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보내주신 여름 한 상자

매년 여름, 아버지가 건네주신 선물

by sunny


복숭아를 보면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버지는 봄부터 씨를 뿌리고, 웃거름을 주고,

풀을 뽑으며 정성스레 옥수수를 키우신다.
그 강원도 찰옥수수는 지인들에게,

또 그 지인들의 지인들에게까지 알음알음 전해진다.


옥수수 철이 끝나갈 무렵이면,
치악산 복숭아 한 상자가 택배로 도착한다.
어느 해엔 시부모님께 드리라고 물렁한 백도를

보내주셨다.
하지만 운송 중 박스가 뒤집혔는지,

복숭아는 이미 상해 먹을 수 없었다.


그날, 조심스레 부탁드렸다.
“아버지, 감사하지만 물렁한 복숭아는 보내지 마세요.”


그 다음 해부터 아버지는 딱딱한 복숭아를 보내셨다.
운송 중에도 상하지 않고, 뽀얗게 붉은빛을 품은 채

박스 안에서 빛났다.
이가 좋지 않은 시부모님께 드리긴 아쉬웠지만,
사실 나는 단단한 복숭아를 더 좋아한다.
아삭아삭 씹히는 그 소리에 여름이 들어 있었다.


그 뒤로 복숭아는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매년 여름 복숭아를 볼 때면
치악산 정기를 받고 자란 복숭아를 잊지 않고

보내주시는 아버지가 생각난다.




올해로 여든다섯이 된 아버지.
여기저기 아프다 하시면서도 여전히 농사를 짓는다.
“이제는 소일거리만 하세요.”
말씀드려도 고집은 여전하다.
친정에 다녀오면 바리바리 싸주신 농산물로

부엌이 한동안 분주해진다.


아버지는 사남매를 대학까지 보내는 것을

인생의 사명처럼 여기셨다.
정작 본인은 가정형편 탓에 중학교를

중퇴하셨지만, 늘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꼭 대학을 마쳐야 한다.”


그 바람 덕분에 우리는 모두 대학 문턱을 넘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는 자식 농사만큼이나

곡식 농사에도 욕심이 많으시다.

그 손끝의 열정이, 여름 햇살 아래

익어가는 복숭아처럼 반짝인다.


복숭아 향 속엔 아버지의 사랑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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