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선물은 없다

엄마가 된 앨리스

by 순심


나는 난임이었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정상적인 배란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연임신 성공률이 무척 낮은 질환이었다.

8년, 긴 연애 끝에 결혼한 터라 아이를 일찍 갖고 싶었다.

게다가 애들을 워낙 좋아했기에, 축구단까지는 아니어도 혼합 농구단 정도는 꾸릴 수 있을 정도로 애를 많이 낳고 싶었는데...

난임이라니 어안이 벙벙했다.

"꽤 오래된 질환으로 보이고, 상태도 심각한데 여태 모르셨어요?"

몰랐다.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리를 거르는구나 싶었을 뿐이다.

초경 이후로 쭉 불규칙했고, 고3 때에는 일 년 동안 한 두 번뿐이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니, 되려 홀가분했다.

그러니 나는 까칠하고 예민한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무딘 여자였다.

회사 근처의 작은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대형 불임 전문 병원을 권했고, 나는 일 년 넘게 한약을 먹으며 그 병원을 오갔다.

병원은 공장 같았다.

어렵게 월차를 내고 간 병원의 진료 시간은 2~3분 내외였고, 의사는 나를 고장 난 기계 취급했다.

약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나의 질문에 "환자분, 지금 상태 모르세요?"라고 까칠하게 대꾸했다.

갈 때마다 주눅이 들었다. 딱 일 년을 오가던 날, 더는 견딜 수 없어 그 병원을 때려치웠다.

나는 회사 근처의 작은 산부인과를 다시 찾았다.

소개해 주신 전문 병원을 일 년을 다녔지만, 허탕이었고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고. 그냥 이곳에서 선생님께 치료받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 근처라 점심시간에 잠깐씩 짬을 내어 다니기도 편했고, 무엇보다 같은 민 씨인 여자 선생님은 내게 다감했으니까.

선생님은 그럼 6개월만 약물치료를 해보자고, 약물로 치료가 안 되면 그땐 시험관 시술을 고려해보라고 했다.

나는 그러마 했고, 6개월 이후엔 아이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회사에 다니며 시험관 시술까지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불규칙했던 내 몸은 6개월 동안 지독할 만큼 정확하고 냉정하게 실패를 보여줬다. 아주 칼같이.

그때마다 선생님은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며 따뜻하게 위로했다.

그리고 역시 실패라고 여겼던 마지막 달, 기적처럼 아이가 생겼다.

거짓말 같다고 말하는 내 손을 꼭 잡아주시며, 함께 눈물을 글썽거렸던 선생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기적 같은 선물로 내게 온 큰아이, 그리고 뒤이어 작은 아이는 정말이지 깜짝 선물처럼 내게 왔다.

신은 여태껏 내게 많은 선물을 주셨지만, 두 아이는 그 어떤 선물에 비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계집애,

밤낮없이 빽빽 울어 복을 다 내쫓는 계집애...

애물단지였던 나는 내게 선물처럼 온 두 아들은 꿀단지처럼 품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오늘 아침, 엄마의 잔소리에 작은 녀석이 밥도 다 먹지 않고, 팽~하니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엄마는 왜 맨날 내 탓만 해? 엄만 내가 없었으면 좋겠지? 내가 진짜 왜 태어났나 모르겠다."

벌겋게 눈물이 고인 채로 현관을 나서는 녀석의 뒤통수를 바라보는데, 마음이 찌르르하다.

어쩌면 내가 녀석을 언제부터인가 너무 당연한 선물로 여겨 온 모양이다.

세상에 당연한 선물은 없는데...

신은 오늘 내게 녀석을 통해 나를 돌아보라 말한다.

내 불안과 욕심을 아이에게 쏟아내지 말라고.

녀석이 오면, 좋아하는 김치 국수를 만들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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