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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아 SSunalife Dec 18. 2021

한식의 매력

K-food 한식을 요리하다.

요즘 나는 마음이 바쁘고 또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다음 주면 우리 네 식구가 이 년만에 다 같이 모여 단 며칠만이라도 연말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오미크론 상황이 이곳 캐나다에서도 심상치 않다. 오미크론 변종 우려로 비필수 해외여행 자제가 이미 권고되었다. 국내여행도 취소될지는 며칠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캐나다 동부 오타와에 사는 아들이 다음 주 월요일 밴쿠버에 도착하기로 되어있는데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이 각자 생활하다 일 년에 한 번 집을 방문하게 되면 나는 설레고 들뜬다. 마치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기대도 되고 자식이라는 손님맞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때가 내가 집안 청소를 하는 유일 한 때이고 (일 년에 한 번 대청소 ㅎ) 엄마표 따뜻한 집밥의 힘을 보여주는 때이다. 


12월 한 달을 통째로 휴가를 내어 시간을 비워놨는데 난 보통 때보다도 더 바쁘다. 중간중간 이메일 답신도 해야 하고, 피드백받은 논문도 다듬어야 하고, 날씨가 좋으면 남편과 골프도 쳐야 하고, 브런치에 소식도 전해야 하고, 연말이라고 얼굴을 봐야 할 사람들도 있고, 아이들 방도 청소해 놔야 하고,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등등...


무엇보다도 아들은 9일 딸은 4일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문다는데 그동안 무엇을 해 먹나 음식 메뉴를 결정하는 것이 제일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민이 되기도 한다. 작년에는 코비드로 국내 여행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년만에 집을 방문하는데 무엇을 해 먹어야 잘 먹었다고 기억에 남으려나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 외식을 많이 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번에는 가급적 한식을 자주 해서 내 숨겨진(?) 요리 솜씨로 식구들을 까~암짝 놀라게 할 작정이다. 그래서 요새 틈틈이 유튜브와 인스터그램을 보고 요리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다.


나는 한식 중에서 양념치킨, 냉면, 게요리를 좋아한다.

남편은 회나 해산물, 육류, 내장탕, 막창, 순댓국, 감자탕 이런 음식들을 좋아한다.

우리 집 아들은 갈비, 불고기, 수육, 삼계탕을 좋아한다.

우리 집 딸은 한식이라면 모든 종류를 다 좋아하고 잘 먹는다. 처음 먹어보는 것도 "오키, 시도해 볼게요(OK, I will try)" 하면서 먹는다 그리고는 언제나 굿(good)이란다. 아니 소 굿(so good) 아주 맛있단다. 그래서 나는 내 딸이 한식 중 특별히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ㅎ. 내 딸은 한국 문화중에 음식 문화가 단연 세계 최고란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들을 먼저 준비해야겠다. 주말에는 엘에이 갈비를 사서 미리 재워 놓아야 하고 불고기 양념도 양파와 사과나 배를 갈아서 맛나게 만들 참이다. 가급적이면 튀기거나 볶지 않고 찌거나 데쳐서 다양한 나물들을 만들어볼 참이다. 배추도 한두 포기 사서 김치를 만들어야겠다. 고추장을 넣은 된장찌개도 끓여서 발효식품도 곁들이고 생선류도 포함시켜야겠다. 맛은 좀 덜하더라도 건강을 위해서 가급적 염분 사용을 조금 줄이도록 노력해야겠다. 가족 프로젝트로 만두를 함께 만들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다행히도 내가 할 수 있는 한식 메뉴가 꽤나 다양하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는 중국인 비중이 20퍼센트 정도로 높다. 중국에서의 한류의 열풍은 멀리 캐나다에서도 따끈따끈하다. 옛날에는 한국 식당에 한인들이 주 고객이었으나 요새는 중국인들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음식점들을 중국인들이 먹여 살린다는 말도 들린다. 정작 한국 사람들은 집에서 한식을 자주 해 먹기 때문에 한국 식당을 그리 자주 가지 않지만 영양가 높고 다양한 한식의 매력에 빠져있는 중국인들은 한국 식당을 자주 찾는다. 어쩌다 한국 식당에 가서 앉아 있으면 옆 테이블 그리고 앞, 뒤 테이블 모두 중국말하는 사람들일 때도 있다. 동양인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 정말로 다들 좋아라 한다. 공통적인 의견은 대체로 음식이 기름기가 적어서 담백하고 종류가 다양하다는 평이다.


