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배움과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조경기능사 시험장에서 다시 배우는 삶의 의미

by sunny


얼마 전 조경기능사 필기시험을 치렀다.
한창 자격증 공부를 하던 1990년대에는
종이 시험지와 OMR카드로 응시했었다.
그런데 이번 9월 말 시험은
CBT(Computer Based Test, 컴퓨터 기반 시험) 방식이었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 새삼 느껴졌다.

아직 정식 합격자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시험 직후 화면에 취득 점수가 나타났다.


CBT 시험은 문제를 모두 풀고 ‘답안 제출’ 버튼을 누르는 순간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긴장과 안도의 순간이 동시에 밀려왔다.




지류시험을 볼 때는 문제지에 밑줄을 긋고
중요한 부분에 표시하며 푸는 편이었는데,
CBT에서는 그런 표시가 불가능해 처음엔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장점도 있었다.
50대 중반의 나에게 종이 시험지는 글자가 작아
노안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CBT는 커다란 모니터에 또렷한 글씨로 문제가 표시되어
눈의 피로가 훨씬 덜했다.
무엇보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지금은 필기시험을 마치고 실기시험을 준비 중이다.
우리 반은 나처럼 만학도인 분들이 대부분이다.
나보다 연세가 많은 분들도 많다.
실기시험은 필기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시간이 더 즐겁고 내게 맞는다.


예전에 가구공방을 운영할 때
모눈종이에 가구 도안을 그리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제도판 위에 조경계획도를 그리는 일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진다.


물론 노안 탓에 세밀한 선을 그릴 때마다
안경을 벗었다 썼다를 반복해야 하고,
3시간 수업이 끝나면 눈알이 빠질 듯이 아픈 게 현실이다.




갱년기를 지나며 머리가 예전 같지 않음을 절실히 느낀다.
필기시험을 준비할 때는
돌아가지 않는 머릿속에 방대한 조경지식을 넣어야 해서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아무리 외워도 남지 않는 기분,
기출문제를 풀어도 같은 문제를 또 틀리는 나 자신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제야 깨달았다.
‘공부는 젊어서 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하지만 동시에,
이 나이에 다시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하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도 느꼈다.


중년의 도전은 젊음과는 다른 깊이를 지닌다.
빠르진 않지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
신체의 한계 앞에서도 ‘그래도 해보자’는 의지로 이어지는 그 끈이
내겐 그 어떤 젊음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조경기능사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든 생각은
‘다시는 필기시험 공부는 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
도전 자체는 자의든 타의든 참 멋진 일이지만,
나이와 신체의 한계는 때로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세상에는 필기시험 같은 공부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 훨씬 길어진 노년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어떤 재미를 느끼며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건 못 해” 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삶의 방향을 찾아 고민하며
배움의 형태를 바꿔가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시니어 세대가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이 아닐까.


나이를 먹었지만, 그 한계에 부딪혀 본 경험은
앞으로 시니어의 삶을 살아갈 나에게
분명 뼈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다면,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나이 들어서도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게 될 것이다.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는 삶이 되어
아이들에게 작은 귀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길어진 인생의 후반전,

나는 여전히 배우고 싶고, 또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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