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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킴 Nov 01. 2020

의자가 만드는 공간

최소 단위의 공간, 의자에의 로망

여자들이 명품가방에 집착하듯 많은 남자들은 좋은 차에 대한 로망이 있다. 집은 없어도 내 차는 꼭  있어야 하고 언젠가는 꼭 멋진 스포츠카를 사야지 하며 마음속 드림카를 꿈꾼다.(내가 아는 많은 남자들은 그랬다) 내 기억 속 나의 첫차는 시트가 가죽이 아닌 패브릭 소재였는데 가끔 친구들이 내 차에 타서 커피를 쏟거나 과자 부스러기라도 흘릴까 봐 전전긍긍했고 마치 내 방을 꾸미듯 차 안을 쓸고 닦으며 애지중지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의 나는 전혀 차에 연연하는 편이 아니고, 차는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신발이나 가방에는 무척 연연 한다), 내가 처음 내 차를 갖게 되었을 때의 설레던 기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으로 내 소유가 된 자동차에 대한 기억은 물건에 대해 느끼는 소유욕과는 좀 다른, 잘 생각해 보면, 처음 생긴 ‘내 공간’에 대한 설렘 같은 것이었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는 그저 차 안에 혼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좋았고, 어디를 가든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편안한 안도감이 생겼던 것 같다. 

의자라는 물건이 지닌 의미는 어찌 보면 남자들이 자동차에 대해 갖는 느낌처럼 가장 작은 단위의 공간에 대한 욕구와도 비슷하다. 또 옛날 우리 속담에 있는 ‘멍석을 깐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멍석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자리, 공간을 마련하다’의 의미이며, 의자는 바로 이 멍석과 같은 것이다. 낯선 공간에 뻘쭘하게 있다가도 내 몸을 기댈 수 있는 손바닥만 한 의자 하나만 있으면 갑자기 마음이 놓이고, 잠깐 기대앉아 숨을 천천히 고르는데 필요한, 정서적 안도감을 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처럼 의자는 공간 안에 나를 위한 또 하나의 작은 공간이 되어 준다.

내 집 안에서도 내 몸을 어딘가 기대어 쉴 수 있는 최소한의  작은 공간이 되어주는 의자. 덴마크 사람들이 첫 월급을 타면 자기만의 의자를 산다는 것도 아마 내가 첫차를 샀을 때 느꼈던, 비록 최소한의 사이즈라도 ‘나만의 공간’이라는 것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이지 않았을까. 신발을 벗고 좌식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동양 문화권 사람들에 비해 집 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사는 많은 서양 사람들은 다른 가구 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대와 의자의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특히 북유럽처럼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추운 지방의 사람들은 전통 있고 좋은 가구 브랜드들도 많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내에서도 신발을 벗지 않으니 침대에 눕지 않을 때는 대부분 의자에 앉아 지내게 되고 그렇다 보니 의자는 이들에게 내 집 공간 안에서도 최소한의 자기만의 공간을 의미하는 중요한 오브제가 되었으며 라이프스타일에서 침대보다 먼저 더 중요한 상징적 가구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해외의 유명한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에게 의자는 사실 가구나 생활용품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들에겐 의자가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캐릭터를 닮은 건축물과 같이 큰 의미를 가진, 본인의 캐릭터를 닮은 자기 브랜드의 시그니쳐 같은 작품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꼭 하나씩 만들고 싶어 하는 생활 속의 작품 같은 물건이 되었다. 스스로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고 드러내야만 하는 아티스트나 디자이너, 건축가들에게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대작을 만드는 일보다 작은 소품으로도 빠르게 콘셉트를 표현해 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일상생활에서 대중들과 더 자주 만나게 되는 아이템인 의자는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가구 매장에는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보다 더 유명한 디자이너의 의자들이 고가임에도 인기가 많다. 가구들 중에 구매하기 가장 부담 없는 종목인 의자는 작은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기능적으로 다른 가구들에 비해 가장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완벽한 발란스와 조형미를 갖추어야 하면서 오랜 시간 손이 많이 타도 쉽게 변형되지 않을 만큼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좋아야 하고 과학적, 예술적인 디테일이 필요한 어려운 가구이기 때문이다.  


