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딸과의 뚜벅이 여행기를 연재 중이다. 오늘이 3번째 편을 올리는 날이었다. 구독자도 5명뿐이고(2명은 가족) 기다려주는 이도 없겠지만 나와의 약속이니 지키려고 한다.
경주에 간 여행기를 쓸 차례인데 잘 써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을 하면 경주여행은 기억에 남고 감동적인 것도 많았지만, 많은 인파 속 힘들었던 기억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글쓰기를 피하고 싶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번 경주 편은 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라이킷을 눌러주신 16분의 독자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보통 글을 쓸 때 아니, 글을 쓰기 전 단계부터의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1. 뭔가 신내림이 내려온다. 그리고는 이내 쓰고 싶은 말이 하늘에서 소나기 떨어지듯 마구 쏟아져 내려온다.
2. 잊지 않기 위해 핸드폰 메모장이나 포스트잇에 휘갈긴다.
3. 그리고 생각! 생각! 생각!! 을 계속한다. 꼬꼬생! 이라고나 할까? 큰일 볼 때, 러닝머신 탈 때 특히 생각이 잘된다. (러닝머신에 매달린 티브이 속 벌거벗은 한국사를 보면 내 스토리를 이렇게 저렇게 역사와 접목해서 판타지 히스토리쯤 되는 장르도 써보고 싶지만, 역사에 무지렁이인 나로서는 역부족이다.)
4. 요가할 때는 글 생각 금지가 원칙이다. 오직 요가 생각!
5. 생각 끝! 이제 시간을 쪼개어 쓴다.
직장 왔다 갔다, 가족 밥해 먹이고. 요가 다니고. 청소와 설거지(이 와중에 로봇청소기 너는 나의 구세주!), 기타 레슨까지 받는 나….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초초초!! 초과근무다. 도저히 테이블에 앉아서 글 쓸 시간이 나질 않아서 말 그대로 직장에서 잠깐의 짧은 쉬는 시간 동안 그동안 모아 적어 둔 단어들을 양푼에 넣고 잘 섞어서 모니터라는 프라이팬에 부침개 반죽을 국자로 퍼 부치듯 팍 쏟아놓는다.
6. 마지막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행을 꾸욱 누른다.
다시 내 글을 읽어보면 오글오글하면서도 어떤 거는 또 재미있어서 또 읽어보게 된다. 자기 자식이 가장 이뻐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해야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현재의 목표는 책도 내고 싶고, 서평가도 되고 싶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싶다. 시간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인데 결론은 단 한 가지! 시간을 따로 잡지 말고 틈새 공략이다. 출근해서 수업 전, 밥 먹으면서, 길을 걸어가면서 생각과 메모를 계속하면 될 것이다. 사실 언제 어디서 무슨 책을 읽고 싶을지 몰라 배낭같이 큰 가방을 이고 학교로 출근한다. 뻔히 못 읽고 안 읽을 거 알면서 책을 3권씩은 가지고 다녀야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가벼운 글은 싫은데 너무 쉽게 글을 쓰는 거 같아 요즘 퇴고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글이 흩어지는 느낌이 들고 과한 수식과 앞뒤에 맞지 않는 말들로 못하는 분칠을 얼굴에 연신 두드리는 것 같다. 수정화장까지는 봐주겠는데 변장을 하는 것이다. 무겁고 심오한 글을 쓸 자신은 더더욱 없다. 아는 게 있어야 쏟아낼 텐데 능력 밖이다. 예전 라디오 김미숙의 가정음악 중 <가볍지 않게, 무겁지 않게>라는 코너가 있었다. 거기엔 각양각색의 사연이 올라오는데 청취자들이 같이 울어주고 공감과 위로의 댓글들을 보내주었다. 저마다 쉽지 않은 삶이 없구나! 생각과 반성을 하면서 시간이 나면 꼭 들었다. 내 글도 라디오를 틀었을 때 우연찮게 나오는 노래가 아니라 사람들이 찾아서 듣고 신청해서 읽는 글이 되길 바란다. 시간 때우기 용이 아닌 일상, 기쁨, 슬픔, 시행착오들을 바탕으로 쓴 내 이야기에서 얻어가시는 게 1이라도 있었으면 더할 수 없이 기쁠 것 같다. 이 바쁜 세상 속에서 잠깐의 시간 동안 눈 감고 잘 수도 있고 핸드폰 놀이도 할 수 있는데, 글을 읽고 쓰는 데 시간을 일부러! 들인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모든 것을 싹 비워내듯 글을 쓰고 싶다. 검색해 보니 실제로 해우소와 글쓰기라는 느낌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었다. 와우! 역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남들도 다하는구나.
24시간을 잘근잘근 나눠 그 안에 비집고 들어간 읽기와 쓰기! 24시간이 28시간으로 된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억울하지 않은 초과근무이고 나는 기쁨이라는 초과수당이 쌓여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