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내 손에 쥐여준 선물은 향이 깊은 카푸치노 커피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 향을 맡을 수 없다.
작년 봄, 심한 감기몸살을 앓고 난 뒤부터 후각이 무뎌졌다.
이비인후과 치료도, 값비싼 한방 치료도 받아봤지만 손상된 세포는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언니는 아마도 코로나 후유증일 거라고 말한다.
처음엔 많이 우울했다.
내가 사랑하는 꽃향기도, 즐겨 마시는 커피 향도 더 이상 느낄 수 없으니.
하지만 이제는 체념하며 산다.
그 대신,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일상 속 당연한 것들은 잃어버린 순간에야 그 가치를 드러낸다.
대학생인 아들은 여행 경비를 스스로 마련했다.
우리는 등록금과 점심값을 보태주지만, 교통비와 용돈은 알바로 충당한다.
나는 아들이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조금씩 자립하기를 바란다.
야박해 보여도 용돈만큼은 스스로 벌어 쓰도록 하는 것이 그에게는 더 큰 힘이 될 테니까.
가끔 아들은 웃으며 말한다.
“엄마, 아파트 한 채만 사줘.”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아들, 엄마 아빠는 그럴 만큼의 경제력은 없단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좋은 거야.”
나는 언젠가 아들이 스스로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혹시 우리 부부에게 여유가 생긴다면, 결혼할 때 전세 자금 정도는 보태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건 부모로서 마지막으로 건넬 수 있는, 조용한 선물일 것이다.
아! 그립다. 갓 내린 커피 향.
오늘도 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 진한 향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그리고 아들이 자신을 잘 지키며, 자기만의 향기를 내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