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가 점점 마무리되어 가는 이번 주….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감사한 일들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가르치는 업으로 밥벌이하니 목소리를 많이 쓰는데 목이 쉰 적은 있어도 아예 소리가 안 나오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름 목소리가꽤 크고(바로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가끔 내 목소리 크기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할 때도 있다.) 얼굴 위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었는데당장 목소리가 안 나오니 수업이 될 수가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사지 멀쩡한데 입을 열어 소리를 내면 학생들부터 선생님들까지 깜짝 놀라시면서 그 목소리로 어떻게 수업하냐고 자신들이 할 테니 며칠 푹 쉬라고 다들 걱정해 주셨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한 번은 아침에 걸어서 출근하고 있는데 유난히 아침부터 더웠고 그날따라 조금 덥게 입고 갔다. 갑자기 더위를 먹었나 땀이 줄줄 흐르고 이대로 가다간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는 길에 있는 내과에 다 들러봤지만, 아침부터 문을 연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겨우겨우 학교에 도착했지만 내 사무실이 있는 3층까지 올라가는 건 도저히 무리일 것 같아서 1층 교무실로 들어갔다.
교감 선생님이 2분에 부장님들까지 계셔서 결재받을 때 빼고는 잘 가지 않는 낯선 곳인데 우선 살아야 할 것 같아 노크하고 무작정 들어갔다.
“교감 선생님, 저 몸이 갑자기 안 좋아서요…. 물 한 잔만 마시고 조금 정신 차리고 올라갈게요.”
말하니 수업은 무슨 수업이냐고 얼굴이 노랗다고 내 손을 주물러 주시고 직접 따뜻한 물까지 주셨다. 그다음 날도 괜찮냐고 여러 번 물어봐 주셨고 소문이 났는지 교장 선생님도 아픈 데 없냐고 또 물어봐 주셨다.
참 감사한 일이다.
내가 몸이 아프거나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쪼르르 먼저 긴급전화를 하는 곳이 엄마이다. 뻔히 내 전화에 걱정하실 걸 알지만 손가락이 다른 곳보다 그쪽으로 향한다. 그러면 엄마는
“너한테는 전화가 와도 덜컹, 안 와도 무슨 일 있나 가슴이 철렁거려~”
그리고서는 그날 하루 종일 거의 2시간 간격으로 그다음 날까지 괜찮냐고 전화와 카톡이 계속 온다.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나를 걱정해 주는 엄마가 있어 제일 고맙고 든든하다.
몸만 컸지, 마음은 아직 아기인지라 누가 날 걱정해 주고 괜찮냐고 물어오면 아프기도 하고 바보 같게도 기분이 좋다.
심지어 나보다 30살 더 어린 딸아이가 엄마 오늘은 학교생활 괜찮았냐고 내 얼굴을 살핀다. 바로 그날의 피로가 싹 녹아버린다. 물어봐 줘서 정말 고맙다고, 연우 덕분에 엄마가 기운 난다고 칭찬해 주면 그때부터 자신이 설거지하겠다고, 엄마 힘든데 쉬라고 한술 더 뜬다.
고마운 딸! 너 없었음 나도 없었어!
걱정해 주는 마음이 진심 100% 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나 자신은 다른 사람을 그렇게 걱정해 주고 위해줬냐고 자문한다면 그렇지 않다. 40이 넘어갈수록 그동안 못한 거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나만 생각하게 되고 내 몸이 먼저고, 이제 돈 좀 번다고 나를 위해 쓰는 경우가 많다. 이 더운 여름에 밭에서 농사지으시는 아빠 걱정, 100세를 바라보시는 할머니 모시고 사는 엄마 걱정은 바쁘다는 핑계로 잘하지 않는다. 말로만 걱정하고 그것조차 가식으로 느껴질 만큼 상투적인 말만 내뱉는다.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 다리 마사지 서비스를 해주는 딸의 손길이 야무지다.
피곤한 엄마 마사지 해주는 딸
아프지 말아야겠다. 더운 여름이지만 정신 꽉 붙들고 살아야겠다. 커피도 조금 옅게 마시고, 무리하지 말고 진하고 굵게 사는 것도 좋지만 나를 돌보는 일이 곧 내 주변을 돌보는 일임을 알아간다. 내가 아프면, 어딘가 삐끗하고 만에 하나라도 큰일을 만들면 나로 인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