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컬러 매치는 공간을 세련되고 편안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에게도 인테리어 컬러 배색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패션 같은 경우는 그래도 평소에 자주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터득한 노하우로 머릿속에 이미 자신만의 컬러 데이터가 만들어졌겠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을 위한 컬러 매치는 그렇기가 힘들다. 일단 컬러를 사용해야 하는 공간의 면적이 패션을 위한 컬러보다 훨씬 넓고, 날씨나 조명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기준이 일정치 않으며, 또 인테리어 마감재나 물건들을 실재 사이즈로 구해다가 가까이에서 일일이 비교해 보고 매칭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간을 위한 컬러 매치는 상상력과 ‘감’이 필요한 무척 까다로운 작업이다. 실패를 줄이고 맘에 드는 공간 컬러를 찾고 싶다면 인테리어 마감재나 커튼, 가구 등의 컬러를 정할 때 최대한 큰 면적의 마감재 샘플이나 컬러칩을 구해서 배색하려는 공간 안에 붙여놓고 오랫동안 시간적 여유를 두고, 변덕스러운 감정의 변화도 즐기면서 신중하게 고민해 보는 게 가장 좋다. 공간 속 컬러들은 그 소재나 면적에 따라서도 느낌이 많이 다르고 낮에 자연광에서 보는 컬러와 밤에 실내조명 아래서 보는 컬러가 또 다르며 맑은 날과 비 오는 날 보는 컬러의 느낌도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유행하는 컬러의 마감재를 대충 정했다가는 볼 때마다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패션에서는 가장 중요한 디자인적 요소가 전체적인 흐름을 이루는 실루엣과 밸런스인데 이 실루엣과 밸런스를 좋아 보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컬러 매치이다. 컬러의 매치가 착시적으로 시선의 흐름을 뚝 끊기게 할 수도 있고 유연하고 우아하며 조화로운 실루엣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조형적으로도 실루엣이 아름답고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결감 있는 조화로운 컬러 매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간에 감성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컬러들의 성격
컬러는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하기에 문자 외의 시각적인 기호로도 많이 사용된다. 공간에 색상을 잘 이용하면 각 공간들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고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가 수월하다. 또 컬러는 한 가지로 혼자서 돋보이기보다는 서너 가지 다른 컬러들과 어우러져서 서로를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어 주고, 조화와 균형 리듬감 등을 만들어 공간의 콘셉트를 잘 드러내 주며, 공간에 대한 그리움과 행복한 추억까지 다시 생각나게 만들기도 한다.
인테리어 마감재나 물건을 고를 때 잘못된 컬러 매치와 사용이 두려워서 ‘무난하게’ 그레이나 베이지톤으로만 통일시켜주는 실수를 하기가 쉬운데 이런 탁한 컬러들끼리만으로의 평범한 매치는 오히려 금욕주의를 표현하듯 답답하고 고집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시크한 모노톤 공간은 세련되고 차분한 이미지를 주긴 하지만 자칫 너무 보수적이거나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높낮이가 다른 화분으로 그린 컬러 식물들을 랜덤 하게 반복 배치해서 공간에 살아 있는 그린톤의 생기와 리듬을 넣어 주면 좋다. 또 그레이 컬러는 핑크나 옐로, 골드나 크롬 컬러 등을 매치해서 캐주얼하고 재미난 인상을 만들 수도 있다.
화이트와 크림색 컬러 베리에이션과 베이지 톤을 매치한 ‘연한 모노톤 컬러’의 공간 또한 우아하고 품위 있어 보이긴 하지만 지루하고 짐짐한 분위기가 될 수 있으니 작은 면적이라도 악센트가 되는 골드나 블랙 컬러 소품을 매치해주면 포멀 formal 하고 단정하면서도 세련돼 보일 수 있다. 또 이런 베이지나 연한 그레이 같은 중성의 모노톤 컬러들은 와인 컬러나 네이비 컬러, 진한 브라운색의 원목 가구 들과 함께 있으면 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블루 컬러나 진한 네이비 같은 쿨톤의 컬러들은 넓은 면적에 쓰이면 쓸쓸하고 우울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신뢰감을 주는 편안한 컬러로 화이트 컬러와 만나면 가장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을 전달하기 좋고 실버 컬러와 함께 여름에 쓰기에도 더없이 좋다. 또 블루와 네이비는 골드나 블랙과 함께 쓰이면 남성적이고 모던하며 포멀 한 분위기로 화이트 매치와는 전혀 다른 진중한 매력이 생긴다. 블루는 원목 가구 같은 따뜻한 브라운 컬러와 만나면 더 매력적으로 변하고 수박색(청록색), 머스터드 옐로 컬러와 매치하면 이국적인 뉘앙스를 갖기도 한다.
