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으로 즐긴 점심, 소소한 행복의 기록

점심으로 만나는 작은 복

by sunny



사무실 근처에는 오래된 한식부페 식당이 하나 있다.
전에는 도시락을 챙겨 다니느라 자주 가지 않았지만,
요즘은 도시락 싸는 일도, 퇴근 후 반찬통 설거지도 더는 감당하기 싫어
자연스레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달 말이면 계약 종료로 퇴사를 앞두고 있어
아마 퇴사 후에도 이 식당이 종종 생각날 것 같다.
무엇보다 한 끼 8,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이 참 고맙다.
현금으로 식권 10장을 사면 한 장을 더 챙겨주니
부담 없이 따뜻한 한 끼를 만나게 된다.




매일 메뉴가 바뀌어 지루할 틈이 없고
사이드 메뉴로는 짜장면, 잔치국수, 콩국수가 번갈아 나온다.


어떤 날은 손님이 사장님께
“여기 짜장면이 중국집보다 맛있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처음엔 단맛이 돌아 낯설었지만
자꾸 먹다 보니 은근히 그 맛이 끌렸다.


나는 먹는 양이 많지 않은 편이라 요즘은 사이드 메뉴만 먹고
국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저것 욕심내서 식판을 채우다 보면 결국 과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식당 밥상은 ‘오늘은 과식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맛있어서 과식을 피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도시락의 장점은 분명하다.
내가 먹을 양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고, 체중 관리도 된다.


하지만 이 식당의 밥상은
맛있어서 과식을 피하기 어려운 날이 많다.


토요일에는 특식이 제공된다.
주로 감자탕이 나오고,
계절에 따라 반계탕이 나오며
때때로 갈비탕이 제공되기도 한다.


주변 상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철도청 직원들까지 이곳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점심시간 12시가 되면 자리가 없어
처음 보는 이들과 합석해야 할 때도 종종 있다.



직장인에게 저렴하고 든든한 점심은 작은 복이다.
도시락만 먹다가 이 식당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그날의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한 끼가 6,500원이었는데
물가가 오른 지금도 8,000원이라는 가격은 여전히 착하다.


만원 한 장으로 점심 해결이 어려운 시대
이 정도 가격대는 정말 소중하다.



지하철 역사 안에는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파는 작은 카페도 있다.


평소에는 내가 준비한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지만,
여름철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생각날 때면
이 카페를 자주 찾았다.


가격도 맛도 만족스러워
기분 좋게 이용했던 곳이다.




만원 한 장으로 점심과 커피를 해결할 수 있다니,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기적 같은 조합이 또 있을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는 요즘,
가까이에 가성비 좋은 가게가 있다는 건
참 큰 위로가 된다.


곧 퇴사하면 다시 찾기 어렵겠지만,
언젠가 이 지역을 지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들이다.


한식부페 식당도, 작은 카페도
오래오래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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