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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썽 Jul 09. 2023

쓰고 싶다는 욕망과

태도의 문제


글을 쓰겠다고 한 이상, 은유적이고 감각적인 글쓰기가 하고 싶은데, 내가 쓴 글을 내가 다시 읽어보면 유치한 직설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기의 느낌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읽고 싶은 글인가… 읽히는 글이 아니라면 내가 쓰고 싶은 걸 쓰자고 마음먹었고, 내가 쓰고 싶은 건 평이하면서도 은은하고 따뜻한 문장이다.

정여울 님의 에세이나, 이슬아의 산문. 브런치 은수 작가님처럼 깊은 글을 쓰고 싶다.

깊은 글을 써내는 내공은 결국 다난한 삶을 통한 고찰에서 온다는 걸 타인의 글을 읽으며 또 깨우친다. 무료한 삶에 글쓰기라고 분류했듯이, 내 삶은 무료하고 단순하고 평범하다.


가끔 나도 헷갈리는데, 내 삶이 정말 무료한 건지, 감정의 기복을 겪는 나를 견디기 싫어 애써 감정을 통제하며 좋게 좋게 대체적으로 다 좋게 생각하고 넘겨버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다 마음에 작은 가시 하나 돋아나면 신경을 안 쓰려고 애를 써봐도 가시는 결국 곪아서 터질 때까지 내 맘을 괴롭힌다. 괴롭힘을 못 견디는 게 아니라 괴로운 마음을 못 견디는 내가 한심해지면서 자기혐오가 생긴다.  자기를 혐오하는 마음을 혐오하므로, 꼭 해결해야 하는 일이나, 어쩌지 싶은 큰일이 아닌 사소한 일들에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싶지 않으니 애써 빨리 포기하고 이게 차라리 잘 된 일이라며 마음단속에 들어간다. 그렇게 처리해서 삶의 평화와 그 무료함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간 자기의 글이 쓰고 싶어 질 거라는 책 속의 말을 읽을 때만 해도 내가 뭔가 쓰고 싶어질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 싶다.

뭔가를 쓰겠다고 기웃거리는 지금도 읽는 일이 훨씬 더 좋으므로 읽는 일에 더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문제는 핸드폰인데......


핸드폰 이용시간을 통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폰의 스크린 타임 기능을 사용했으나, 늘 정한 시간을 넘겨 핸드폰을 쓰고 있어 죄책감만 늘어갈 뿐 시간 통제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너무 많은 게 문제다. 핸드폰은 스마트하지만, 그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는 점점 더 스마트와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에 사로 잡혀있고, 요즘은 브런치에 보석 같은 글들을 읽어내느라 핸드폰 이용시간이 더 늘었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스마트한 휴대폰의 알고리즘은 내 생각도 읽는 걸까. 메모패드를 사기 위해 쿠팡 앱을 열었는데 “지금 이 상품이 필요하신가요?”라며 핸드폰 잠금 상자를 추천해 준다. 시험기간이면 핸드폰을 락앤락 통에 담아 본인의 손에 닿지 않을 안방에 갖다 놓던 큰 애 생각이 났다. 휴대폰에 대한 금욕을 멈출 수 없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위안과 어느새 시대가 발달(?)하여 락앤락 통을 뛰어넘는 휴대폰 금욕상자가 개발되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글쓰기 고민을 하다가 휴대폰 이야기로 샜지만, 휴대폰 사용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이도 저도 아닌 내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일기 같은 글을 쓰지 말자며 다짐해 놓고 일기처럼 마감해 본다.


오늘부터 밤 10시 이전엔 일없이 핸드폰을 보지 말지어다. 하는 다짐을 브런치에 적어본다.


갓생을 살자는 거창한 마음은 아니다. 지금과 다르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지금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핸드폰을 보는 동안 혹사되는 내 눈과, 시간을 아끼며 그 시간에 내 영혼을 살찌우는 시간을 보냈으면 바람을  갖는다.

내가 쓰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이유도 나란 사람이 지금보단 조금 더 근사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마음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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