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직장을 구하려 해도 불러주는 곳이 없어 서글프고,
거울 속 늘어가는 흰머리는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사십대 중반부터 하나둘 보이던 흰머리는
이제 염색 없이는 감당하기 힘든 정도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큰아들이 우리 부부의 염색을 정기적으로 맡아주고 있는데,
얼마 전 염색을 해주던 아들이 말했다.
“뒷머리는 흰머리가 별로 없는데, 머리 위쪽은 백발이네.”
아직 검은 머리카락이 남아 있다니,
그 말이 괜스레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어릴 적 엄마가 떠올랐다.
삼십대부터 직접 염색약을 개어
칫솔로 머리에 바르시던 엄마의 뒷모습.
왜 나는 아들처럼
엄마의 흰머리를 손수 덮어드리지 못했을까.
젊은 나이에 이미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마음 아프면서도,
정작 도와드리지 못한 일이
여전히 죄스럽다.
이제는 내 아들에게 내 흰머리 염색을 맡기면서,
그때 엄마가 느꼈을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 시절 엄마의 흰머리와 지금의 내 흰머리가 묘하게 겹쳐 보인다.
나이 듦은 단지 신체의 변화만이 아니다.
정서적인 변화도 크다.
요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책을 들여다보면
열심히 외워도 머릿속에서 자꾸만 흘러나가 버린다.
마치 메모리에 저장되지 못하고 곧장 튕겨나가는 것 같다.
거기다 노안까지 겹쳐 작은 글씨를 보는 것도 힘겹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외워지지 않는 개념들을 붙잡고 매일같이 반복해서 공부했다.
그 결과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지금은 실기시험을 준비 중이다.
제도판 위에 도면을 그리다 보면
눈이 너무 피로해 정말 눈알이 빠질 듯이 아프다.
요즘은 구기자가 눈에 좋다고 해서
구기자차를 꾸준히 마시며 조금이라도 버티고 있다.
나는 컴퓨터 관련 학과를 졸업해
워드와 엑셀을 가르쳤던 사람이다.
하지만 기술은 너무나 빠르게 발전했고,
그동안 배워온 지식은 점점 가치를 잃어갔다.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려면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중년이 된 내가 그 모든 걸 다 따라잡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도 앞으로 살아가려면 반드시 익혀야 할 것들이 있음을 안다.
나이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젊을 때 가졌던 도전과 패기의 정신을
다시 불러내어 시도해 보고 싶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기술만이 답은 아니라고.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
그것은 젊은 세대에게 없는 나만의 강점이다.
삶을 부딪히며 쌓아온 경험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지혜가 된다.
여기에 나의 감성이 더해진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지금은 8090 감성 음악 채널을 통해 소통하는 힘도
모두 나의 감성에서 비롯되었다.
기술만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 많다.
하지만 감성만으로는 또 이룰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두려움 대신 배움으로 기술을 받아들이고 싶다.
그 두 가지가 어우러질 때, 앞으로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 거라 믿는다.
흰머리 위 세월 속에서도,
신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내 감성과 배움은 여전히 젊음을 간직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을 꿈꾼다.
다음 이야기 예고
세월이 흘러 머리카락은 희끗해졌지만,
내 안의 감성과 배움의 열정은 여전히 젊다.
이제 나는 지난 시간의 끝자락에서,
다가올 10년을 어떻게 살아갈지 천천히 그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