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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n 02. 2024

천국의 계단에 함부로 올라가지 마세요

운동 금지령

어김없이 오전 5시에 일어났다. 갈 걸 알지만 그래도 오늘은 쉴까? 잠시 고민한다. 그리고 이내 제로 사이다와 애사비 식초물을 각각 마시고 화장실에서 큰일을 본다. 이 시간만큼만 내 자유시간이다. 유튜브도 보고 장바구니에 사고 싶은 물건 가득 담는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6시쯤 헬스장으로 간다. 되도록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내 몸뚱이를 갖다 놓으려고 한다. 고민은 나만 더 고통스럽게 할 뿐. 어제 토요일에는 구름이 잔뜩 껴있었고 바람도 선선해서 노선을 바꿔 공산성으로 운동코스를 정했다. 공산성은 힘든 구간이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자칭 천국의 계단.

공산성 천국의 계단- 가운데 사진이 가장 힘들다

여기를 단숨에 간다. 작년 2023년 5월부터 슬슬 가동되기 시작했던 주말 아침 공복 운동의 서막이 공산성에서 열렸다. 여기 천국의 계단을 처음에는 중간에 3번 정도 쉬고 올라갔었다. 그래도 죽을 맛이었는데 같은 해 8월부터는 쉬지 않고 올라가는 게 가뿐했다. 그래서 성에 차지 않아 집에 도착해 아파트 10층까지 또 중간에 쉬지 않고 걸어 올라갔다. 마침 8월부터가 요가를 시작한 달이기도 하다. 다이어트가 삶의 일부분이 아니라 나 자신이 곧 다이어터이기 때문에 운동은 그전에도 계속해왔다. 집에서 케틀벨 스윙, 땅끄부부, 빅씨스 언니 등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홈트는 계속해왔다.

작년 2023년 5월 28일에도 1시간 35분의 걷기를 했었다

그러다가 주말 아침 운동과 요가로 루틴이 딱 정착한 게 작년 2023년 8월부터이다. 운동은 비만의 정도가 심한 사람에게는 초기 효과는 좋다. 내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살이 빠지고 보통 또는 보통 이하의 몸무게에 진입한 사람에게는 과한 운동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 요가를 하다 갈비에 금이 가고 직장에서의 초과 근무와 스트레스, 퇴근해서도 집안일에 자녀 공부 봐주기 등 할 일이 태산인데도 안 가면 운동을 못 했다는 죄책감이 그다음 날 운동을 하기 전까지  머릿속을 맴돈다.

운동하고 나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성취감을 주고 의욕과 쾌락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데 덤으로 따라오는 게 있다면 만성피로와 내성 그리고 중독과 불안감이다. 가령 오늘 일요일에는 헬스장에 가서 속도 7.1로 해놓고 경보로 1시간을 걸었다. 처음 10분까지만 힘들다. 그 후 60분을 걸었는데도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속도는 6.5였고 60분을 하고 나면 그날 하루는 앓아누웠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러닝머신 운동은 마무리 단계에서 속도를 10으로 3분 더 뛰고 나서야 가슴이 좀 헐떡여서 내려왔다.

운동을 하고 나면 당연히 허기진다. 그렇지만 불쌍한 나는 자유롭게 먹을 수 없다. 그리고 작년부터 1일 1식을 하고 있다. 주말에만 아침 운동을 했다는 핑계로 2끼를 먹는다. 그런데 하루 1~2번만 먹어서인지 당에 대한 열망이 24시간이 아니라 28시간 내내 떠나질 않는다. 힘들게 한 운동이 아까워서 아이스크림, 초콜릿을 좋아하지만 사 먹진 않고 만들어 먹는다. 심지어 입에 물고 자기도 한다. 어제도 수제 초콜릿- 스마일과 곰 1마리 잡아먹고 만족의 미소를 지으며 잤다.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 웃는게 웃는게 아닌 스마일 초콜릿과 곰돌이 초콜릿(카카오 매스 80%정도의 비율로 약간 쓴맛이다)




땅이 꺼지는 후회와 자책을 하며 오늘 아침에 그렇게 터벅터벅 아파트 헬스장으로 간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1시간 러닝머신 탔지만 고작 189칼로리 태웠다

따로 근력 운동- 가령 아령을 든다든가 기구를 이용하는 운동은 하지 않는다. 주중에는 요가학원에 가서 1시간 정도 수련을 한다. 그 이상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평일에는 1식만 하다 보니 힘이 없다. 따지고 보면 1일 1식도 아니다. 중간중간에 사탕을 입에 물고 있거나 키즈 비타민을 몇 알씩 먹는다. 그리고 그 1식마저도 저녁에 왕창 먹고 야채, 과일 달걀 같은 건강식이 아닌 내가 만든 빵과 요거트 등의 크림류이다. 그래서인지 몸무게가 작년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올해부터는 늘기 시작했다. 충격이었다. 식단은 작년과 그대로인 거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과한 운동과 스트레스 잠 부족이라고 스스로 위안의 해답을 찾고 자제하려고 노력을 하려 하지만 못할 걸 안다.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같은 나이대의 여자들에 비해 지치지 않는 체력과 어제 사진을 찍고 처음 발견한 등근육이다. 그 외에는 집착과 강박 다리 저림, 강한 식욕, 스트레스와 더러워진 성질머리다.

갑자기 등근육 발견

그래서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운동을 시작하려는 독자에게 어쭙잖게 조언을 드린다면

첫째, 정상 몸무게라면 운동이 아니라 가볍게 산책 정도만 할 것을 권한다.

둘째, 식사는 유별나게 하지 말고 그냥 한국인의 밥상 식사를 3끼 적당하게 한다.

(가장 어려운 적당히!)

유튜버 누가 그랬는데 운동은 케이크 위에 올라가는 장식품 체리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머지는 식단이란다.

격하고 과한 운동은 선수들에게 맡기고 일상에서 소소한 움직일 거리를 찾는 게 평안한 정신건강을 위한 길이라고 감히 조언을 드린다.

천국의 계단에서 빨리 내려오시길!

천국의 계단에서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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