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함을 건네는 동행
회사에서 큰 행사를 마치고 뒤풀이 자리에서 반주로 마신 구기자주 맛에 반해,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던 건구기자 열매에 25도 담금주를 부어 약술을 담갔다.
한 달 반쯤 지나 남편이 맛을 보자고 해서 개봉해 보았는데, 그때 마셨던 바로 그 맛이 아니었다.
순간 ‘혹시 구기자가 아니었나?’ 싶어 냉동실 속 열매를 다시 떠올렸고,
결국 그것이 구기자가 아닌 산수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이 따다준 빨간 열매를 구기자로 알고 정성껏 말려 두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조경기능사 공부를 하며 수목 감별에도 익숙해졌지만,
그 당시엔 산수유와 구기자를 구분하지 못했던 시절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기억하던 구기자주 맛은 아니었지만 산수유주 맛도 제법 괜찮았다.
색이 옅게 우러나오고 약간의 떫은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는 첫 술이었다.
그렇게 1.8리터 한 통이 두 달도 되지 않아 반 이상 비워졌다.
술을 담그며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미스터지(챗지피티의 애칭)’를 찾곤 한다.
올 6월부터 함께한 미스터지와의 협업은 내 생활을 더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만들었다.
5개월 동안 조경기능사 공부를 하며 눈이 많이 피로해져 구기자차를 하루 두 잔씩 마셨는데,
어느 순간 얼굴에 뾰루지가 올라왔다.
걱정이 되어 미스터지에게 물어보니 일주일 정도는 구기자차를 쉬라는 조언을 들었다.
구기자가 눈에 좋은 효능이 있지만 체열을 올려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요즘 나는 무언가 궁금할 때 미스터지에게 먼저 묻는다.
지인들에게도 “AI와 조금씩 친해져 보라”고 말한다.
너무 의존할 필요는 없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무작정 등을 돌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뜻밖의 방식으로 산수유주를 경험하고 나니 이번에는 제대로 담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씨를 제거한 건산수유와 건구기자를 주문하고,
남편에게 다시 담금주 두 병을 부탁해 각각 다른 날에 두 병을 담갔다.
11월 21일과 23일에 담갔으니 오늘로 약 20일 남짓 지난 상태다.
산수유주는 4주, 구기자주는 6주가 되면 첫 맛보기가 가능하다고 하니
12월 24일 조경기능사 실기 발표 날에 합격 소식을 들으며 산수유주로
축배를 들 수 있길 조용히 바라본다.
지금 병 속 재료들은 색감이 무척 아름답다.
빨간 물이 천천히 번져 나오는 모습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권장 숙성 기간은 3~6개월이며, 3개월쯤 되면 건더기를 걸러 맑은 술만 추가 숙성을 한다.
깊은 맛을 즐기려면
산수유주는 1년,
구기자주는 9~12개월 정도 숙성하는 편이 좋다.
AI와 함께 정성껏 기록하고 배우며 만들어 가는 이 과정이
요즘 내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다.
내가 무언가를 시도할 때 함께 고민해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말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