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 병원>

by 연우맘


“왜 죽고 나서 오지지, 지금 오셨어요?”
지금까지 병원에서 들었던 말 중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다. 당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학생 수가 많아지다 보니 월~일요일까지 일을 했다. 주중에는 초등부터 중3까지 가르치고, 주말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단과 수업을 했다. 이걸 포기할 수 없었던 게 바로 학생 수에 따라 모든 페이를 내가 다 가져가기 때문이었다. 원장아저씨와 나누지 않고!! 고등수업은 미리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집에선 영어 수업 준비, 학원에 가면 영어를 가르치고, 또 아침과 퇴근 후에는 영어과 임용준비를 했다. 거기에 보태서 다이어트도 병행했으니 몸이 나만 할 리 없었다. 그때 증상이 어땠냐면 학원가가 전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이 아니라 쿵쾅쿵쾅 하고 온몸에 식은땀이 뿜어져 나와서 옷이 젖을 정도였다.(기억이 희미해서 과장 약간 보탰습니다) 확실한 건 자꾸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려고 하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엄마, 아빠랑 병원에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갔다. 의사 선생님에게 크게 혼나고 악성빈혈이라는 걸 알았다. 이 사건이 응급실을 제집 드나들 듯 들락거리게 된 시발점이었다. 그 이후로 몸이 힘들거나 정신적으로 뭔가 불안하면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심장이 나댄다.


한 번은 고등학교에서 영어 보충수업을 하고 있는데 반에서 가장 똑똑이가 질문을 했다. 답을 못하겠는 것이었다. “띵동 띵동!” 다행히 종이 나를 살렸다. 어떻게 수업을 마무리했는지 모르게 복도에 나오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쿵!!!”하고 쓰러졌다. 곰이 쓰러지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손을 디디거나 엉덩이부터 넘어진 게 아니라 그냥 건물이 옆으로 무너지듯 나도 무너져버렸다. 옆 반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온 남자 선생님이 나를 들쳐 엎고 교무실로 뛰어간 거부터 다시 기억이 난다. 질문했던 똑똑이와 다른 여학생들이 허리 밖으로 나온 나의 속살을 무릎이불로 가려주었다. 구급차가 오고 나는 또 그렇게 병원에 실려 갔다.


응급실에 참 많이도 갔다. 또 언제냐 하면 재작년 크리스마스날 케이크를 먹기 위해서 원두커피를 필터에 부었는데 쏟아졌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괜찮겠지 하고 물을 다른 때와 똑같은 양으로 내려 마셨는데 그때부터 또 심장이 벌렁벌렁! 토할 거 같고 땅으로 꺼지는 느낌이 멈추질 않았다. 집에 있는 사람이라곤 딸과 나뿐이었다. 아이 아빠는 야근이라 아직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변기를 꼭 끌어안고 “우웩 우웩!”거렸는데 머리는 팽팽 돌고, 얼굴에 있는 구멍에서 물이란 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이 웃겨서 웃다가, 울다가 눈물, 콧물로 범벅이가 되었다. 딸이 아빠한테 전화하고 그렇게 급하게 온 남편 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는데 그 안에서 시원하게! 토를 했다. 속이 뻥! 하고 후련했다. 아픈 나를 뭐라 하지는 못하고 얼굴을 찌푸렸던 남자! 당신~!! 똑똑히 봤어!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아플 때 상대방의 작은 행동, 말 하나에도 상당히 예민한 여자다. 전화하지 말라 했는데 대전에서 부모님이 달려오셨다. 응급실에서 하신 말씀, “성희야. 이제 좀 참아봐…. 응급실 오면 너 괜찮아지잖아. 그 순간에 네가 마음을 잘 다스려봐.”


정말 응급실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언제 죽을 거 같았냐는 듯 농담도 하면서 웃는다. 이래서 딸아이를 의사로 만들어야겠다고 또 한 번 마음먹었다. 나 그냥 병원에서 살래. 1인실 특실에서.
지난 금요일에는 너무 몸이 아팠다. 그런데 체육수업만 4시간이었다. 코에서는 뜨거운 김이 나오고 머릿속 뇌가 팽창되는 느낌. 그리고 어깨, 종아리를 누가 잡아 빼는 듯 온몸이 아팠다. 그래도 수업은 해냈다. 장한 건지, 무식한 건지…. 미련하도다. 나 자신. 누가 알아준다고. 축구공 드리블수업과 줄넘기도 했다. 애들 좋아죽는다. 이런 데 어떻게 수업을 빠져…. 그리고 그날의 업무를 다 하지도 못하고 3시에 조퇴를 했다. 뼈에 금이 간 이후 역사적으로 요가 수업도 못 갔다. 죽을 만큼 아픈 게 사실이었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 나의 친절하고 자비로우신 정그라미선생님이 태반주사를 맞으라고 알려줬다. 태반? 탯줄도 아니고? 여러 가지 궁금증이 들었지만, 창피해서 더 질문을 못 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병원비가 제일 아깝다. 평소에 내 몸을 잘 돌봤더라면 낭비!?!하지 않았을 병원비. 음식의 힘을 굉장히 신봉하는 편이다. ‘먹는 것이 곧 나다.’라는 문구를 많이 봐와서 식재료 구매에는 아끼지 않는다. 아직도 강하게 믿는다. 운동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태반주사는 6월 중순에 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마치고 가볼까 한다. 죽을 만큼 열심히 요가하고 가서 맞을게요. 정그라미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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