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995년 겨울 신입직원 연수원에 발들인 첫날부터 퇴사는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꿈이었다. (다들 그렇죠?)
입사와 동시에 품은 퇴사의 꿈.
퇴사만 꿈이었던 것은 아니어서 하루하루 내 자리에서 내 일을 해치워내며 만 21년을 버티고 살아냈다.
일하는 내 모습이 좋았고, 쓸모 있는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매일매일 사표를 가슴에 품고 출근하지만 진짜 퇴사는 정년에 하는 걸로나 알고 있던 어느 날 내가 하루를 살아내는 기분보다 겨우겨우 하루를 억지고 버텨내고 있는 기분이 압도했다. 숨이 막혔다. 미래가 안보였다.
조직 안에서 성장하는 기분이 멈췄다. 나를 갈아서 일하고 있구나, 이러다 나를 잃어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신중하고 과감하게 퇴사를 결심했다.
직장인으로 미래도 안보였지만, 자연인으로서의 미래도 없었으니까. 대책 없는 퇴사이기도 했다.
집안 일도 회사처럼 일이라 생각하면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살림은 글렀다. 살림은 학습의 영역이 아니라 재능의 영역인가 보다. 회사를 그만두면 주부가 되는 줄 알았는데, 그냥 무직자가 되었다.
모르겠다. 안 되는 살림을 붙잡고 자책을 하느니, 나를 공부하는 시간을 갖자 생각하고 지내고 있다.
그래서 나, 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게 잘하고 있는 건가는 조금 아리송하다.
입사 때부터 시작된- 모든 직장인의 꿈- 퇴사의 꿈은 이뤘지만,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은데...
타인의 시선과 이해 안에 존재하고자 하는 내 자존감? 자존심이 나를 무너뜨리려 한다.
생각을 정리할 지면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