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쉼표를 꿈꾼다

온전한 휴식에 대하여

by sunny


쉰네 살의 나는 여전히 직장인이다.

이 나이에 일할 자리가 있다는 건 분명 감사한 일이다.

나는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쉰다.

하지만 5일을 일하고 맞이하는 이틀의 휴일은 달콤하지도, 평안하지도 않다.




우리 집은 다섯 식구가 함께 산다.

시어머니, 남편, 나, 그리고 두 아들.

휴무일이면 남편은 출근하고, 두 아들은 학교와 근무지로 향한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언제나 집에 계신다.


사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힘들게 하시는 분이 아니다.

잔소리도, 억지로 시키는 일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온전히 혼자가 되는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집 안에 늘 머무는 기척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의 불편함이 되어 나를 짓눌렀다.


그래서 가끔은 서글퍼진다.

나는 왜 휴일에도 편히 쉴 수 없는 걸까.

내가 꿈꾸는 휴식은 특별하지 않다.




아무도 없는 집, 거실의 커튼을 활짝 열어젖히며 쏟아지는 햇살.

볼륨을 조금 높인 음악, 천천히 음미하는 아메리카노 한 잔.

그리고 베란다의 화초들과 눈을 맞추며 물을 주는 시간.

그렇게 하루를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채우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온전한 쉼이다.




올 연말이면 계약직 근무가 끝난다.

이제 세 달 정도 남았다.

요즘 나는 가족들에게 종종 말하곤 한다.
“나 퇴사하면 강원도 바닷가에 가서 세 달쯤 쉬다 올 거야. 나 찾지 마.”


남편은 웃으며 “원주 친정으로 가면 되겠네”라 하고,

큰아들은 “엄마, 가고 싶은 데 가서 맘 편히 쉬다 오셔”라며 응원해준다.

이번에는 말뿐이 아니라 정말 떠나고 싶다.




갱년기로 지친 몸,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쌓이는 무언의 불편함.

이제는 나를 위해 온전한 쉼을 선물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몸과 마음을 풀어낸다면,

앞으로 살아갈 힘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아흔 살까지 사시는 분들이 많다.

나도 그만큼 산다고 가정하면 남은 시간은 여전히 길다.

그렇기에 잠시 멈춰 서서 내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족을 사랑한다고 해서 끝없는 희생이 정답은 아니다.

나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억지로 희생하며 찌푸린 얼굴로 살아간다면

그 기운은 금세 전해져 가족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


나는 짜증의 바이러스가 아니라 행복의 바이러스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온전한 휴식으로 보상하고,

그 쉼 속에서 다시 평범한 일상을 잘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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