 즐거운 행위가 되었다. 작년처럼 매주 정해진 시간에 몇 킬로를 달려야 한다는 의무감은 사라졌고 오히려 틈날 때마다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달리기는 뗄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목적이 어떠냐에 따라 행동하는 마음과 자세가 모두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내 생활 리듬과 맞추는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 감정 패턴을 점검하여 루틴 실행을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감사일기는 아침에 쓰는 게 좋다고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 쓰는 게 좋다고도 한다. 누구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생활 리듬에 맞추면 된다. 결국 그 순간에 감사를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이니, 내가 쓰는 시간이 가장 좋은 때이다.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거나 큰 행동을 해야만 인생이 멋지게 변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하기 어려운 일은 지속하기 어렵다. 아주 작은 습관이 제대로 뿌리내린다면 확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내 생활 리듬과 맞춰서 내가 큰 힘들이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게 좋다.


세 번째는, 나만의 색을 입히는 것이다. 루틴이 모든 사람에게 다 같은 모습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요즘 필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필사모임에 들어가 함께 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서점에는 필사할 수 있는 책들도 다양하게 있다.

얼마 전 동생 집에 갔을 때 서점에서 봤던 필사 책이 놓인 것을 봤다. 동생은 매일 아침 한 페이지씩 책에 적혀 있는 구절을 따라 쓴다고 했다. 내 경우는 필사를 하더라도 필사 책을 따로 사지는 않는다. 좋은 구절만 모아 놓은 것이 내게는 자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책 한 권 읽다가 마음에 닿는 부분이 나오면 그것을 한 번 더 새기고 싶어서 필사를 한다. 누가 뽑아준 것 말고 내가 직접 선택한 문장이 내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사할 때는 항상 만년필을 사용한다. 나만의 리추얼이다. 이렇게 나와 맞는 방법으로 조절하면 루틴이 더 오래가고 재밌어질 수 있다.

나를 담은 루틴은 지치기보다는 에너지가 지속되며 습관으로 정착할 수 있다. 루틴이 내 삶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비로소 루틴을 발판 삼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단단하게 이끌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루틴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나를 잘 살아가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지금 나의 그 루틴이 1년 뒤 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줄까요?


나는 그 루틴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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