배경 컬러가 정리되면 공간이 더 돋보인다
공간 디자인을 할 때 컬러 매치는 사실 디자이너들의 시크릿 비법과도 같다. 지루한 공간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나 산만해 보이는 공간을 정리하려 할 때, 주변의 어수선한 컬러들만 조화롭게 정리해 주어도 공간의 콘셉트이나 분위기를 단숨에 드라마틱하게 변신시켜 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 안의 살림살이 소품이나 가구 등에서 보이는 컬러들이 조화롭지 못하면 각각의 물건들이 디자인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공간이 산만하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데 그럴 땐 물건을 비슷한 컬러들끼리 그룹 지어서 큼직한 덩어리로 보이게 한 군데 모아서 정돈만 해주어도 집 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미니멀하고 깨끗하게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는 흩어져서 여기저기 보이는 물건들의 다양한 컬러들을 그룹 지어 정돈하는 일이 모든 일의 기본이 되어야 하며 마치 그림을 그릴 때 하얀 도화지를 준비해야 하듯 배경 컬러들을 정리해 주는 일과 같다.
집을 짓거나 주거 공간을 리모델링하면서 인테리어 마감재를 고를 때는 처음부터 컬러 배색에 지나치게 욕심 내지 말고, 면적이 가장 넓게 보이는 벽, 바닥, 천정 순으로, 내 공간에 배경 컬러를 깔아 준다 생각하고 무채색이나 중성색의 비슷한 컬러톤 한두 가지로 최대한 심플하게 정리해 주어야 한다. 걸레받이, 몰딩 컬러와 문짝, 문선 등, 벽에 경계를 만드는 건축 마감재들을 벽지 컬러와 비슷한 색으로 맞추어 정리해 주면 벽에 각종 몰딩들로 지저분하게 경계 생기지 않게 되고, 한계가 명확하지 않아 져서 집이 훨씬 넓어 보일 수 있고 다른 가구나 살림살이들도 돋보일 수 있다.
또 바닥을 우드 플로어링으로 마감하려면 문짝이나 몰딩, 창호 같은 건축 자재인 나무 컬러와 맞추어 주면 깔끔하다. 원목 가구를 새로 구입할 때도 이미 가지고 있는 가구들의 색과 질감에 맞추어, 집안에 보이는 모든 나무 소재들을 한 가지 종류와 컬러로 통일시켜 주는 게 좋다. 원목처럼 자연 소재의 재료들은 그 종류에 따라 색상과 밝기의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따뜻한 느낌의 내추럴한 인테리어를 추구한다고 여러 다른 종류의 원목 가구와 마감재들을 한 곳에 모아 놓게 되면 공간이 어수선하고 조악스러워진다.
