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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아 SSunalife Aug 30. 2022

눈이 좀 이상해요!

고양이. 결막염. 눈병. 동물병원. 캐모마일

며칠간 몸이 좀 무겁다고 느껴졌다. 특별히 신나는 일도 없고 낮에는 졸리기만 하고 눈도 가끔 답답했다. 눈물 양도 많아지고 눈곱 색깔도 붉은색이다. 엄마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지만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콜튼 어딨나? 요새 잠을 많이 자네!


엄마가 낮에 불쑥 나를 찾았다. 코비드로 집에서 일하는 날이 많아진 엄마는 "콜튼"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는다. 요새는 어쩐지 엄마에게 냉큼 대답하기도 싫다. 여기저기 나를 찾던 엄마는 누나 방 창문 옆에 있는 나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잠이 덜 깬 내 얼굴을 마구 쓰다듬는다.


'아, 참, 나... 귀찮다고라... 쫌!' 내가 한쪽 발로 엄마를 밀어내려고 할 때, 엄마의 목소리 톤이 갑자기 올라갔다. 


어머, 콜튼 눈에 피가...


엄마는 나를 꼭 부둥켜 안고 눈 여기저기를 살폈다. 내 눈 안쪽이 빨갛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엄마는 전화기를 들더니 병원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예약을 잡았다. 엄마는 나를 몇 번이고 쓰다듬고 미안하다고 했다. 당최 뭐가 그리도 미안한지 알 까닭이 없었다. '정말 내 눈에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걸까?' 엄마 극성 때문에 나도 속으로 응근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는 컴퓨터 앞에 앉더니 이것저것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내 눈에 관한 내용인 것 같았다. 그러다가는 나를 다시 찾아와 아프냐 묻고 미안하다고 주저리주저리 많은 말을 하고 갑자기 엄마가 훌쩍대기도 했다. '거 참... 대략 난감을 이럴 때 써먹어야 하나...' 


드디어 의사를 만나기로 한 날이 왔다. 엄마는 주차장에 있는 내 유모차를 꺼내서 나를 태우고 병원까지 걸어갈 심산이었다. 병원은 집에서 한 10분 걸어가면 된다. 엄마는 걸어가는 내내 나더러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눈이 좀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엄마에게 나의 상황을 뭐라 설명할 길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우선 내 몸무게를 쟀다. 엄마는 병원에서도 기회만 있으면 "콜튼 걱정 마"를 반복했다. '도대체 뭘 걱정하지 말라는 건지...' 어쨌든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달갑지 않으나 만약 내 눈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가 빨리 없어져서 우리 엄마가 덜 걱정했으면 싶었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라고 하자 나와 엄마는 안으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무슨 일이냐 묻고 엄마는 내 눈에서 붉은색 눈물이 나왔고 눈곱도 늘었다고 했다. 그리고 눈 흰자위가 충혈되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눈 여기저기를 뒤집어 보고 엄마에게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했다. 나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우리 엄마는 알아듣고 하는 소리인지 아님 그냥 궁금한 게 많아서인지 자꾸 어쩌쿵 저쩌쿵 질문을 했다. 내가 이 병원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의사 선생님도 우리 엄마만큼이나 말이 많은 것 같다. 나 같은 애들을 하루에도 수도 없이 볼 텐데 그냥 문제가 뭐다 한 번에 쏴악 얘기해주면 좋을 텐데 우리 엄마가 뭘 안다고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늘어놓기 일쑤다. '아아... 난 크게 아픈 곳도 없는데... 그냥 집에 가고 싶구먼...' 


의사 선생님이 엄마에게 뭘 해야 한다고 하자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내 눈에 무언가를 넣었다. 의사 선생님은 형광 녹색 시료(fluorescent green)를 내 눈가에 넣어 내 눈가에서 코로 통과하는 관이 제대로 열려 있고 작동하는지 확인해본다고 했다. 이 검사로 내 각막(cornea)에 상처가 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나타난다고 한다. 다행히 선생님은 엄마에게 눈에서 코로 이어지는 관이 열려있고 적절하게 배수되고 있다고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처방은 이러했다. 


캐모마일 티백을 보통보다 두 배로 진하게 우려낸 물에 깨끗한 헝겊을 적신 다음 내 눈 부위를 하루에 두세 번 조심해서 닦아주라는 것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일단 이 방법을 며칠 해보자고 했다.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진료비가 왜 이리 비싸냐고 했다가 아니다 우리 콜튼이 좋아진다면야 그게 얼마든... 이랬다가 저랬다가 잠시도 입을 가만두질 않았다. 엄마는 집에 돌아와 아빠를 보자마자 아빠에게 캐모마일 차를 사 오라고 심부름시켰다. 아빠는 나갈 일이 생길 때 나중에 사 오겠다고 했으나 엄마는 의사 선생님이 바로 하지 않으면 상황이 많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바로 사 오라고 떠밀었다. 아까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다급하게 말하지 않았는데 우리 엄마는 아빠한테 상당히 심각하게 말했다. 허기야 뭐든 말하면 그 자리에서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이니 엄마 심부름을 바로 들어주는 게 아빠도 신상에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엄마의 엄살에 내 눈이 정말 많이 심각한 줄 알고 약간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는 웬일로 그 무거운 궁둥이를 바로 들고나갔다. 


잠시 후, 아빠가 사 온 캐모마일 티백을 넣고 엄마는 정성스럽게 우려서 식혔다. 그리고 나의 눈을 천천히 닦아주었다. 나는 싫다고 몇 번이고 엄마의 팔을 뿌리쳤지만 엄마는 그 특유의 수다로 내 정신줄을 쏙 빼놓았다. 내 눈을 한 3-5번 닦아주면서 "이젠 다 됐다"를 한 열 번도 더 반복한 것 같다. '다 되기는 무쉰... 하여튼 우리 엄마 허풍과 수다는 알아줘야 한다니깐...' 


그런데 세상에나. 이런 마술이 또 있을까? 단 이틀간의 엄마의 캐모마일 치료로 나의 답답했던 눈은 믿거나 말거나 한결 편해졌다. 엄마는 내 눈에 충혈기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얼쑤 좋아라 했다. 엄마는 하루만 더 닦자고 나를 설득했고 나는 엄마의 정성에 못 이겨 하루만 더 참기로 했다. 눈곱의 양도 줄고 정상으로 돌아온 듯했다. 


엄마는 나의 결막염 치료에 캐모마일 차가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나 보다. 안약이나 다른 약물 치료가 아닌 허브차로 효과를 봤다는 사실에 상당히 흥분된 것 같았다. 아마도 내 증세가 초기여서 효과가 컸을 수도 있다. 나를 매일매일 세심하게 나를 챙기는 엄마가 아니었으면 내 눈이 더 나빠졌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지나친 관심에 사실 엄마가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오늘날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은 엄마의 깨알 정성이 반이고 내 응아를 치우고 내 밥과 물을 챙기는 아빠의 성실함이 반일 것이다. 엄마 아빠가 덜 걱정하도록 나도 나 자신의 건강 돌봄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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