의자의 다양한 변신

주거 공간에서 의자의 기본적 용도와 기능만으로 종류를 나누자면 집안에 필요한 의자의 종류는 다이닝룸의 식탁 의자와 서재방에 책상과 함께 있는 사무용 바퀴 달린 의자가 있으며 넓게는 거실에 소파와 안마의자, 데이베드 겸용의 라운지체어, 벤치와 스툴, 주방의 높은 아일랜드용 바 스툴 bar stool 정도가 있다. 그중에서도 스툴 stool은 등받이나 팔걸이가 없이 시트와 다리만 있는 의자로, 의자라고 하기엔 기능적으로 매우 심플하고 단순해 보이나 주거 공간에서는 사실 여러모로 그 쓸모가 무척 많아서 내가 공간에 콘셉트를 더하거나 디테일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보조 의자처럼 쓰이는 작은 스툴 의자는 덩치가 큰 소파 옆이나 침대 곁에서 사이드 테이블 대용으로  훌륭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방석을 깔고 좌식 생활을 할 때는 작은 티테이블처럼도 쓸 수도 있다. 꽃병이나 식물 화분, 테이블 램프를 올려놓기도 좋고, 높은 곳에 물건을 꺼낼 때 사다리처럼도 자주 쓰이며, 책을 무심하게 대충 쌓아 올려만 두어도 멋진 오브제가 된다. 스툴을 이렇게 테이블 대용으로 쓰려면 평평한 시트로 마감된 나무 소재가 가장 잘 어울리는데 동그랗고 평평한 시트와 L자 형 다리 세 개가 달린 알바 알토의 ‘스툴 60’은 이런 여러 가지 쓰임에도 유용하며 사용 후에 잠시 치워두거나 수납할 때에도 여러 개를 포개어 쌓아 올려 보관하기에 좋고 겹쳐진 모양도 예쁘고 이동할 때도 가벼워서 감성적으로나 합리적으로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가구이다. 

원목으로 만든 평평한 좌판의 벤치 의자도 스툴과 비슷한 쓰임을 갖는데 가로로 길게 늘씬한 선의 느낌이 동양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때문에 복도 벽 쪽에 길게 기대어 놓고 여백을 두고 한쪽 귀퉁이에 물건을 대충 올려 두면 느낌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또 벤치 의자는 좁은 다이닝 공간에 의자 대신 쓰기도 하는데 식탁의 양쪽에 다 벤치를 놓기보다는 식탁 테이블의  한쪽에는 등받이가 높은 식탁 의자를 놓고 반대 편 벽 가까이 통로가 없는 쪽으로는  벤치 의자를 배치해서 의자를 넣었다 뺐다 하는 동선이 확 줄면 공간도 넓게 쓸 수 있게 된다. 소파 등 뒤에 두고 소파에 누워서 커피잔이나 리모컨을 잠깐 두는 사이드 테이블처럼 쓸 수도 있고, 등받이가 없어 시야를 가리지 않으니 아무 데나 두어도 거슬리지 않으면서 가구의 높낮이 변화 때문에 리듬감이 생겨서 전체 공간이 넓고 조화로워 보이는 효과도 생긴다.       


내 인생의 드림 체어

나는 그 유명한 디자인 체어들 중에 토네트 체어(Thonet chair no.14)를 무척 좋아한다. 유럽의 길거리 노천 카페나 레스토랑에 자주 쓰여서 ‘카페 의자’로 잘 알려진 토네트 체어는 19세기 후반에 독일 미하일 토네트 Michael Thonet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나무를 수증기로 가열해서 금형 안에 넣어 곡선으로 구부리고 조립하는 방법으로 수공예 가구만 유통되던 시대에 최초 대량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게 만든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는 체코의 톤 ton사에서 토네트 체어 no.14의 원형을 지키며 톤(TON) 체어로 유통되고 있다. 나는 왠지 톤 체어를 보면 자동으로 커피가 마시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니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상업공간들에 이 톤 체어만큼 잘 어울리는 의자가 또 있을까 싶다. 클래식하거나 모던한 공간 어디에든 잘 어울리며 우아하면서도 가벼운 무게감으로 여러 브랜드들에서 오마쥬 homage 되고 있어서 캐주얼한 느낌으로 재 탄생된 톤 체어들은 내가 상업 공간 디자인을 할 때도 부담 없이 자주 사용하게 되는 기특한 아이템이다. 토네트 체어는 귀족들의 물건을 유통 시스템의 새로운 혁신으로 오래도록 전 세계 대중들에게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의자이며, 150년이 넘었어도 그 아름다움이 전혀 질리지 않는 타임리스 timeless 디자인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손님을 접대하기도 편하고 평소에도 식사시간 외에 가족들의 작업 테이블로 사용하기 좋아서 식구 수와 상관없이 다이닝 테이블은 길고 큰 사이즈를 많이 쓰는데, 그럴 경우 똑같은  세트 의자를 쭉 늘여 놓지 말고 3~4가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좋아하는 취향의 의자를 섞어서 놓는 게 공간에 재미도 생기고 더 실용적이기도 하다. 또 긴 테이블용 의자로 자주 앉는 자리의 의자만 낡았을 때도 세트 의자가 아니라면 한 두 개씩 따로 교체해서 짝이 안 맞아 보여도 별로 거슬리지 않고 맘에 드는 의자가 생길 때마다 한 두 개 씩 따로 사서 채워도 되니 그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세트가 아닌 여러 의자들이 섞여 있을 때, 나무의자나 플라스틱, 페브릭 의자 등 수많은 종류의 식탁의자들 사이에서도 톤 체어는 성격 좋은 친구처럼 무엇과도 잘 어울린다. 다이닝룸 공간이 협소해서 팔걸이가 없는 캐주얼하면서도 기품 있는 식탁의자를 두고 싶을 때도 톤 체어가 제격이지만,. 현대적이고 모던한 주거 공간 안에서도 톤 체어는 올드해 보이거나 튀지 않으면서 편하고 가볍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내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내가 좋아하는 의자 중에 거실 공간에 오브제처럼 사용하기 좋아하는 의자로 그 유명한 에그 체어가 있는데, 에그 체어는 인테리어나 디자인 등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음직한 이름과 친근한 형태를 가진 유명한 디자인 체어로 이름 그대로 동그란 달걀 껍데기의 일부를 깨 놓은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한,  덴마크 건축가인 아르네 야콥슨의 작품이다. 

