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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n 07. 2024

그녀를 버리고 간 6명

망설이고 고민 많이 했을 거야

스카이블루 스키니진과 하얀색 가디건에 흰 운동화  그리고 머리카락은 턱선까지 칼단발. 머리엔 하늘색보다 찐한 파랑 볼캡을 쓴 여자가 횡단보도에 서있다. 키는 165 정도 되고 늘씬한 몸에 얼굴은 모자에 가려 알아볼 수가 없다.

한낮의 무더위에 여자는 연신 손부채를 흔들며 차가 멈추기를 기다린다. 횡단보도지만 신호등이 없는 곳이라 운전자의 자비를 기다려야 한다.

그녀는 내기를 한다.

'저기 저 빨간색 차부터 세어보는 거야. 내 몸매를 보고 몇 대 만에 차가 멈추고 나를 지나가게 할지. 3번째 안에 멈춘다에 만원 건다. 뭐든 삼세번이니까 거기까지는 주겠어.'

첫 번째 빨간 차가 말없이 지나간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첫 번째라 눈감아준다.'

두 번째 차-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나간다.

세 번-설까 말까 하다 간다.

'급한 일이 있나 보다. 이해할게.'

네 번째- 놀리듯 창문을 연채로 음악을 크게 틀고 스치듯 지나간다.

다섯 번째- 운전자는 여자를 한번 쓱 훑어보더니 지나간다.

여섯 번째-하필 여자 앞에서  창문을 내리고 담배꽁초를 내던지며 간다.

'아니, 저 사람이 도... 돌았나!'

핑크빛 입술에서 쌍욕이 나올 뻔했다.

일곱 번째 - 행운의 키 세븐!

'제발 너만은...! 멈춰주세요. 더워요. 제발, 부디!'

멈춰 선다!  

 줄 아는군!

운전자를 못 봤다. 분명히 선한 인상에 배려가 항상 넘치는 분일 거야.

그래도 10대까지 안 간 게 어디야!

휴, 자존심은 지켰다.

옆에서 같이 내기를 한 딸애가 웃겨 죽을라 한다. 모녀관계지만 객관적이고 냉정한 딸은 5대도 넘게 지나간다에 만원 걸었다.

그래, 졌다. 여기 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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