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진짜 지긋지긋해.
자려고 누워서 짝꿍 품에 쏙 안겨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줄줄 났다. 아직은 내가 울고 있는 걸 짝꿍이 모르니까 잘 참고 인사하고 나가면 혼자 울어야지 했는데, 조금 있다가 짝꿍이 ”........? 울어? “ 라며 휴지를 뽁뽁 뽑아왔다.
그 순간엔 이젠 울고 싶어도 혼자 못 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찹, 콧물을 쓱 닦아주는 손길에 혼자 울지 않아도 돼서 다행인가.. 하는 생각을 또 금세 했다.
큼큼,
잘 쉬다가 이젠 마음이 조급해져서 채용공고를 보고 있다. 두 군데 이력서를 냈는데 당연히 서류는 붙을 줄 알았는데 둘 다 서류에서 탈락했다. 그러고 나니 자연스레 따라오는 생각. ”나 뭐해먹고살지. “
입/퇴사를 자주 겪어온 편이라 무뎌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 게 탈락의 순간이다. 그래서 환승이직이 베스트라는 소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그 안정감을 무시하기 어려우니까.
남들과 비교하기 싫어서 요가를 시작했고, 매일 수련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 순간에도 나는 나만 도태되는 기분을 느낀다. 친구 누구는 팀장인데, 누구는 이직도 잘하던데, 누구는.. 누구는...
늘 나는 없고 그 ‘누구는’이 우선시 되는 기분이다. 그게 또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조급하게 만드는 줄 잘도 알고 있으면서.
이제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어린 나이가 아닌 터라 호기롭던 마음은 점점 쪼그라든다. 결국 아직도 뭘 하고 싶고 어떤 조직에 가고 싶은지도 스스로에게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해 놓곤. 과정은 다 생략하고 결과만으로 이다지도 좌절하는 나란 사람.
그래도 어제 짝꿍 품에서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자. 이력서도, 포트폴리오도 다시 써보자, 그리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나에게 질문해 보자. 그 시간이,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져도, 지금이 아니면 또, 어느 조직에 들어갔다가 다시 이런 시간을 겪어내야 할게 뻔하니. 한 살이라도 어린 지금 제대로 멈추자. 하고 생각하게 됐다.
근데 이것도 또 불안해지면 금세 결과만 빨리 쫓게 되겠지. 그것도 별 수 없이 나라는 걸 조금은 인정하고 이해해 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나는 늘 이런 생각들을 다 ‘자기 합리화 아닌가,’라고 치부해 버렸었는데, 어느 상담 선생님의 말대로 ”좀 그러면 어때요? 합리화 좀 하고 정신승리 좀 하면 어때? “ 를 실천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결국엔 그게 나를 사랑하는 도구 중 하나일지 모르니.