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선택의 기준
어제 드디어 아이들 수학 학원을 등록하고 왔다.
그동안 영어는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학원의 도움을 받았지만,
수학은 집에서 문제집을 사다가 풀리며 가르치는 것도 해볼 만할 것 같아 시작했는데,
해볼 만 하기는커녕, 시작과 동시에 한계를 느꼈다. 내 인내심의 한계.
그나마 코로나 때문에 1년 넘게 그 한계를 짓누르며 버텼지만,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봄이었으니까.
이 따뜻한 봄날, 꽃봉오리가 이토록 설레게 몽긋몽긋 솟는 이 새 봄날에,
와~ 내가 이게 집구석에서 이놈들과 이럴 일이던가...
그나저나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동네는 돼지엄마도 알지 못하고,
결국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몇 군데의 수학학원을 추려내어 전화로 상담하고, 그중 두 군데를 찾아가 상담을 받은 후 바로 등록을 했다.
와~ 등록과 동시에 숨통이 트인다. 마구마구 봄기운이 스며든다.
사실, 큰 아이를 맨 처음 학원에 보낼 때에는 그 학원 고르기가 이처럼 쉽지 않았다.
뭔 놈의 학원을 고르는 일이 신랑감을 고르는 일보다도 더 어려웠었다.
동네 돼지엄마의 정보는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고,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대형학원은 어쩐지 더 세련되어 보였다. 게다가 어느 집 아이는 어디를 다니는지, 이왕이면 친구랑 섞여 다니는 것이 나을지, 셔틀버스 탑승 시간과 동선까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고 믿었기에 칭찬과 격려로 아이를 잘 품어줄 '선생님'이었다. 그러니 대형학원보다는 소규모의 작은 학원을 여러 군데 방문 상담하며 선생님을 살폈고, 화려한 커리큘럼보다는 선생님의 표정, 눈빛을 살피기에 바빴다.
느리지만 성실한 아이, 장난꾸러기이지만 소심한 아이, 감정선은 예민하지만 또 뒤끝은 없고 단순한 아이인 녀석이 학원의 도움으로 하루아침에 성적이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고, 칭찬과 격려로 재미를 느끼며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어느덧 그 녀석이 6학년.
몇 번의 학원 생활 끝에 내린 나름의 노하우는, 학원은 학원이라는 것이다.
아이들 수준에 맞춰 진도를 빼는 기계적인 학습 공간.
내 아이의 수준에 맞는 반이 구성이 되어 있는지, 진도를 빼는 속도와 숙제의 양이 아이가 감당할 수준인지, 학원비가 합리적이며, 시설이 쾌적한지(방역지침을 잘 따르고 있는지) 정도가 체크 포인트일 뿐이다.
칭찬과 격려로 아이를 품어주는 역할은 그저 덤일 뿐, 그것에 가장 큰 비중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부모의 몫이니까.
학원을 향한 내 시선이 너무 냉소적으로 바뀌었나 싶기도 하지만,
자본을 토대로 운영되는 학원 시스템에서 참스승을 바라는 것이 되려 너무 낭만적인 게 아니었을까.
모든 관계 속에서 정(情)을 쌓는 것은 녹록지 않다.
아, 무튼 더 이상은 문제집을 앞에 두고 열폭하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 또한 봄 덕분이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