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선아 SSunalife Feb 13. 2022

준비했던 이별. 그러나 슬프다!  

췌장암으로 떠나신 형부

삼 년 넘게 췌장암을 앓아오셨던 형부가 한국 시간으로 어제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오늘 접하게 되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 보낸 카톡 메시지가 20시간이 넘어서야 캐나다에 있는 내게 전달되었다. 슬픈 소식이라 더디 온 것일까?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면 내일 아침 한국으로 떠나기 위한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있거나 아니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이미 몸을 싣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랑했던 형부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마음으로 그리고 뜨거운 눈물로 그를 떠나보낸다. 


고마웠어요 형부! 


3년 전 어느 날 한국에 있는 조카에게서 카톡 문자가 왔다. 


이모, 통화 가능하세요? 


웬만하면 문자로 주고받지 통화하자고 하는 일이 없었기에 조카의 문자에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형부가 췌장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잘해야 3-4개월밖에 살지 못하신다고... 


그랬던 형부가 지난 3년을 넘게 견디셨다. 찾아뵈려고 했으나 코로나19가 왔고 코로나19가 끝나면 찾아뵈려고 했으나 결국 인사를 드리지 못한 채 형부를 떠나보내고야 말았다. 


미안하고 죄송하다. 코로나19라는 이유로 찾아뵙지 못한 것은 분명 핑계와 변명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더라도 살아계실 때 한 번은 찾아뵈었어야 했다. 병상에 계실 때 찾아뵙지 못하고 손 한 번 제대로 잡아드리지 못한 것을 나는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 


나의 둘째 언니와 형부는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결혼을 했다. 말수가 적으셨던 형부는 수다스럽고 웃음소리 큰 나를 참 예뻐해 주셨다. 그는 처제인 나를 많은 언어로 대하기보다 따뜻한 눈빛과 작은 배려 등으로 나를 사랑해주셨다. 내가 두서없이 떠들어대더라도 늘 관심 있게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었으며 내가 좋아하는 바밤바를 냉동실에 한 박스씩 사놓고 나를 기다리시기도 했다. 난 그런 형부가 좋았다. 어떤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형부인 그가 편하고 늘 내 편이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형부를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 어머니께서 그를 좋아하셨기 때문이었다. 생전에 어머니께서는 내게 친딸인 언니보다도 사위인 형부가 더 편하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오 년 전 어머니를 마지막 떠나보내드릴 때 형부는 "어머니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런 그의 슬픈 모습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태평양 건너 어머니 곁을 떠나서 살아도 어머니 걱정을 덜 할 수 있었던 것은 편안하고 배려심 많은 형부가 어머니 곁에 계셨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난 그에게 늘 고맙고 또 감사했다. 


그와의 이별은 지난 삼 년 내내 언젠가는 올 거라는 예견된 이별이었다. 그가 떠나면 혼자 남을 언니를 위해 내가 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왔다. 그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슬퍼하기보다는 더 이상 아픔이 없는 곳으로 가시게 되어 축복하리라 마음으로 준비를 해왔지만 이별은 결국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형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의 이별을 천천히 준비할 수 있도록 넉넉한 시간을 주고 가셨다. 삼 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그와의 준비된 이별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인 줄 알았는데 슬픔의 무게는 시간과 상관없나 보다. 그와의 이별 앞에 많이 슬프다. 내가 이리 슬픈데 우리 언니는 어떨고.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그와 함께 했던 수많은 기억들을 생각하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한 가지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면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서 당신이 좋아하셨던 사위를 다시 만나보시겠구나 하는 것이다. 어머니와 형부의 사이가 생전에도 좋으셨지만 고통도 아픔도 없는 하늘나라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으실 거라 믿는다. 어머니께서 저 먼 하늘나라 어느 별에선가 혼자 외로우실까 걱정이 들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형부가 어머니 곁을 든든하게 지켜드릴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형부, 하늘나라에서 울 엄니 뵙거든 막내딸 잘 살고 있다고 전해주세요!


반평생을 살았으니 이제는 이전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준비해야 할 텐데 난 아직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 

https://youtu.be/K-4442RtBaY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이란 이름으로 다가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