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과 축하, 그리고 조용히 시작된 새로운 고민

일단 이력서를 내보기로 했다

by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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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월의 시간, 그리고 합격

오늘, 5개월의 긴 여정 끝에 조경기능사 자격증 최종합격 소식을 받았다.
필답형 46점, 작업형 35점, 총점 81점.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지난 여름부터 이어진 긴장이 봄볕에 눈 녹듯 사르르 풀렸다.
그동안 마음 한켠에 늘 자리하던 불안이 조용히 물러나는 느낌이었다.




� 50대 중반, 다시 공부한다는 것

50대 중반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
몸도 마음도 쉽지 않았고,
‘왜 굳이 지금?’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다.

그래도 끝까지 버텼고, 결국 해냈다.
그래서인지 마음속 어딘가에서
또 다른 도전도 가능하겠다는 묘한 용기가 따라왔다.


� 점수 앞에서 잠시 멈추다

예상보다 높은 점수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합격선만 넘기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시험에도 운이 따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문제의 흐름, 감독관, 그날의 컨디션까지—
모든 것이 점수의 일부였다.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 쉼과 일 사이에서

이달 말이면 계약이 끝나 퇴사를 한다.
공부하던 동안에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잠시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장애인활동지원 교육

영상편집 공부

친구들과의 일본여행

동해안 한달살기


숨을 고르고 나를 다시 정리하는 시간,
그렇게 내년을 그려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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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자,
내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기능사 우대 일자리,
그리고 내가 가진 컴퓨터 자격증을 살릴 수 있는 자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실업급여 6개월의 쉼과 11개월 근로 사이에서
마음은 여전히 오락가락한다.

아직 답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이력서를 내보는 것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솔직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 남편의 약속, 그리고 선물

이 모든 과정 옆에서 남편은 나를 열심히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예전에 이런 말을 했었다.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축하 선물을 주겠다고.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데?”
하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꽤 호기로웠다.

“뭐든, 당신이 원하는 거.”




그 말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 나는 그 말을 꺼낼 자격을 얻었다.
정말로 뭐든을 말할 수 있는 시점이 된 것이다.


� 친구들의 말, 그리고 나의 생각

친구들은 이 상황을 그냥 두지 않는다.
금 한 돈은 기본이라 하고, 누군가는 새 차를 말한다.
심지어 한발 더 나가 세컨하우스 이야기까지 슬쩍 나온다.

듣고 있자니,
선물을 받는 건 나인데 친구들이 더 신이 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내 남편의 경제력은 어디까지일까.
정확히 말하면,
그의 통장 잔고가 아니라 마음이 허용하는 한계는 어디쯤일까.


❤️ 내가 정말 원하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건 금도 아니고 차도 아닐지도 모른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잘 해냈다고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마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조용히 지지해 주겠다는 태도.

어쩌면 나는 이미
가장 큰 선물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아들의 케이크

그리고 또 하나의 축하가 기다리고 있다.
아들은 엄마의 합격을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사 와서 작은 파티를 하자고 했다.

요즘 그는 여자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 바쁘다.
연애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가끔은 괜히 샘이 난다.

엄마의 우선순위가
어느새 뒤로 밀린 것 같아
살짝 서운해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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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축하받을 일이 생기면
이런 이벤트를 적극 활용한다.
괜히 큰 일을 만든 것도 아닌데,
일부러라도 기념일을 만들어 부른다.

지금은 아직 ‘내 아들’로 불러도 되는 시기니까.
언젠가 장가를 가면,
그는 내 아들이기보다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아가야 할 터다.

그러니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마음껏 축하도 받고
케이크도 얻어 먹으며
아들의 시간을 조금쯤 빌려 써도 괜찮지 않을까.


� 다시, 질문

합격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선택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한가운데서,
나는 오늘도 나에게 묻고 있다.

지금의 나는,
어디까지 가보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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