톤온톤과 톤인톤 컬러 매치법
효과적인 컬러 매치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공간을 세련되고 차분하게 하여 오래 머무르고 싶게 하며 각 공간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해 준다. 아름다운 공간을 위한 컬러 매치를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컬러의 밝음과 어두움을 표현하는 명도와, 탁하고 맑은 정도를 표현하는 채도를 잘 이용해야 하는데 비슷한 톤의 컬러들로 밝기를 어울리게 매치하는 것은 톤온톤(tone on tone)의 배색 스타일이고, 여러 가지 다른 색감 컬러들의 맑거나 탁한 정도를 맞추어 배색해 주는 방법을 톤인톤(tone in tone) 배색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배색 법을 잘 이해해서 컬러의 밝고 어두움, 연하고 진함, 탁하고 맑음 같은 컬러의 성질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 패션에서든 인테리어를 할 때든 컬러 매치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세련돼 져서 컬러를 사용하는 일에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컬러 매치가 자신이 없을 때는 같은 계열의 컬러 톤 안에서 밝기가 다른 여러 가지 소재들을 매칭해 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인데 이것이 톤온톤 배색이다. 예를 들어 네이비와 블루, 베이지와 브라운, 블랙과 그레이 같이 비슷한 컬러들끼리의 매치이다. 초보자들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며 옷을 못 입는 사람도 옷의 디자인과 상관없이 상의와 하의의를 비슷한 한 가지 컬러로 통일해 주고 컬러의 밝기 차이만 자연스럽게 맞춰 주면 옷 잘 입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한꺼번에 보이는 컬러들을 비슷한 컬러 톤으로 맞추고 ‘밝기 매치’만 잘해 주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통일감 있고 세련된 공간을 연출할 수 있게 된다.
단, 이렇게 비슷한 컬러 톤을 매치할 때 주의할 점은 ‘색의 온도’를 잘 맞춰 주는 것인데, 같은 하얀색이라도 차가운 느낌이 도는 푸른빛 화이트와 따뜻한 느낌의 노란빛 화이트를 함께 쓰면 자칫 전체적으로 공간이 지루하고 촌스러워 보일 수 있으며 또 밝기 차이가 없는 톤온톤의 베이지 컬러들이라도 차갑거나 따뜻하게 색온도가 다르면 상대적으로 함께 있는 컬러들은 오염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민하게 색의 온도까지 파악해서 배색하기가 힘들다면, 좋은 방법은 마감재의 질감을 과감하게 대비시켜서 표면의 감촉(텍스츄어 texture)이 거칠고 매트 mat 한 것은 매끄럽고 반짝거리는 반대 성질의 질감으로 매치해 주는 것이다. 표면을 매끄럽고 반짝거리게 가공한 대리석 소재의 하얀색 티 테이블에 같은 하얀색의 소파나 의자를 함께 두려면 반짝거리는 미끄러운 질감의 가죽소파보다는 매트하고 투박한 느낌의 페브릭 소재 소파나 또는 가죽이라도 페브릭 같은 질감으로 매트하게 가공한 소재로 매치해 주면 색의 미묘한 온도차가 잘 안 느껴져서 훨씬 더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인테리어는 패션에서의 컬러보다 그 면적이 넓어 자칫 산만해 지기 쉽기 때문에 같은 소재의 텍스츄어 texture(질감)로 컬러가 다른 여러 물건들이 섞여있는 것보다는 통일감 있는 한 가지 컬러로 질감이 각기 다른 여러 가지 소재를 매치하는 것이 더 세련되고 안정감 있어 보인다.
톤인톤 tone in tone은 비슷한 정도의 맑음이나 탁함(채도)을 가진 몇 가지 서로 다른 컬러들의 조합이다. 파스텔처럼 뽀얀 느낌의 컬러는 비슷하게 뽀얀 다른 여러 컬러들과 매치하고, 톤이 다운된 칙칙한 저채도의 컬러들은 또 그와 비슷한 탁한 분위기의 다른 컬러들과 매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유채색 컬러들끼리 채도와 궁합이 잘 맞게 조화로운 컬러 배색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너무 많은 컬러들이 섞이면 아무리 잘 어울리는 컬러들끼리라도 산만하고 조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공간 내, 일정 범위 안(주방과 거실처럼 한 시선 내에 들어오는 공간까지)에서는 아무리 많아도 3-4가지 컬러를 넘지 않는 게 좋다.
컬러 배색의 황금비율
여러 가지 컬러들이 공간 속에서 시끄럽게 충돌하는 것을 피하고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매치되게 하려면 사용하는 컬러의 면적과 비율이 무척 중요하다. 어떤 컬러를 더 넓은 면적에 사용해야 하는지, 메인 컬러나 서브 컬러를 어느 정도 비율로 써어야 하는지 같은 ‘색의 배분’의 문제는 안정감과 긴장감을 만들며 공간 내에 발란스 balance를 잘 유지시켜 준다.
