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커튼의 캐릭터
커튼은 공간의 성격과 콘셉트를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감 소재이다. 조명이 장식적인 마무리로 공간에 화장을 해준다면, 커튼은 공간을 마감하는 마감재로써 공간에 옷을 입히는 무척 섬세한 작업이다. 어떤 패션으로 스타일링하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듯 커튼의 소재나 컬러, 디자인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많이 바뀔 수 있다.
커튼이 없다면 창문은 미완성 상태로 도배지가 안 붙은 콘크리트 벽처럼 날것의 상태나 마찬가지이다. 잘 지어지고 만들어진 공간이나 건축물들도 창문을 커버하는 블라인드나 커튼의 설치가 끝나야 비로소 마무리가 되고 아늑하고 완성도 있는 공간의 개념을 갖게 되니 커튼은 밝음과 어두움을 가르는 경계의 의미를 지녔음에도 고정되지 않은 유연함을 지닌 벽체로써, 불안정한 유리 소재인 창문을 보호해 주기도 하는 훌륭한 건축 마감재로의 역할까지 해 낼 수 있다.
커튼은 또 겨울에는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는 보온 효과가 있고 한여름 직사광선을 피하게 해서 시원하고 쾌적한 온도를 유지시켜주며, 외부 소음과 내부 소음(울림)을 걸러주고, 낮시간에는 창밖의 아름답지 못한 풍경을 가려주는 파티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밤에는 캄캄한 창문을 가려서 내부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도 한다. 또 이런 필수적이고 기능적 요소들 외에도 커튼은 햇빛을 부드럽게 걸러내어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며 공간 내에 심미성과 기능성 두 가지 측면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기특하고 유용한 인테리어 마감재이다.
한국의 주거 공간에서 커튼이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1960-80년대쯤으로, 아파트를 포함한 현대식 주거용 건축물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콘크리트나 단단한 외벽이 아닌 유리로 마감된 불안정한 창호 부분을 보완하여 감싸주고 빛과 공기의 흐름을 분리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원단으로 만드는 마감재인 커튼이 인테리어에 필수적인 품목이 되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나타나기 시작한 커튼의 모습들은 17-18세기 프랑스 궁중 또는 살롱에나 어울릴듯한 지나치게 드레시한 디자인과 소재들이 주를 이루었다. 번쩍거리거나 치렁치렁 화려한 타슬이나 타이벡 등의 커튼 액세서리 부자재들과 ‘발란스’라 불리는, 장식용 원단들(커튼 윗부분의 커튼 박스를 대신해 커튼레일을 가리기 위해 사용된 장식용 천)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행을 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커튼은 기본적인 기능만 유지하는 심플한 소재들로 그 모습이 많이 바뀌었고 심지어 새로 지어진 모던한 건축물이나 아파트들에 커튼 대신 심플한 블라인드와 스크린 등이 대체되면서 아예 그 모습이 사라질 뻔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미니멀리즘의 시니컬함에 지친 사람들은 패션이나 디자인 전반에 걸쳐 또다시 과거의 화려했던 장식적 소재들이 주는 즐거움에 다시금 빠져들게 되었고 커튼용 원단으로 나와있는 패브릭의 디자인이나 종류도 예전처럼 휘황찬란하게 번쩍거리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디테일이 섬세한 원단들이 많아졌으며, 커튼의 스타일도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원단 고유의 텍스츄어와 볼륨감을 살려서 자연스럽게 늘어뜨리며 드레이프 drape 되는 심플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커튼들이 많이 보이게 되었다.
공간의 콘셉트를 결정하는 다양한 커튼 소재와 스타일
커튼은 스타일이나 디테일보다 소재(어떤 원단을 쓸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디자인과 사이즈가 같은 옷이라도 캐시미어 니트와 합성섬유 니트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듯이 천연 소재나, 패브릭 소재 자체의 퀄리티가 좋은 것들은 그 가격이 무척 비싸니(원단의 종류도 워낙 무궁무진하게 많아서 그 가격도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만약 패브릭 소재의 퀄리티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커튼도 가구만큼 중요한 인테리어의 한 부분임을 잊지 말고 인테리어 예산에 미리 계획을 세워 두어야 한다. 가구나 인테리어 공사는 무리해서 많은 예산을 투자해 멋지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커튼 견적을 무시했다가 나중에 싸구려 원단의 커튼들로 공간 전체가 조악하고 볼품없어져서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커튼 원단이 워낙 다양하고 무궁무진해서 직접 고르는 일이 자신 없다면 패브릭을 많이 다루어 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단 디자이너들의 커튼에 대한 취향도 모두 다르고 원단의 종류도 디자인이나 가격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인테리어 공사나 스타일링을 의뢰할 때처럼 본인의 디자인 콘셉트와 예산 금액을 미리 파악하고 생각해 놓아야 한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원단의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없으며, 다른 곳 보다 견적이 싸게 나왔다고 무턱대고 맡겨 놨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기 때문에 본인이 가능한 예산 안에서 디자이너와 성향이나 콘셉트가 잘 소통했는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커튼 원단은 크게 펼쳐져서 자연광에 비쳐 보여 질 때, 밤에 조명 아래서, 원단이 뭉쳐져 있을 때와 펼쳐져 있을 때 등, 경우에 따라 컬러의 느낌이 모두 다 다르고 또 천장에 매달려 자연스레 주름이 잡혀서 떨어지는 원단의 실루엣도 각 원단의 성격에 따라 많이 다르며 어떤 소재끼리 매치해서 쓰느냐에 따라서도 디자인이 매우 많이 달라져 보일 수 있으니 가능하면 넓은 면적의 패브릭 샘플을 많이 만져보고 늘어뜨려 보아야 한다.
