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이라, 그거 어딨더라

함께 찾아봅시다. 성취감.

by 별썽

퇴사를 고민하다 직장에 남기로 한 동료가 어느 날 내게 물었다.

“차장님, 퇴직하면 성취감은 어떻게 느낄 수 있어요?”

그 질문에 아무 대답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이기도 했고. 남기를 결정한 사람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그 은행에 계속 남아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을 때, 내가 해냈구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냈다는 거시적(?) 성취감을 느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한편으론 나도 궁금했던 것 같다. 퇴직 후엔 어떤 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


직장에서의 성취감은 타인의 인정이었다면, 백수의 성취감은 내가 나를 인정할 때 온다.

나만 채점할 수 있는 내 성취감. 책 한 권을 읽고 읽은 책을 기록하거나, 오늘의 산책을 완수하면서 찍은 나뭇잎 사진 한 장에도 성취감은 남는다. 꼭 해야 할 일은 없지만 스스로 할 일 목록을 만들고 그 사소한 일들을 하나씩 지워갈 때 기특함 같은 것들이 백수의 나를 채운다. (다만 칭찬은 알아서 셀프로 해야 한다. 나를 칭찬해 줄 사람이 나 밖에 없다.)

서툰 붓질로 수채화 한 장을 완성했을 때 그 몰입하는 시간과 결과물도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직장인의 성취감과 무직자의 성취감은 결이 다르다.

다만 이제 나도 뭔가 좀 그럴싸한 성취감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리고 가끔 그녀에게 궁금하다.

당신의 성취감은 안녕하냐고...

부디 늘 안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