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자!
어제는 날씨가 좋아 남편과 밖에 나갔다가 가벼운 접촉 사고를 당했다. 신호가 바뀌어 출발하는 순간 뒤차가 우리 차를 쿵 박았다. 중형 픽업트럭인 우리 차가 크게 흔들렸다. 그 순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솔 박스에 내 왼쪽 팔꿈치를 부딪혔다.
4차선 도로였는데 우리는 2차선에 있었다. 그래서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우리 차와 뒤차는 오른쪽 옆길로 나왔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서로 개인 정보를 교환하더라도 최소 2미터를 유지하라고 권고한다. 우리가 내리자마자 상대편 운전자는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조수석에는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우리 차량 뒷 범퍼가 깨졌다. 우리는 매뉴얼대로 서로의 운전면허증, 보험증을 보여주고 우리 차량과 상대편 차량의 번호판을 포함해 필요한 것들을 사진을 찍어 두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온라인으로 보험공사 ICBC(Insurance Corporation of British Columbia)에 사고 보고를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비씨주에서는 ICBC가 자동차 보험을 제공하고 운전 면허증과 차량 등록도 담당한다. ICBC는 주정부 공영 기관이다. 비씨주에는 전기, 가스, 복권 등을 포함한 29개의 크라운 기업(Crown corporation)들이 있다. 보험공사는 그중 하나이다. 영국 여왕을 상징하는 크라운 기업이라는 용어는 캐나다나 호주, 뉴질랜드 같은 영연방 국가에서 정부나 주정부가 운영하는 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사고 당시에는 팔꿈치만 아팠는데 집에 돌아와 밤이 되니 두 어깨와 목이 뻐근했다. 그러면서 몸도 서서히 무거워졌다. 아무래도 물리치료나 마사지를 받아야 하나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내가 사고를 낸 것은 아니었지만 안 일어났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하니 갑자기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며칠 전 연말만 되면 작은 일들이 생긴다는 지인과의 통화가 불현듯 생각났다. 그래 나도 연말에 액땜했나 보다고 위안을 했다. 매사에 좀더 조심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지라고 생각했으나 기분은 여전히 언짢았다.
다시 잘 요량으로 침대에 누웠으나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꽉 찼다. 몇 달 전 일이 생각났다. 지금은 해프닝으로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많이 긴장하고 당황했던 일이 있었다. 갑자기 왼쪽 가슴이 아프기 시작했다. 구글을 해보니 여러 증상들이 암 증상과 일치했다. 캐나다에서는 한국처럼 일 년에 한 번씩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 건강 검진이 없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일차적으로 패밀리 닥터(주치의)를 만나고 간단한 약 처방을 받거나 더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면 스페셜 닥터(전문의)를 만나야 한다.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이 누구나 공평하게 병원비를 내지 않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본인이 본인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예방하지 않으면 한국처럼 정기 검진을 통해서 병을 미리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여자가 사오십대가 되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들이 있는데 나는 건강을 너무 자만했던 탓일까 정기 검사 등을 하지 않고 살았다.
상태가 안 좋을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서 여러 자료들을 찾고 읽어보았으나 한 일주일 지나고 나니 별로 불편한 점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의사를 보기로 예약을 잡았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주치의 만나기까지 이 주 넘게 기다려야 했다. 정작 의사를 만났을 때는 평소와 차이가 없었으나 주치의는 혹시 모르니 왼쪽 가슴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는 이틀 안에 나온다고 했다. 검사를 하고도 그 당시 발표 준비며 바쁜 일이 많아서 깜박 잊고 있었다. 보통은 검사를 해서 문제가 없으면 연락을 주지 않는다.
이틀째 되는 날 점심을 먹고 나서 우연히 전화를 보니 주치의로부터 부재중 전화(missed call)가 있었다. 순간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앞질렀다. 회신을 하려다가 잠시 멈춰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 생각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안 좋은 결과를 들을 경우 내가 그날 해야할 일을 더 못 할 것 같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선 그날 꼭 끝내야 할 일을 2시간 이내로 집중해서 끝내고 병원 문 닫기 직전에 전화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일을 하는 중에도 집중이 어려웠다. 남들에게만 있을 줄 알았던 일이 나에게도 생길 수 있구나...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슬픔이 올 수 있구나... 남은 가족들은 어쩌나... 왜 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았는가 하는 자책도 들고... 내 삶에서 무엇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나... 내 인생의 원을 열심히 돌아 이제 반쯤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여기서 멈춰야 하나 등등 많은 생각들로 일을 더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렇게 궁상떨고 있는 내가 싫어서 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주치의가 내 검사 결과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그 메시지를 듣는 순간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고 행복할 수가.... 그날 이후로 나는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들을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 그 시간 동안 나는 나의 나약함을 보았고 건강의 소중함을 깊게 깨달았다.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산업재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에 따르면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만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도 같은 원리일 것이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쉽게 잊어버리지 말고 앞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을 더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났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오늘 아침에 늦게 눈을 떴다. 우리 집 고양이 콜튼은 일어나라고 진즉부터 야옹야옹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미 블라인드가 걷혀있는 창문으로 환한 느낌이 들어왔다. 밤새 첫눈이 왔다. 그렇게 많은 양의 눈이 온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올해 들어 첫눈이다. 나는 아직도 눈이 오면 기분이 좋다. 마냥 걷고 싶고 걸으면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 몸은 여전히 좀 뻐근하다. 그러나 푸른 나무 위로 흩뿌려진 하얀 가루들이 내 기분을 업(up) 시켰다.
그래 어제 사고도 앞으로 더 주의하고 더 조심하고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자. 내일은 꼭 일어나자마자 병원 예약을 해야겠다. 뻐근한 몸을 풀어야 할 것 같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