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썽 Jul 05. 2023

작가님이라고요

나는 작가다

창작공간 이용작가 모집이라는 공지가 눈에 띄었다.

작가는 아니지만 뭐라도 적고 싶은 나 같은 사람에게 공간이 생기면 나도 쓸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 신청했다.

되면 고맙고 안 돼도 크게 상관없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 자꾸 되새기게 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일단 아무것(신청)을 했고, 아무 일(선정)이 일어났다.

석 달짜리 내 책상이 생겼다.

공간하나에 책상 두 개.  혼자 있으면 이도저도 아닐 나에게 둘이 있는 공간이 더 바람직하리라.

비행기를 타도 창 측이 좋고 기차를 타도 창 측이 좋은 나는 창작공간 2번 방의 창가자리에 배치받았다. 순전히 뽑기 운이었다. 작가선정도, 창가자리 배치도.  창가자리를 보는 순간 너무 맘에 들었다. 뭐라도 써낼 수 있겠다는 마음.  3개월 동안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의 힘을 믿는 내게 이 3개월은 어떤 의미의 시간이 될지 무척 궁금하다.


기획이라는 걸 해보자.

공간도 없고 의무도 없었던  나의 무지렁이 같던 글쓰기를 청산하고, 컨셉과 방향을 잡아보자.

읽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다면 , 그저 쓰고 싶은 글을 쓰면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또 보고 싶은 어떤 그런 걸 만들어보자. 그게 물성을 가진 책이 될 수도 있고, 형체 없이 인터넷에 떠있는 브런치 북일 수도 있다. 아직 아무 결과물이 없는 내게 호칭이 생겼다.

“작가님“

창작공간에서는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신다. 감개무량하다. 작가님이라니... 가족이나 지인이 놀리듯이 부르는 작가님이 아니라, 낯선 타인이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브런치 <글발행안내>에서 온라인으로 작가님이라고 부를 때도 간지러웠는데, 공간 담당 공무원이 백수인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데스크에 있는 주무관님도 웃으며 작가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고 묻는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작가라고 불리기는 너무 몰염치하니... 쓰자.


오늘따라 하늘이 무척 예쁘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 떠다니는 여름하늘이다. 하늘은 타임랩스로 담고, 나는 이 하늘을 눈에 담는다. 오늘 작가님으로 첫 글을 쓰는 이 마음을 예쁜 하늘과 함께 저장하게 되어 기쁘다.

어젯밤처럼 태풍같은 비가 쏟아졌다면 뚜벅이인 내가 그 비를 뚫고 여기 이 책상에 앉아 작가로서의 마음을 다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습도 높은 집 거실소파에 누워 핸드폰과 책을 번갈아 보고 있었겠지.  인스타를 그만 들여다봤으면 하는 마음이 큰데, 인스타가 아니었으면 이용작가모집 공고도 못 봤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두 개의 마음이 충돌한다. 인스타 따위 그만 보고 내 삶을 살자 vs 정보는 인스타에 다 있다.  알고리즘을 타고 취향까지 찾아 공략해 주는 이 정보들 때문에 인스타 끊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인스타를 시간 소비용으로 쓰지는 말자. 그 시간을 쓰느니, 그 시간에 글이라도 몇 자 더 쓰자는 작가의 마음을 다져본다.


나는 작가다.(아니 남이 그렇게 불러줬다는 말이다. 작가가 뭐 별거냐고 물으신다면, 나한테 작가는 별거다.)

유령 작가가 되지 않기 위해 쓰고 쓰자.




매거진의 이전글 여기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