한 두 가지 메인 디쉬(주된 음식) 위주로 먹는 백인 사람들에게는 같이 나오는 여러 반찬들이 신기하기만 한가보다. 최근에는 반찬을 더 달라고 하면 추가 요금을 받는 식당들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반찬 재활용을 없애고 음식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이 방법에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 남편은 음식 인심이 후한 것도 한국 문화의 한 부분이라며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함) 아직도 많은 한국 식당들은 최소한 서너 가지의 반찬들이 나오고 추가를 해도 돈을 따로 더 요구하지 않는다. 처음 한식을 접해보는 서양인 친구들은 "이거 다 무료"냐고 신기해하고 "진짜냐고?" 또 묻는다. 그리고 모든 반찬도 하나의 메뉴로 인식하는지 한 두 가지만 주문을 해도 따라오는 여러 반찬들을 보며 '너무 많다고' 놀라고 '너무 맛있다고' 또 놀라고 나중에는 '너무 많이 먹었다'라고 난리다. 하여튼 한식을 처음 접해보는 친구들과 한국 식당을 가면 다양한 메뉴에서부터 중간중간 재료 설명에 요리 방법 등 이런저런 설명을 하느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나는 정신이 없다.


몇 년 전 내가 한국을 방문한다 하니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돌아온 백인 동료가 한국 가서 꼭 "취매"를 먹어보라고 했다. 난 그때 '치맥' (치킨 + 맥주)을 몰랐을 때다. 순간 '치매'를 어떻게 먹나? 나더러 치매 기운이 있단 말인가? 뭐라고 답해야 할지 어리벙벙했다. 문장이 분명 뭘 먹으라는 말인데... 이 친구가 어떻게 치매라는 한국말을 알까? 아주 짧은 시간 많은 생각들이 겹쳐 지나갔다. 내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그 친구가 "치킨 엔드 비어(chicken and beer)"라고 했다. 그제야 "아!"라고 감잡았다. 그때는 내가 한국 드라마나 한국 프로그램을 잘 접하지 않았을 때라서 치맥이란 단어가 생소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는 치맥 말고 소맥도 있고 과일이 들어간 다양한 소주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전에 친한 백인 친구와 같이 한국 식당에 가서 비빔밥을 먹었다. 나는 평소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기 때문에 보통은 그냥 비빔밥을 선호한다. 그러나 그 친구에게 색다른 경험을 해주고자 그날 우리는 돌솥 비빔밥을 시켜먹었다. 그 친구는 어떻게 뜨거운 돌 안에 밥을 넣고 여러 가지 나물을 얹고 그 가운데 계란을 놓을 수 있냐며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한국의 비빔밥은 멋지다(fantastic)라고 했다. 그날 이후로 그 친구는 "피핌팝(그 친구 발음에 의하면)" 예찬론자가 되었다. 그 친구는 한국 고추장의 매운맛은 단맛이 나는 매우 기분 좋은 매운맛이고 다른 나라의 매운맛은 그냥 매운맛이라고 했다.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한국 고추장에 단맛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ㅎ. 아무튼 그 뒤로도 그 친구가 영국으로 교수가 되어 밴쿠버를 떠나기 전까지 우린 돌솥 비빔밥을 몇 번 더 먹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는데 단점 중 하나가 표준화된 조리법(레시피) 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루는 딸아이하고 영상을 통해서 같이 계란 부침 요리를 하다가 한식의 조리는 모든 사람의 레시피가 다 다르다고 말하고 그것이 단점이다라고 하자 내 딸아이는 오히려 그 점이 한식이 우수한 이유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의 창의력이 음식에서도 나타난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더라. 한국 문화는 모든 것이 자로 재듯 반듯하기보다 둥글고 여백이 있는 문화다.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고 음식 하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같은 메뉴의 음식 맛도 천차만별인 걸 보면 생각하기에 따라서 레시피가 획일적이지 않은 우리 한식의 다양한 조리법이 우리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에 다행히 두 아이들에게 내 요리 솜씨를 한 껏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이 참에 엄마표 레시피로 두 아이들에게 한식의 매력을 흠뻑 알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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