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카드를 쓴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하여

by 조선아 SSunalife

미국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는 2001년 그의 논문에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과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s)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디지털 원주민은 1980년 이후에 태어나서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면서 자란 세대이다. 디지털 이민자는 그 이전에 태어났으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지 않은 세대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는 디지털 이민자에 속한다. 그러나 내 주 업무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서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디자인하는 일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변화해가는 디지털 세계에 관심이 많고 또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서 늘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디지털 원주민 쪽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내가 (나는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사람이 아닌데) 매년 연말이 되면 내게 소중한 소수의 몇몇 사람들에게는 직접 손으로 쓴 새해 카드를 보냈다. 이메일이나 카톡 같은 편하고 빠른 수단이 있는데도 여러 해 동안 지켜온 나 혼자만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는 카드 보내는 전통을 지키지 않았다. 코로나19 같은 비상시국에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우편물 배송이나 운송 등을 줄이는 것도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전 세계가 여전히 혼돈 속에 있다. 그래서 올해도 그 전통을 지키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나의 연말 카드 쓰기 전통이 2년 전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전통도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진화해가려나 보다.


손으로 카드를 쓸 때는 먼저 누구누구에게 보낼지를 결정하고 그 숫자만큼 카드를 샀다. 그런데 나중에 실제로 보내는 카드의 숫자는 늘 반 정도만 되고 매해 카드는 남아돌았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카드를 쓰게 될 때 처음 몇 개는 제법 길게 써내려 간다. 그러나 나중에는 글씨도 삐뚤빼뚤해지고 손가락도 아파오면 하고 싶은 말을 점점 줄이게 된다. 결국 보낼 사람의 숫자도 줄이기 시작한다.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 꼭 손으로 쓴 카드여야만 된다고 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의 전통 수호였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이 있더라도 나는 아직도 내 전통을 아주 버릴 생각은 없다. 세상이 지금보다 더 안전해지면 나는 다시 연말 카드를 사러 쇼핑몰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좀 다른 방법으로 내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한 해 동안 도움을 준 사람들 그리고 변함없이 늘 응원하고 격려해준 가족, 친구, 이웃들에게 커다란 마음의 카드를 보내고자 한다. 손으로 쓸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무한정 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내가 마음을 다해서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면 우표가 붙은 내 연하장이 전달되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이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리라고 믿고 싶다.


내게 늘 따뜻했던 형부가 덜 아프셨으면 좋겠다. 곁에서 보살피고 있는 지현언니가 힘들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내 조카 기환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늘 아껴주시고 안부를 물어주시는 대부 대모님께서 지금처럼 건강하시길 바란다. 올 한 해도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셨던 허 교수님께 고마움을 전하다. 오랜 시간 늘 깊은 우정으로 함께 해온 수원의 정 교수님 그리고 미령 언니 가정을 축복한다. 우리 어머니를 돌봐주셨던 미진 언니 그리고 여사님. 늘 그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나를 지켜줬던 따뜻한 내 친구들을 나는 항상 기억한다. 그들이 외로울 때 나도 그들을 지켜줄 것이다.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넉넉한 공감의 장을 만들어 주는 Supreme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Korea를 나보다 더 좋아하고 만나면 즐거운 Pretty Ladies (나를 제외한 다섯 명)의 여인들과 앞으로도 멋진 우정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SSDmyD 부부모임의 육 작가님, 정 선생님, 노 사장님 댁과의 우정도 늘 감사드린다. Darren과 혜진 씨의 가정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베스트 프렌드인 Tammy가 멋지게 은퇴를 즐기기를 바란다. 내가 아끼는 은성이와 캘로나에 있는 유정이의 결혼 생활이 늘 평온하고 웃음 가득 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후배 정희, 지나 그리고 소정이가 건강하고 세월이 흘러도 늘 가까이서 서로를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재원이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고 그 꿈이 이루어지면 약속대로 내가 밥을 살란다. 멀리 강원도에서 응원해주는 현중 씨에게도 늘 고맙다. 밴쿠버에 계시는 대학 선배님들의 애정에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웃으로 있으면서 늘 챙겨주시는 애경 성님, 부탁만 하면 들어주셨던 서병길 회장님, 그리고 배부님도 내 고마움의 마음 한편에 늘 계신다. 남편 친구 강 원장님 내외분이 지금처럼 늘 밝으셨으면 좋겠다. 골프를 치며 알게된 하 선생님 가족과의 우정이 깊어지길 바란다. 오랜 인연의 제이 지우네 가족이 건강하기 바란다. 늘 유쾌한 캘거리 전 국장님 사업이 번창하길 바란다. 친구 우일 씨가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브런치를 통해 오래전 만남을 다시 어어가게 된 조영미 작가님 그리고 박지향 작가님의 행운을 기원하며...


이렇듯 끝도 없는 마음의 카드를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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