대부분의 라운지체어들이 풋 스툴 foot stool까지 함께 있으면서 몸을 릴랙스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에그 체어는 몸을 눕히다시피 할 수 있는 다른 라운지체어들에 비하면 그다지 푹신한 쿠션감은 없다. 하지만 몸을 충분히 감싸 안는 조형적 형태가 몸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 안아 주는 것 같아서 통가죽 빈티지 에그 체어는 나의 위시리스트에 있는 드림 체어 중 하나이다. 

에그 체어는, 과거에는 제작이 불가능했던 디자이너들의 꿈이, 기술의 발달로 현실 가능해지게 된 20세기 디자인 체어의 전성기 때 탄생한 의자다. 1958년에  덴마크의 SAS로열 호텔의 설계와 공간 디자인을 맡았던 아르네 야콥슨은 호텔 손님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이동식 파티션 제작을 의뢰받았는데, 보기 싫은 파티션을 대신해서 시선을 차단하고 몸을 충분히 감싸는 형태로 옆 테이블과 간섭이 되지 않게 하는 에그 체어를 디자인했다. 에그 체어는 신소재인 폴리우레탄 폼으로 대량 생산 시스템에 맞추어 만들긴 했지만 의자 한 개에 너무 많은 최고급 양가죽이 소모되어야 하며 1200번의 손바느질로 겨우 한 개 밖에 생산할 수 없는, 수공예 작품처럼 까다로운 물건이었기에 출시 당시에도 2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아무나 살 수 없는 제품이었다. 가죽과 페브릭 소재로 제작이 되는 오리지널 에그 체어는 800만 원에서부터 2천만 원 정도까지이며, 레플리카도 워낙 많고 가품 조차 백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렇게 에그 체어는 아르네 야콥슨의 여러 작품들 중에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마스터피스였으며 다른 디자인 체어들처럼 매력적인 탄생 스토리와 제품의 고급진 퀄리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상업 공간에 쓰기는 좀 부담스럽고 크기가 커서 천정고가 낮거나 좁은 아파트 등 주거 공간에 두기는 답답해 보이기에, 그 유명세에 비해 진품을 자주 만나기가 힘든 제품인데 다행히도 한국에서는 청담동 카페 10 꼬르소 꼬모에 가면 통가죽으로 만든 빈티지하고 아름다운 에그 체어 진품을 만나 볼 수가 있다. 난 여기가 분위기도 좋고 음식이 맛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이 멋스러운 에그 체어를 감상하고 즐기고 싶어서 자주 들르고 싶은 곳이다. 언젠가 이 에그 체어를 내 집 거실에 들여놓을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지만, 가능하다면 차라리 가끔 코펜하겐으로 여행을 갈 수 있고, SAS 로열 호텔 로비에 들를 수 있고,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름다운 에그 체어에 앉아 즐기다 올 수 있다면, 그게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내 몸을 위한 가치 있는 투자 