또 커튼은 원단의 두께감, 종류에 따라 그 스타일이 많이 달라지고 공간의 분위기도 바뀌기 때문에 좋아하는 공간의 분위기에 맞게 원단을 잘 골라야 한다. 커튼 원단은 그 감촉과 재질에 따라 크게는 천연소재로와 폴리 소재로 나뉘는데 천연 소재인 실크, 리넨, 면 등은 자연스럽고 내추럴한 광택과 숨 쉬는 듯 고급스러운 감촉 때문에 공간을 고급지고 멋스럽게 만들지만 구김이 많이 가고 관리가 어려우며 가격이 비싼 편이라 폴리와 혼방으로 된 원단을 사용하면 그 단점을 많이 보완할 수 있다.
실크는 천연 소재로서 다른 원단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관리도 어렵지만 여성스럽고 럭셔리한, 포멀 formal 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다. 또 같은 실크들끼리도 그 종류에 따라 가격대나 질감들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실크는 물과 열에 약하기 때문에 폴리에스테르와 면 혼방 합성섬유나 융 원단 등을 뒷지로 덧대어 톡톡하게 볼륨감을 주기도 하고 광택이 적고 표면의 텍스츄어가 껄끄러운 듀피 온 실크 같은 경우에는 내추럴한 소재감을 살려서 홑겹으로 재단하여 쓰기도 한다. 실크는 또 특별히 계절을 타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광택감 때문에 한 가지 컬러로 투톤(two-tone) 효과를 내기 때문에 진한 컬러를 넓은 면적으로 사용해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아서 널리 애용되는 커튼 소재이다.
리넨 또한 최고급 천연 소재로서 실크만큼이나 가격대도 비싸고 관리가 까다롭지만 햇빛 아래 투명하게 비치는 직물의 내추럴한 소재감은 그 아름다움이 넋을 잃을 지경이다. 리넨은 보통 여름 소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공방법이나 두께감에 따라 느낌이 다르며 사계절 베딩 원단으로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고급 소재이다. 두께나 밀도가 높은 두꺼운 린네들은 겉 커튼으로 쓰이거나 특수 가공을 거쳐 소파 커버지로도 인기가 많고, 밀도가 얇고 성글은 원단은 속 커튼으로 많이 사용된다. 요즘은 아름답지만 관리가 까다로운 100% 리넨 원단보다는 합성 섬유들과 혼방 가공되어 리넨 고유의 장점을 살리면서 구김이 덜 가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진 리넨 혼방 원단들이 실용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요즘은 천연섬유 외에도 고급 기술로 가공해서 퀄리티가 좋은 합성섬유들도 카튼 원단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구김 없이 흐르는 듯 착 떨어지는 연출이 가능한 폴리 원단은 천연 섬유보다 저렴하고 구김이 안 가서 원하는 스타일을 연출하기가 쉬우며 관리가 용이해 커튼 원단으로 인기가 많다. 실오라기만큼의 빛도 차단할 수 있는 특수한 짜임의 원단인 암막커튼은 방풍이나 단열에도 좋지만, 빛에 예민해서 잠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커튼이고, 암막의 정도에 따라 70~99%까지 빛의 차단이 가능하다. 커튼 원단 자체가 암막으로 짜인 암막용 커튼 원단들도 많지만 기능성 원단이다 보니 컬러나 질감 등에 한계가 있고 무겁고 답답한 느낌이 있어서, 다른 원단들의 뒷면에 따로 암막 원단을 덧대서 이중으로 가공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자수나 원단이나 레이스, 프린트 원단 등, 커튼 원단은 그 종류별, 컬러별, 패턴별로 수천수만 가지 종류가 있으니 커튼 원단을 구입하기 전에 평소 본인이 좋아하는 패브릭이 어떤 질감과 어떤 컬러의 것인지, 내 공간이나 창에 어울리는 소재나 컬러는 어떤 것일지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많이 접해 보는 게 좋다.