공간 전체의 기본이 되는 베이스 컬러는 전체 면적의 70% 정도여야 하며 보통은 중성색이나 무채색을 사용하고 밝고 어둡기만 잘 조절하면 된다. 인테리어 컬러 배색은 패션 스타일처럼 기분에 따라 매일 바꾸어 주기가 힘들기 때문에 면적을 크게 차지하는 벽, 천정, 바닥 등에 쓰일 베이스 컬러는 다른 여러 가지 컬러들을 모두 받아줄 수 있는 중간 성향의 뉴트럴 neutral 한 컬러로 고르는 게 좋다. 공간의 캐릭터가 되는, 전체 인상을 좌우하는 메인 컬러는 전체의 20~25% 정도를 차지하며 소파나 러그, 커튼 등에 사용한다.
포인트 컬러는 5% 정도로 쿠션이나 소품 등의 작은 면적에 사용하는데 메인 컬러를 돋보이게 하여 공간의 조화로운 컬러 배색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컬러풀하고 화려한 프린트들은 작은 소품이나 그린 컬러의 식물, 쿠션 등 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오브제들을 조화롭게 매칭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롭고 활기 넘치는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메인으로 보이는 컬러가 임팩트가 강하고 진한 컬러일 때는 혼자 너무 동떨어져 보일 수 있으니, 한 곳에 큰 면적으로 집중하지 말고 면적을 나눠서 여러 군데 분산시켜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생겨서 공간 분위기가 조화로워진다. 거실에 시커먼 텔레비전의 블랙 덩어리가 혼자 너무 강하고 따로 떨어져 보인다면 블랙 컬러를 소품이나 의자 다리 같은 부분에서, 작고 얇게 거실 공간 안에 여러 번 다시 배분해서 보여 주게 되면 텔레비전의 블랙 면적이 부담스럽게 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으며 얇은 블랙 라인 컬러들의 반복으로 공간에 리듬감이 생긴다.
배합 컬러로 중화시키기
블랙과 화이트처럼 대비가 심한 컬러를 인테리어 컬러로 쓸 때는 너무 동일하게 50:50 비율로 사용하면 공간 전체가 지나치게 무겁고 차가 워 보일 수 있다. 모노톤으로 깔끔한 컬러 배색을 원할 때는 블랙 컬러는 5~10%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큰 면적의 덩어리로 보이기보다는 선으로 샤프하게 라인 감만 주는 방법을 사용하면 공간에 에지 edge가 생기고 밝은 컬러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밝고 넓어 보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어둡고 밝음의 대비가 심한 두 가지 컬러를 메인으로 쓸 때는 이 둘을 중화시켜주는 중간 컬러(화이트 블랙 일 때는 그레이가 중간 컬러)를 보조색으로 구색을 맞춰 배합해 주면 그러데이션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생겨 공간에 깊이감이 느껴지게 된다.
또 반대로 밝기 차이가 너무 안나는 연한 컬러들끼리의 매치 일 때, 예를 들면 방을 넓어 보이게 하고 싶어서 큰 면적들을 온통 밝은 컬러로 배색할 때도, 밝은 면적들 사이를 분리시켜 또렷하게 해주는 배합 컬러가 없으면 연한 컬러들끼리 흐리멍덩하게 다 앞으로 전진하는 느낌을 주어서 오히려 답답해 보일 수 있다. 중간톤의 보조색들이 면적을 부분적으로 후퇴시켜 주어 입체감을 주어야 공간이 훨씬 깊고 넓어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집안을 밝고 넓어 보이게 하기 위해 온통 하얗게 화이트 톤을 쓰고 싶다면 색온도가 비슷비슷한 크림빛 화이트 톤 끼리의 화이트 톤온톤 컬러 매치는 비교적 쉽게 공간을 우아하고 차분해 보이게 만들어 줄 수 있지만 같은 컬러의 넓고 밋밋한 면적을 적당히 분리하며 환기시켜주는 그림자 컬러 같은 배합 컬러들을 중간에 반복해 넣어 주게 되면 같은 화이트 톤에 농도와 깊이감이 생겨서 훨씬 더 풍요롭고 화사한, 느낌 있는 화이트 공간이 될 것이다.
