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지요

직장이 아니라 내가 아까운 거죠.

by 별썽

사촌 동생의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은행을 퇴직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어른들은 아까운 직장을 왜 그만뒀느냐고 안타까워하셨다.

그러게요하며 그냥 웃음으로 대답했으나, 웃음 속에 내 진짜 대답은

'내가 아까워서 나왔어요...'


그냥 웃지요


왜 사냐건 웃지요. 중학교 교과서였나?

왜 사냐건 다음에 들어갈 말은 무엇인가. 괄호를 채우거나 객관식 답을 찾아 쓰면서 그 나이엔, 도무지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어려워서 시험문제로 나오는 건가 보다 했는데, 나이 들면서 순간순간 ”그냥 웃지요 “가 딱 맞는 상황들을 자주 만난다. 말보다 단순한 웃음, 웃음 뒤에 나만 아는 내 마음.


누군가 또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머릿속으로 생각해 둔 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멋없이 구구절절 감정을 담아 설명해 버렸다. 그래서 구질구질 해졌다. 그냥 웃을걸 그랬다.


사실 난 지금이 좋으니까.


퇴사란, 한때 전부였던, 아주 작은 세계에서 나온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된 게 아니라, 더 큰 세상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회를 발견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어딘지 조금씩은 달라지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중이다.

그 어색함에 가끔 놀라고 당황하지만, 과거가 아닌 현재의 나를 계속 깨우쳐 간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나라고 확신하면서. 오늘도 그냥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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