커튼의 컬러는 기본적으로 인테리어 마감재에 맞춰서 톤온톤으로 벽체를 감싸주는 느낌이 들게 해 주는 것이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는 가장 무난한 방법이지만 공간 안의 인테리어가 무채색으로 조용한 분위기라면 커튼에서 진하게 눌러주는 컬러를 사용하거나 리듬감을 주는 컬러나 소재로 받아줄 수도 있다. 좋아하는 취향의 꽃무늬나 패턴이 들어간 프린트 원단을 사용해서 커튼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싶을 때는 패턴 중에 있는 컬러를 단색 원단으로 매치해서 속 커튼이나 쿠션, 침구 등에서 반복해 받아 주면 공간 안에서 커튼만 튀지 않고 안정감이 생겨서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
커튼의 스타일을 결정할 때도 커튼을 설치하려는 공간의 컨디션과 커튼 원단의 두께나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가공 방법을 결정한다. 원단이 부드러울수록 주름이 자연스럽고 예쁘게 잡히는데 나비 주름을 가지런히 잡아 내리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고 흔한 방법이면서도 패브릭의 특성을 잘 살려 주는 가장 예쁜 스타일이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커튼으로 멋을 부리고 싶다면 주름을 더 많이 잡아서 화려하고 우아하게 만들 수도 있다. 주름 없이 플랫 flat 하게 처리한 커튼에 구멍을 뚫어서 커튼 봉에 끼워주는 아일렛 장식은 두께감 있는 원단에 자주 쓰는데 두꺼운 웨이브가 생기며 무게감 있게 떨어져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공간 안에 파티션처럼 원단을 내려뜨릴 때는 커튼에 봉집을 만들어 커튼 봉에 끼워서 사용하기도 한다. 또 창문에 레일을 가릴 수 있게 커튼 박스가 시공되어 있다면 커튼레일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고, 공간에 커튼 박스가 없어 레일이 노출될 상황이거나 천정고가 너무 높고 원단이 무거운 경우는 커튼봉을 따로 제작해야 한다.
창문을 커버하는 다양한 방법
창문의 크기나 면적, 형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커튼의 스타일들도 다양하지만 블라인드나 스크린, 셰이드 등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커튼과 함께 써서 공간 안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커튼은 창문의 개폐 방식에 따라 좌우로 열리는 모습이 가장 많고, 상하로 개폐하는 작은 창문에는 접어 올리는 로만 셰이드나 감아올리는 롤스크린의 형태도 많이 쓴다. 일반적으로 거실 창은 좌우로 개폐하는 커튼이나 세로형(버티컬) 블라인드를 달아야 출입이 편하다. 좌우 개폐형 커튼은 보통 겉 커튼과 속 커튼, 두 가지를 한 세트로 사용하기를 권장하는데, 본래 커튼으로의 메인이 되는 역할을 가진 겉 커튼과, 창문과 겉 커튼 사이에서 좀 더 장식적 역할을 해주는 속 커튼 두 가지는 각기 성격이 다른 원단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같이 사용하면 기능적으로도 시너지가 나고 장식적으로도 훨씬 풍성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가로형 블라인드는 수평 슬라이드의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서 시선은 차단하고 통풍이 가능하게 할 수 있고, 블라인드를 다 내려놓은 상태에서도 슬라이드 날개의 각도를 천 장면과 나란히 플렛 flat 해 지게 조절하면 무거운 블라인드를 통째로 말아 올리지 않고도 시원하게 창 밖의 풍경을 내다볼 수 있다. 소재에 따라, 메탈 블라인드는 물을 많이 쓰는 욕실이나 주방 창에 사용하기 좋고, 우드 블라인드는 원목의 소재와 컬러에 따라서도 내추럴하거나 세련돼 보일 수 있으며 특히 서재 방에 진한 톤의 우드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책꽂이의 수직, 수평 선과 함께 직선적인 느낌을 강조하며 지적인 분위기를 업시켜 준다.
롤스크린은 조작과 사용법이 심플해서 드레스룸이나 다용도 실처럼 자외선 차단만 목적으로 하면 될 때 딱 좋은 방법이며 두께가 없어서 공간도 절약할 수 있다. 로만셰이드는 롤스크린과 비슷한 원리이나 롤링 구조가 아니라 접혀 올라가는 방법이며 커튼 원단 종류를 모두 사용 가능해서 작은 창에 심플하고 러블리한 느낌으로 설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