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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by
연우맘
May 8. 2024
전화도 안 받고 가 있어야 할 곳(학원, 방과 후 등)에서 아직 아이가 안 왔다는 전화를 받았을 경우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심장부터 쿵쾅쿵쾅! 전화기를 잡은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것이다.
필자의 자녀는 5학년이고 버스를 타고 등하교한다. 학원을 보내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엄마의 직장으로 하교한다.
어느 날은 아이가 올 시간인데도 오질 않는 것이다. 이 아이는 핸드폰도 없다. 도대체 연락할 방법이 없다.
30분 동안 버스 정류장에서 오는 버스마다 속속들이 살펴보며 얘가 언제 오나 30분이 3년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5학년이니 잘 찾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잘 만났으니 다행인 사건이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대한민국의 엄마, 아빠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자녀의 학교 정규수업 후 어디로 보내느냐일 것이다.
꼭 초등학생이 아니더라도 중, 고등학생 그러니까 아직 부모님 밑에서 등하교하는 자녀의 부모들은 집에 아이가 없으면 지금쯤 누구와 그리고 학교, 학원, 운동장, 놀이터에만 있는 게 확인이 되어도 안심일 것 같다.
요즘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저출산과 맞벌이 부모의 자녀 양육 문제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은 정규수업이 일찍 끝나면 1시 늦어도 1시 40분에는 끝난다.
그 아이들 중 대다수는 돌봄 교실로 향하고 또 일부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 그리고 학교 밖 돌봄 센터나 사설학원으로 향한다.
집으로 곧장 하교하는 학생은 드물다.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바로 편의점이다. 그곳에는 오후 4~5시쯤 컵라면과 핫바를 사 먹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한다. 한창 먹고 클 나이…. 어른들의 관심도 더 필요한 때.
그렇게 바깥에서 배를 채우고 집으로 들어간다.
아빠, 엄마 두 분 모두 경제활동을 하고 주변의 친인척이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 사정이 여의찮아 학원에도 못 보내고,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돌봄마저 뽑기로 떨어진 상황이라면? 정말 난감할 것이다.
아이가 당장 학교 수업이 끝나고 갈 곳이 없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부모는 열에 아홉은 자신 탓과 나라 탓을 할 것이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늘봄교실에서 수납상자를 만들고 뿌듯해 하는 어린이^^
그런 어려움이 있는 가정을 위하여 2024년도부터 늘봄학교를 시행한다. 말도 많고 시작 전부터 시끄러웠던 늘봄 학교.
그 업무를 필자가 맞고 있다. 객관적일 수 없지만, 교사와 엄마의 두 개의 역할을 가진 입장에서는 찬성이고 환영한다. 필자가 일하는 학교에서는 1~2학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23명의 학생이 참여 중이다.
매일 교육청에서 채용되어 오시는 강사 선생님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신다. 창의 놀이, 그림책 수업, 종이접기, 보드게임 이렇게 4개의 프로그램이 요일별로 교차적으로 들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늘봄 교실에 오면 봉사자 선생님께서 한 명 한 명 출석 체크를 하고 가방도 내려주고 다정하게 맞아주신다. 어떨 땐 엄마보다 친절하게!
이런 온화한 관심이 아이들은
기분
좋을 것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질도 물론 중요하다. 거기에 이런
따뜻한 반김까지 더해진다면 내가 학생이라도 빨리 수업에 가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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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중 필자의 눈에 들어온 많은 내용이 차라리 엄마나 아빠의 퇴근 시간을 앞당기고 아이와 집에서 같이 보내게 해 달라는 요구사항이 많다.
사실 난 반대이다. 각각의 가정 사정이 있으니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모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부모들은, 더군다나 직장생활까지 하는 부모들은 집에서든 직장에서는 아니면 그곳이 카페이더라도 재충전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직장에서 육아시간을 쓰거나 단축 근무로 오후 3시 정도에 집에 왔다고 하자. 그런데 아이가 동시에 들어온다. 그 순간 부모는 쉴 수가 없다. 씻겨야 하고 간식 먹여야 하고 책 읽어 줘야 한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업무가 시작되는 것이다.
내 자식 맞다. 내 자식 내가 낳고 키워야 하지만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모도 어느 정도의 시간만큼은 온전한 여유가 필요하다. 커피를 마시든 그 시간에 집중적으로 청소하든 회사 일을 하든 혼자일 때가 필요하다.
그 시간을 학교가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그 역할을 온전히 학교가 다 맡을 순 없다.
온 정부 부서가 힘을 합쳐 학생들이 가 있을 곳을 의무적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회의에서 나온 안건 중 하나는 아파트를 지을 때 학생 돌봄 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기이다.)
8~9살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이 아침 9시까지 학교에 가서 돌봄, 늘봄이 끝나면 오후 5시까지 집 밖에 있다는 게 안쓰럽다는 의견들도 많다. 정말 힘들어하는 아이도 간혹 있지만 내가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아이들은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무얼 하든 즐거워 보인다.
부모 2명이 모두 경제활동을 해야만 늘봄학교에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학년 학생의 학부모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아직은 시행 초기 단계라 각각 학교의 교실 여건이나 상황에 따라 변수가 있고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비록 지금은 교실도 좁고 간식도 없는 상황이지만 차차 좋은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처음부터 완벽한 정책이 어디 있을까 싶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때 웃으며 “엄마, 아빠! 오늘 학교 재밌었어!”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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