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그림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림을 배워본 적 없는 아줌마가 평생교육원에서 드로잉과 수채화의 기초 수업을 듣다가, 그대로 몇 년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 그리기에 흥미를 못 느꼈다면 진작 포기했을 텐데, 훌륭한 선생님과 좋은 공간을 만난 덕분에 재미가 귀찮음을 이겼다.
기초 없이 그림을 그리다 보면, 왜 입시 미술이 필요한지 조금은 알게 된다.
반복적인 그리기 훈련이 돼 있는 학생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구도와 스케치들을 척척 해낼 텐데,
기본기 없는 상태로 그때그때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따라 그리거나, 지도를 받으며 그리고 있다. 최대한 스스로 해 보려고 노력 중이긴 하다.
선생님의 시범을 눈앞에서 보고 들어도, 내 손으로 직접 표현해 보면 그 느낌이 아니다.
아, 이렇게 그리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그려져 버렸네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입시미술을 해야 하나? 는 마음도 잠시 스쳤었다.
언제나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하는 나는 지금 내 나이에 몇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그림 훈련은 관절이 망가질 거라며, 금세 핑계를 하나 만들어 낸다.
어쨌든 그려놓고 보면, 원하는 대로 그려지지는 않았더라도, 자꾸자꾸 보면 정드는 그림이 된다.
어떤 이들은 내 그림만의 분위기가 있다는, 내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고는 썼지만, 완벽히 독학은 아니고,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고 그리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 글쓰기야 말로 정말 배워본 적이 없는 분야다.
찾아보면 평생교육원이나 온. 오프라인에 글쓰기 모임이나 수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함께 모여서 글을 쓰고 합평을 듣고 할 용기와 숫기가 없어 글쓰기 모임 신청을 해 본 적이 없다. 배우면서 그리는 그림도 그 정돈데 배운 적이 없는 글쓰기는 그래서 더 어려운가 보다.
아, 이렇게 쓰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써져 버렸네
나는 애초에 어떤 글을 쓰고 싶었던 걸까.
그걸 모른 채로 쓰고 있고, 이렇게 쓰고 싶은 게 아니었다고 하고 있다.
매주 꾸준히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내 그림을 내가 좋아하게 된 것처럼 매일 키보드를 잡고 두드리다 보면, 시나브로 내 글에 자신감도 생기고 내 글을 좋아하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림을 꾸준히 그려온 것처럼, 나는 꾸준히 글 쓰는 사람, 아니 키보드 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