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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썽 Jun 26. 2023

글쓰기와 뒷담화 사이

와우…

쓰고자 하는 욕구.

읽히고 싶은 마음.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뭘 쓸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살아온 삶이 평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내 감정과 사소한 내 철학들은 정제되지 않아 내 무식함과 미숙함을 들킬까 봐 적을 수 없다. 여전히 난 미숙하고 내 안에 텅 빈 생각들은 언어로 만들어지기엔 내 언어력이 매우 열악하다.


남이 쓴 글을 읽고 내 마음과 꼭 같은 마음을 느끼면, 그래 이거구나. 내 마음이 이거였네. 표현력에 감탄을 느끼며 위로를 받고, 나와 다른 삶 혹은 큰 아픔을 겪은 글들을 읽다 보면, 복잡한 마음을 글로 붙잡고 사는 그 사람의 필력과 단단한 마음에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다. 앞으론 다 잘됐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을 보내게 된다. 글쓰기와 숨쉬기를 멈추지 않기를. 지금까지의 고난을 극복하고 빛나는 인생을 글로 더 빛내달라는 마음을 담아 좋아요를 꾹 누른다.


여전히 쓰기에 자신은 없지만,

글이란 것도 일종의 물과 같아서 글자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고, 글을 쓰는 순간부터 누구나 그 치유적 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박미라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


용기를 주는 문장을 만났다. 그 용기를 까먹기 전에 적어둔 글들을 발행해 본다.

 ‘읽는 사람’으로  브런치에서 타인의 글들을 읽어가며 브런치의 언어를 탐독할 때 느꼈던 브런치의 세계는 지금처럼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때 브런치는 책 보다 흥미 있는 글들이 꽤 있었다. 구독기능도 몰라서 매번 작가이름을 검색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 자신을 마주 보고 부모와의 갈등. 학대당한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어른이들의 글들을 읽었었다. 부모와의 절연을 통해 독립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들. 그렇게 심오한 상처를 마주하는 글들을 읽으며 내가 글로 채우고 싶었던 내 마음들은 불행이나 불운이 아닌, 지나친 자기 연민에서 오는 부족함이라 깨달았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과거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자고 마음먹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내적 성장통의 고통은 사라졌다.


 궁금함에 브런치 작가등록을 했고(좀 됐다) 생각보다 쉽게 수락이 되어서 글감에 대한 고민이 생겼었었다. 이럴 때 난 회피한다. 한동안 브런치를 잘 안 봤다.

 

그러다 최근 속성 독립출판 수업을 듣고, 인디자인을 배웠다. 나는 컴맹인지라 문서 작업이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였나. 책은 만들고 싶고, 문서작업은 어렵고, 사실 내 글이 책이 된다 한들 읽힐 글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어서 읽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다시 브런치를 기웃거린다.

 

오랜만에 들린 브런치는 메인 글감이 바뀌었다.

이혼과 퇴사. 밥벌이의 슬픔과 기쁨. 직업이나 현실에세이가 많이 늘었다.

재미있다. 브런치에도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넘친다.

쓰려고 들어왔다가 한동안 읽고 또 읽었다.


남과 다른 경험을 담아 흥미를 유발하는 글도 있고, 남도 알고 나도 알 만한 경험에 감정을 담아 공감을 유도하는

글들도 있다. 흥미를 유발하는 글도, 공감과 감동을 주는 글도 쓰는 이에겐 치유가 되고 읽는 이에겐 위로가 있다.


그러나, ‘소심한’ 나는 상사의 뒷담화가 담긴 글들을 발견하고 뜨악했다. 이게 뭐지. 이런 건 어떤 치유가 있을 수 있나. 폭로에서 오는 해소감이 있나?  흐르는 말도 아니고 글로 박제를 한 뒷담화라니…(사실 말로 하는 뒷담화는 나도 소질이 많이, 아주 많이 있다)  생각보다 뒷담화를 소재로 하는 글이 많음에 한 번 더 놀랐다.  사는게 다 비슷한 탓일까. 좋아요가 많다…


궁금하다. 독자의 자격으로 브런치를 읽다가 작가가 누군지 특정이 되고, 그 글 속에 뒷담화로 박제된 자신을 발견한 글 속 어떤 상사의 반응이 궁금하다.

자신을 발견한 상사도 브런치 작가인 상상도 해본다.


어쨌든 나는 좀 무섭다.

뒷담화도 문학(?)이 되는 글이 좀 무섭다.

부디 걸리는 일은 없기를.


*뒷담화를 험담으로 수정하라는 맞춤법 검사기를 무시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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