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걷기

지금 당장 나가세요.

by 연우맘

걷기
나는 차가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면허증이 없다.
직장도 집 근처이고, 최대한 집 가까이에 있는 직장을 구하려고 한다. 그리고 걸어 다닌다.
지금 다니고 있는 일터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일을 마치고 나면 걸어서 45분 정도 떨어진 요가원에 간다. 당연히 두 발로!
버스 타고 가기가 무척이나 아깝다.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못 걷는 게 아깝다.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박차버린 것이다. 어차피 갈 곳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걸으려고 한다.

걷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골똘히 무언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것을 개발한다. 주로 생각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제빵 레시피이다. 그리고 잘못한 일 반성해야 할 일, 고쳐야 할 점 등을 끄집어내어 곱씹는다. 요즘은 사춘기 딸과의 관계 개선방안이다.

그리고 반대로 아무 생각 안 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오직 걷는 동안뿐이다. 하염없이 멍하니 하늘보고 초록색들을 보며 운동 겸 겸사겸사 새벽 또는 저녁식사 후 운동장을 걷다 보면 세네 바퀴는 걸은 나 자신을 발견하다. 그때의 뿌듯함이란!

가장 오래 걸었던 때가 찾아봤다. 35,746보라고 휴대폰 기록에 나왔다. 이날 뭘 했기에 이렇게나 많이 걸었나 보니 하프 마라톤을 나간 날이었다. 달리지 않고 걸었나?

걷든 달리든 두 발로 이리저리 다닐 수 있는 게 참 좋다. 집안에 누워 뒹굴뒹굴하지 않고 현관문을 열고 나간 거 자체가 이미 반 성공이다.
우리는 운동을 맨 처음 시작할 때 이게 가장 어렵다. 문을 열고 나가는 게!

태어나서 걷기 경력 43년이 넘어가지만 왜 점점 더 걷는 것을 싫어할까? 유치원이나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앉아있지 못하고 엉덩이 들썩거리며 돌아다니기에 바쁜데 말이다.
요즘 달리기가 대세라고 하지만, 걷기조차 망설여지고, 걷지 않을 변명거리와 걷기를 대체할 그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물론 나 포함이다)
여전히 슈퍼 가기가 귀찮아 인터넷쇼핑을 주로 하고 헬스장이나 가족과 산책 한번 나가려면 수만 번의 고민을 거듭한다.
하지만 일단 문을 열고 나가면 두 다리와 발이 알아서 목적지로 데려다줄 것이다. 가서 또 아무 생각 없이 또는 그곳에서의 임무를 열심히 하고 나면 결국은 나오길 잘했다! 걷길 참 잘했다!라고 나 자신을 칭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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