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시험 1차가 끝난 하루, 긴장과 숨 사이에서

시간과 싸우는 두 시간 반

by sunny


어제 오후 1시, 조경기능사 실기시험 1차를 치렀다.
시험장에 앉자마자 마음이 먼저 굳어버렸고
손끝은 낯설 만큼 떨렸다.

평소에는 시험 때문에 크게 긴장하는 편이 아니지만
도면 실기만큼은 예외였다.
종이 위에 선 하나를 그을 때마다
심장과 함께 손도 떨렸다.


혹시 시험 중간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질까 봐
좋아하는 아침 커피도 포기했고,
구운 계란 두 개와 견과류 한 줌만 먹고
몸을 최대한 가볍게 유지한 채
물도 조금만 마시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 작은 준비들에 오늘을 향한 마음이 가득했다.




문제를 펼치는 순간 긴장은 더 깊어졌다.
샤프는 종이 위에서 자꾸 흔들렸고
기호 하나에도 숨을 고르게 들이켜야 했다.
급한 마음에 지우개를 바닥에 떨어뜨려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다.
다행히 여분을 챙겨 둔 덕분에
흐트러진 마음을 겨우 붙잡을 수 있었다.


두 달 동안 실습을 했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평면도와 단면도 두 장을 완성해야 했고
도면을 잘못 그려 지우고 다시 그리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실수를 줄여야 했다.
시험장 벽에 걸린 시계를 몇 번이나 바라보며
조심스레 시간을 점검했다.




시험 시간 내내 에너지를 쏟아부은 탓인지

혈당이 뚝 떨어졌다.
시험장을 나와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옥수수와 사과 몇 조각을 먹고서야
당이 조금 올라오며 겨우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극한 스트레스 속에서 간신히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안도와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집까지는 자차로 한 시간 거리였지만
퇴근 시간과 겹쳐 한 시간 이십 분이나 걸렸다.




오늘의 일정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집에 도착한 뒤 잠깐 숨만 고르고
다시 센터로 향했다.
다음 주 작업형 시험이 남아 있어서
오늘의 긴장을 그냥 두기 어려웠다.
센터에서 거의 세 시간 동안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몸도 마음도 힘겨웠고, 이대로 침대 속에 파묻혀 버리고 싶었다.




센터에서 함께 조경기능사 수업을 듣는 동기들과는
처음부터 줄곧 ‘시험’이라는 목표만 바라보며 지냈다.
서로 통성명조차 하지 않았고,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목인사를 건네는 정도였다.


그런데 1차 실기시험을 끝내고
마지막 작업형 시험만을 남긴 지금,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쉬는 시간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번지고
서로의 자리로 슬며시 다가가 대화를 나누는 온기가 생겼다.
어쩌면 힘든 과정을 함께 버텨낸 사람들만이 나눌 수 있는
작은 연대감이 우리 사이에 스며든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등갈비찜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니
하루 종일 짊어지고 있던 긴장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래, 오늘은 정말 잘 버텼다.’
스스로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 밤이었다.


시험장에는 나보다 연세가 있는 분들도 꽤 많았다.

각자의 삶을 이끌고 이 시험에 도전한 얼굴들은

왠지 모르게 큰 용기로 다가왔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작업형 시험.

도면에 비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져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어제의 긴장과 피곤함이

나를 한 겹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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