나를 돋보이게 하는 내 삶의 배경 컬러를 찾을 것
어린 시절에 내방은 밝은 그레이 벽지에 하늘색의 메탈 블라인드와 연한 색 원목 책상, 오렌지색 패브릭이 커버링 된 의자가 있었고 창문 옆 벽에는 ‘인디애나 존스’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었는데 내 기억에 그 포스터컬러는 붉은 갈색을 띤 세피아 톤이었다. 이 컬러들의 조화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난 지금도 블루톤과 함께 브론즈나 세피아의 컬러 조합을 즐겨 사용하곤 하는데 내 주변 지인들은 ‘블루-세피아’ 분위기의 컬러 매치를 보면 마치 내 시그니쳐 컬러 같다면서 “이건 정말 니 스타일이야!”라고 말해준다. 또 내 지인 A 씨는 핑크 컬러를 무척 좋아해서 패션 아이템부터 주거 공간 소품들 까지, 핑크를 안 쓰는 영역이 없다 보니 평소 핑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가끔 누드톤의 단아한 핑크 컬러 아이템을 보면 A 씨가 생각나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한다.
누구든 패션뿐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공간 속에도 나를 표현하고, 나를 돋보이게 하는, 내가 좋아하는 컬러들이 있을 것이다. 계절마다 디자이너들이 유행이라고 쏟아내며 강요하는 컬러들 말고, 내 공간 안에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며, 내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내가 좋아하는 컬러 매치. 그런 ‘나만의 컬러 배색 팔레트’가 있다면 내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내 패션의 컬러들은 내가 계속 보고 있지는 않지만, 내 공간 컬러는 내가 계속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 내 기분과 내 감성에 시각적 자극을 많이 주게 되니 내 공간 속 컬러 배색은 반드시 내 취향으로 해야 한다.
내 취향의 컬러 배색이 어떤 것들인지 갑자기 발견하고 상상해 내기가 어려울 땐 자연에서 나온 컬러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변에 항상 있어서 눈에 편하고 익숙한 컬러들,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빛과 하늘하늘한 코스모스의 연한 핑크색, 여름 태양 아래 진한 청색의 바닷물과 눈부신 크림색 백사장, 진한 흙빛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는 연한 나뭇잎의 다양한 그린 색 베리에이션 variation들. 이렇게 자연의 컬러를 이용한 컬러 배색은 편안한 자연스러움으로도 공간에 활력과 경쾌한 리듬을 주며 빡빡한 도시 생활과 직장 생활에 지친 피로함을 해소하는 기분 좋은 힐링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하고 과감한 컬러 시도가 두렵지 않은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면 방안의 벽체나 문짝, 가구, 커튼, 소파 등 크고 넓은 면적에 화려한 프린트 패턴이나 과감한 컬러들을 시도해 보는 것도 추천해 주고 싶다. 이렇게 임팩트가 강해서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강조하는 컬러를 쓰게 되면 공간에 발랄한 에너지가 생기며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컬러는 유행을 가장 많이 타는 디자인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과 주관적인 호불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멋지고 유행하는 컬러라도 나에게 매력적이지 않고 정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컬러는 내 주거 공간에서 두어선 안된다. 유행한다는 트렌드 컬러가 아무래도 정이 안 가고 눈에 안 들어온다면 유행 따위는 과감히 무시하고 본능에 충실하면 된다. 평소에 주변에서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공간 속의 컬러나 컬러 배색의 사례를 찾아 꾸준히 스크랩해 놨다가 내 공간에 조심스레 연출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컬러로 배색한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 주는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쿠션 하나 수건 한 장도 눈에 거슬리는 컬러나 패턴은 내 공간에 함부로 들이면 안 된다. 의외로 작은 면적의 소품들 한두 개의 컬러가 집안 전체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