얼마 전에 난 내 서재방에 있는 책상 의자, 사무용 전문 가구 브랜드에서 구매한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사무용 의자(사실 거의 새것에 가까운)를 바꾸고 싶어서 거의 충동적으로 처분해 버렸다(요즘 난 미니멀리즘에 심취해 물건 버리기에 한참 탄력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유는 단지 그 사무용 의자의 디자인이 갑자기 내 서재방 크기에 비해 너무 크고 투박해서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에 한번 꽂혔더니 더 이상 바꾸지 않고는 참기가 힘들어서였다. 물건의 심미성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 지인분께서는 좋아라 하며 얼른 가져가 버렸는데 문제는 그 자리를 대체할 새 의자를 구하지도 못한 채 있던 것을 보내 버렸으니, 급한 마음에 내가 평소 애정 하는 무인양품으로 달려갔고 지금 내 서재는 싸고 예쁜 무인양품의 ‘워킹 체어 working chair’가 임시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언젠가 정말 사고 싶은 나의 드림 체어인, 서재 의자는 찰스 앤 레이 임스의 ‘임스 소프트 패드 체어 Eames Soft Pad Chair’지만 가격이 너무도 비싸서 엄두도 못 내고 항상 꿈만 꾸고 있기에) 서재 방에서 그다지 오랜 시간을 보내는 편도 아니니 지금 당장은 급하게 필요한 의자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젠가 진짜 나의 서재용 ‘인생 체어’를 사기 전까지 사용하게 될 워킹 체어에 크게 불만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쫓겨나 버린 크고 투박하게 생긴 사무용 의자보다는 임시로 들여온 아담하고 귀여운 워킹 체어가 더 맘에 들어서 한동안 책상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으나, 역시 기능적으로 정교한 제품이 아니어서인지, (아님 예쁜 것 들은 다 불편한 건지,) 좀 오랫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날은 여지없이 허리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 예쁜 워킹 체어는 싸구려 조립 가구에서 나오는 삐그덕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릴 땐 항상 기능보다는 심미성이 우선이었던 나도 나이가 드니 점점 몸이 불편한 것들을 참기가 힘들어지게 되었다. 특히 의자나 소파, 침대 매트리스 같은 것들은 좋은 품질의 잘 만들어진 것이 아니면 가끔 아주 잠깐씩만 사용해도 그 찌뿌둥하고 불편한 사용감을 예민하게 느끼게 되니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패션뿐 아니라 집 안의 생활 용품들에 심미성 보다 기능성을 중요시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가구들 중에서도 특히나 의자와 침대 매트리스 같은 것들은 경제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웬만하면 가장 비싼 게 좋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생활용품들은 한 나라에서 오랜 세월을 지나 봐야 품질이 검증이 되고 그 브랜드에 대한 각자의 기준과 취향이 생길 수 있을 텐데, 좌식 문화에서 입식 문화로 바뀐 지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은 우리나라의 라이프스타일에서는, 의자나 침대 같은 가구들은 아직 가격 외에는 ‘기능적으로 훌륭한 것’의 차이점과 품질을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어떤 취향이나 정확한 기준들의 정보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자에의 취향 

집 안의 가구들이야말로 집주인의 멋진 취향을 표현하기에 딱 좋은 수단이 되지만, 부피를 크게 차지하는 가구들은 처음부터 너무 비싸고 좋은 것들로 사 모으는 일은 피해야 한다. 특히 아직 젊어서 주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라이프스타일이 조금씩 변하기 마련인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취향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고가의 가구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면 아이가 생기거나 이사를 가야 하거나 해서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맞이 할 때마다 좋은 가구들이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가구든 가구는 한번 갖추어 놓게 되면 생각보다 꽤 오래 쓰게 되는 물건이니, 유행이 바뀔 때마다 가구를 자주 바꾸게 되지는 않겠지만, 특히 의자 같은 것은 경솔하게 유행에 따라가거나 싸구려 카피 가구를 세트로 구매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할 일이다. 

가장 부담 없고 쉽게 살 수 있는 가구 중 하나가 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적어도 그 존재감만으로 본다면 사실은 의자가 가장 고급스러운 값어치를 가진 가구여야 한다. 사람이 건강하게 잘 자기 위해 좋은 매트리스를 써야 하고, 잘 걸어서 좋은 곳에 다니기 위해 발이 편한 좋은 신발을 신어야 하며, 좋은 자세와 건강한 척추를 위해서는 허리를 편안히 받쳐 줄 좋은 의자가 필요하다. 

오래도록 변치 않을 가치를 가진 가구에 투자하고 싶다면, 다른 가구에 비해 사이즈는 작지만, 좋은 의자를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좋은 의자는 내 몸을 위해서, 나중을 위해 좋은 투자가 될 수도 있다. 좋은 브랜드 우수한 품질의 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고 매력이 더해지는 예술 작품으로 취급해도 무관하다. 

몇 년 지나 유행이나 취향이 바뀌면 올드하고 촌스러운 중고품으로 보일까 두려워서 고가의 의자를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면 충분히 시간을 갖고 나만의 좋은 의자에의 취향을 만들려 노력해 보도록 하자. 좋은 취향으로 고른 좋은 의자는 지금 당장 내 몸을 편안하게 하고, 심지어 훗날 자녀들에게 대를 이어 물려주어도 시계나 보석처럼 빈티지 아이템으로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며 또 근사한 취향의 의자 하나가 자녀들에겐 ‘부모님을 취향’을 추억하게 만드는 소중한 물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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