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매직

by 연우맘

<요가매직>


뚜두둑!


오른쪽 갈비뼈에서 명확하게 들렸다. 뼈가 부러졌나? 약간의 고통은 있었으나 참을 만했다.


마저 동작을 계속 이어갔다.


결론을 미리 얘기하자면? 요가를 하던 중 갈비뼈에 실금이 간 것이었다.


<에카 파다 라자 카포타 아사나>- 한쪽 다리는 접어서 골반 앞쪽에 두고 다른 쪽 다리는 뒤로 쭉 펴서 놓은 비둘기 자세에서 시작한다. 이 자세에서 가슴을 정면으로 높이 들어 올리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뒤에 있는 다리를 천장으로 향하게 굽혀 접은 뒤 양손으로 발을 잡고 상체는 다시 꼿꼿하게 펴는 자세이다.


물론 요가 한지 반년도 되지 않은 내가 될 턱이 없다. 더군다나 내 몸은 굴러다니는 통나무다. 끈을 발에 끼우고 양손으로 잡아당겨 바닥에 붙어있고 싶어 하는 발을 억지로 올리려는 순간 활시위가 부러진 것이다.


밤새 갈비뼈의 통증으로 다음날 정형외과에 가서 X-ray를 찍었다. 역시나 한 개의 실금이 보였고 한 달 이상 푹 쉬어야 한다고 했다.


불안했다. 다친 게 불안한 게 아니라 이제 막 요가에 맛 들여서 하루 2번 수련을 할 때도 있었는데 쉬면 이제 막 기름칠을 한 관절들이 굳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평생 할 요가를 위해 딱 1주일만 쉬기로 아주 큰 결심을 했다.


아직도 오른쪽 갈비뼈가 묵직하고 먹먹했으나 1주일이 지나자마자 퇴근 후 바로 요가학원으로 직행했다. 회사에서는 갈비뼈에 금 갔다고 깨개갱 하며 죽어가는 척한 것은 안 비밀이다.


나름 쉬운 코스인 리커버링 수업을 들었는데 전보다는 정말 조심스럽게 살살 했다. 무모한 도전정신으로 또 과격하게 힘만 쓰다 보면 이번에는 정말 갈비뼈가 으스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이다.


그날 밤도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더 큰 병원으로 갔다. 이번엔 초음파로 봤다. 2개였다. 2개의 갈비뼈에 실금이 간 것이다. 1개가 아니라 2개라니...!


“금 간 것도 부러진 거나 다름없으니 3달 동안은 과한 운동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2년 전에 헬스장에서 만난 코치님이 요가는 깨작깨작 움직여서 근력 형성이나 운동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가서 혼내주고 정정해주고 싶은 마음 굴뚝이다.



요가는 날 다시 태어나게 해줬다.



1. 집중-집안일, 직장, 사춘기 딸내미 키우기,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나를 찾아줬다. 결혼 시작과 동시에 소멸하였던 나 자신을 끄집어내서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요가 하는 시간이다. <브릭샤아사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기 위해 ‘내일 저녁은 또 뭐 차리나.’ 이런 생각이 아닌 오로지 균형 잡기에만 집중한다.



2. 달콤함과 재미- 나이가 들면서, 40이 넘어가면서 좀처럼 입꼬리가 올라갈 일이 없다. 딸아이가 성적을 잘 받아왔다던가 만족스러운 쇼핑을 했을 때 아주 잠깐뿐이지 월급날마저도 웃지 않는다. 그러던 내가 요즘 실실 웃는다. 안되던(완벽하진 않아도) 활자세, 물고기 자세, 쟁기 자세 등을 조금이나마 흉내 냈을 때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파리브리따 파르쉬바코나아사나> 이 자세를 만들고 전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살짝 보니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다.



3. 기본- 요가학원에 등록할 당시 물구나무서기를 목표로 잡고 급하고 무모하게 힘만으로 동작들을 따라 했다. <살람바 시르사 아사나> 이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복부의 힘과 균형감각을 다지는 기초공사가 잘 되어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힘으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이번에 갈비뼈에 금이 가는 대형참사가 일어나면서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은 깨달았고 서두르지 않고 가려고 한다.



4. 두려움 극복-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자세를 처음에는 물구나무와 같이 다음 생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지구를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은 이 동작을 거의 5개월 만에 했다. 항상 요가 하러 가는 길은 두려움 반, 걱정 반의반, 기대 반인데 처음에는 두려움 쪽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또 어떤 수업 후기가 내 마음속에 들어올까 설레하며 남자친구 만나러 가듯 룰루랄라 간다.(사실 남자친구 만나러 갈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다.)



퇴근 후 어김없이 요가 수련을 다녀왔다. 아! 뿌듯해! 상쾌해! 날마다 새로워!


요가는 요술이다. 요가를 매일 처음 시작하는 거 같다. 마음을 다하면 땀이 주룩주룩 그렇게 힘들어도 쾌변한 듯 몸이 날아갈 것 같다. 하지만 몸과 마음에 짐이 많은 날은 같은 동작도 슬슬 대충하게 되고 어려운 난이도의 수련 과정도 전혀 힘들지 않고 땀이 한 방울도 나지 않는다. 종이에 손만 베어도 설거지하기가 꺼려지는 나인데, 비가 오면 바지에 빗물이 튀는 게 싫어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나였는데, 지금은 장대비가 쏟아져도 땡볕에도 요가를 하러 열심히 집 밖으로 출동한다.


요가 매직! 영원히 풀려 나고 싶지 않은 주문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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